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높이려 꼼수 부리더니…결국 배탈 난 ‘배민’ [스페셜리포트]
8.7%.
최근 서울시가 프랜차이즈 가맹점 186곳 실태조사 결과 집계된 매장당 평균 영업이익률이다. 1만원 음식을 팔면 점주 손에 남는 돈이 870원이라는 얘기다. 가뜩이나 불황으로 매출이 부진한데, 그마저도 여기저기 떼어주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
높은 인건비와 임대료, 원부자재 가격도 문제지만 ‘배달 플랫폼’이 저마진 원흉 중 하나로 꼽힌다. 배달 앱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워낙 커지면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배달 플랫폼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48.8%로 매장(43.3%) 매출을 훌쩍 웃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국내 배달 플랫폼 1위 배달의민족(배민)에 대한 압박 강도도 점점 커지고 있다. 배달 중개 수수료와 라이더에게 지불하는 배달비는 물론, 포장 수수료 유료화에 따른 반발로 배민을 떠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에서도 ‘배달 앱 수수료 상한제’를 비롯해 배민을 겨냥한 규제 논의에 한창이다. 취임 전부터 소상공인 보호와 플랫폼 규제를 강조해온 이재명정부 출범 리스크가 여전하다.
최근 배민을 둘러싼 경영 환경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본업인 배달에서 소비자 이탈이 감지되는 데다 퀵커머스(즉시배송)·포장 등 여러 서비스에서도 대형 유통사와 빅테크 등 경쟁사 진입이 계속되고 있다. 독일계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마저 배민에 등 돌릴 채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소비자·사장님 모두 이용자 감소
배민은 여전히 음식 배달 압도적인 1위 사업자다. 하지만 후발 주자와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쿠팡이츠 추격이 워낙 매섭다. 흔히 애플리케이션(앱) 활성 지표로 활용되는 월간 순이용자 수(MAU)에서 확인 가능하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양 사 MAU 차이는 1132만명. 2023년(1816만명)과 2024년(1470만명)에 이어 빠르게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배달 앱 특성상 MAU보다 유의미하다고 여겨지는 지표는 일간 순이용자 수(DAU)다. MAU는 한 달에 한 번만 앱을 켜도 1명으로 집계된다. DAU는 하루 앱 이용자 수를 뜻한다. 매일같이 앱을 켜는 이른바 ‘헤비 유저’가 배달 앱 성패를 결정짓는다.
배민은 DAU 성적이 아주 저조하다. 2025년 8월 기준 일평균 DAU는 약 556만명. 전년 동기(581만명)보다 줄었다. 같은 기간 소폭 늘어난 MAU(2281만명 → 2306만명)와는 상반된 결과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배민을 이용하는 이는 많지만 매일같이 배민 앱을 이용하는 평균 빈도수는 감소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데이터에서도 소비자 이탈을 감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업종 내 상위 20% 사용자를 뜻하는 ‘코어 오디언스’ 비율이 예전만 못하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 배민 코어 오디언스 분포 비율(중복 이용 포함)은 43.6%였다. 쿠팡이츠(12.2%), 땡겨요(0.4%)와 격차가 현저했다. 올해 8월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배민은 35.7%로 여전히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전년 대비 수치가 크게 감소했다. 반면 쿠팡이츠(15.2%)와 땡겨요(1.9%)는 헤비 유저 사이에서 이용 빈도가 늘어났다.
또 다른 고민은 배달 플랫폼의 또 다른 핵심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사장님 이탈’이다. 점주가 이용하는 앱인 ‘배민 사장님’ MAU는 2023년 8월(약 34만4000명)과 2024년(약 31만9000명)에 이어 올해에는 약 30만7000명까지 꾸준히 내리막을 걷고 있다. 코어 오디언스 비율 역시 지난해 8월 2.1%에서 올해 1.4%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최대 경쟁자인 쿠팡이츠를 사용하는 점주는 늘었다. ‘쿠팡이츠 사장님’ MAU는 2년 전 약 14만9000명에서 올해 약 25만1000명까지 증가했다. 사장님에 한정해서는 이제 격차가 없다시피 할 정도까지 좁혀졌다. 배민에 실망한 자영업자가 쿠팡이츠로 갈아타는 양상이 데이터에서도 드러나는 셈이다.
자영업자가 배민을 이탈하는 이유는 여럿이다. 과거 대비 높아진 수수료 부담과 사라진 차별성이 핵심이다. 과거 점주들이 선호했던 배민 정액제 광고 ‘울트라콜’이 폐지되고 정률제 중심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매출이 큰 점포일수록 수수료 부담이 커졌다. 지난해 도입된 ‘배민1플러스’도 비슷하다. 배민 직영 라이더를 통한 고정 배달비 부담이 강요되면서 불만이 늘었다.
자연스럽게 배민만의 차별성도 희미해졌다. 정액제가 사라졌고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과 와우 멤버십 무료배달 혜택, 한그릇 배달을 내세우며 양 사 구조가 거의 비슷해졌다. 과거에는 배민과 쿠팡이츠 모두 이용할 필요가 확실했지만, 지금은 ‘굳이 둘 다 유지할 필요가 있나’라는 인식이 퍼졌다. 잦은 정책 변경과 일방적 통보 방식도 불신을 키웠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8호 (2025.09.24~09.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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