평일 오전 '남산'의 매력, 걷다보면 알게 됩니다

정지운 2025. 10. 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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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창밖에서 스쳐 지나던 남산이지만, 가을은 또 다르게 보였다.

평일 오전의 남산은 주말 행사 때와는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서울 외곽으로 가는 대신 1~2시간 안에 다녀올 수 있는 도심 속 가을 코스로 남산은 완벽하다.

가을을 보기 위해 멀리 떠나기보다, 내가 서 있는 동네를 먼저 보는 법을 남산이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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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산책 코스... 도심 속 가을 여행, 멀리 가지 않아도 됩니다

[정지운 기자]

매일 창밖에서 스쳐 지나던 남산이지만, 가을은 또 다르게 보였다. 출퇴근길 차창 너머로 혹은 주말에 차로 스쳐 지나며 단순히 '서울의 상징' 정도로만 여겼던 산. 지난 9월 20일 열린 '남산 인삼런 걷기대회'만 봐도 그렇다. 평소엔 스쳐 지나던 길이 수백 명이 걷고 뛰는 가을 축제의 무대가 됐다. 수백 명의 참가자들이 출발선을 밟고 오르막 구간을 호흡으로 버티며 뛰는 동안, 남산은 처음으로 '풍경이 아닌 몸으로 만나는 공간'이었다. 평소엔 무심히 지나쳤던 길이 그날 만큼은 땀과 숨으로 각인됐다.

가을 분위기 물씬, 여행하듯 남산 둘러보기

행사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 나는 1일 같은 길을 다시 혼자 걸으며 계절의 속도를 눈으로 확인했다. 남산은 접근성이 뛰어나 서울 어느 쪽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충무로, 명동, 회현, 이태원 등 여러 방향에서 진입할 수 있고, 남산도서관과 예장공원 쪽 주차장도 다양하다. 하지만 진짜 매력은 교통이 아닌 '로컬의 시간'에 있다. 평일 오전, 관광객이 없는 시간대에 산책을 나서자 남산은 관광지가 아닌 주민의 산책길로 변했다.

푸른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고, 산책로 위로 흩어진 구름이 부드럽게 드리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기가 먼저 계절을 알려주는 듯, 햇살이 나무 사이로 내려와 바닥에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걸음을 맞춰준다. 가볍게 걸으며 햇빛과 바람을 느끼기에 최적의 시간은 오전이다.
 집 근처라 무심했던 남산, 가을에 다시 바라보다
ⓒ 정지운
산책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낙엽보다 먼저 고개를 든 풀꽃이었다. 순환로 중턱, 나무계단 아래 흙길 옆 강아지풀 군락이 은빛으로 흔들리며 도시 속 조용한 가을을 알려줬다. "낙엽은 아직인데, 가을은 여기서 먼저 시작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 코스도 다양하다. 남산도서관에서 출발해 중턱 쉼터까지 오르면 강아지풀과 풀꽃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회현역 방향 순환로는 나무데크와 흙길이 번갈아 이어져 사진 찍기 좋다. 팔각정 아래 그늘진 구간은 관광객 동선과 겹치지 않아 조용하게 걸을 수 있다. 단풍 절정 전인 10월 초에 이 구간을 방문하면 더 한적하다.

평일 오전의 남산은 주말 행사 때와는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이웃, 유모차를 미는 부모, 이어폰을 낀 청년들. 관광지가 아니라 생활 속 쉼터로 남산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말이나 공휴일엔 외국인과 케이블카 이용객이 많지만, 평일 오전에는 주민 위주다.

서울 외곽으로 가는 대신 1~2시간 안에 다녀올 수 있는 도심 속 가을 코스로 남산은 완벽하다. 사진 찍기 좋고, 천천히 걷기에도 부담 없으며, 아이와 반려견과 함께하기에도 안전하다. 무엇보다 '멀리 가야 여행'이라는 고정관념을 바꾸기에 충분하다.

이번 산책에서 '가까운 곳이라 더 늦게 찾았던 여행지'를 발견했다. 남산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계절의 얼굴은 매년 다르게 바뀌고 있었다. 앞으로 단풍철이 되면 관광객으로 북적일 테지만, 10월 초의 남산은 조용해서 더 좋았다. 가을을 보기 위해 멀리 떠나기보다, 내가 서 있는 동네를 먼저 보는 법을 남산이 알려줬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됐다. 가을은 이미 내 집 근처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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