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층 휘둘려 미 의회정치 실종…연방정부 7년 만에 셧다운

강태화 2025. 10. 2.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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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미국 연방 의회 의사당. 몇 시간 뒤 연방정부는 셧다운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가 1일 0시1분(현지시간)을 기해 멈춰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요청한 예산안이 미 상원에서 부결되면서 예산을 쓸 수 없는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상원은 2025회계연도 종료일인 30일 셧다운 사태를 피하기 위해 공화당이 제출한 7주짜리 임시예산안(CR)을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55 대 반대 45로 부결됐다. 상원 100명 중 공화당이 53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예산안 정족수인 60명을 넘지 못했다.

2026회계연도 예산안을 논의하기 위해 11월 21일까지 임시로 정부를 운용하기 위한 공화당의 단기 예산안은 물론, 민주당이 자체 발의한 임시예산안 처리까지 무산됐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는 필수 인력에 대한 지출을 제외하고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모든 예산을 쓸 수 없게 됐다. 미 의회 예산국(CBO)은 셧다운에 돌입하면 필수 인력을 제외한 연방정부 공무원 75만 명이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가게 된다고 밝혔다. 무급휴가에 돌입하는 연방정부 공무원에 대한 보상금만 하루 4억 달러(약 5600억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12월 이후 7년 만이다. 당시 셧다운은 미 역사상 최장기간인 35일간 이어졌고, 이 바람에 30억 달러(약 4조2000억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CNN에 “이제 남은 유일한 질문은 (민주당의) 척 슈머(상원 원내대표)가 얼마나 오랫동안 정부를 폐쇄할 것인가다”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동의할 때까지 동일한 임시예산안을 매일 상정할 계획이다. 셧다운 책임을 야당에 지우겠다는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폐쇄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그는 “셧다운으로 우리가 원하지 않았던 것들을 없앨 수 있고, (없어지는 것은) 민주당 추진 사안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많은 사람을 해고하게 될 것이고, 그들은 민주당원들일 것”이라고 했다. 셧다운 사태를 정적 제거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실제 백악관은 지난주 정부 폐쇄 시 해고 계획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지시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에 맞지 않는 자리를 영구적으로 없애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가 셧다운 사태에 빠진 표면적 이유는 올해 말 ‘오바마 케어(ACA)’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는 데 따른 여야의 이견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 “저소득층 400만 명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보험) 수혜자 상당수가 불법 이민자”라고 맞서고 있다.

이번 사태가 의회에서 ‘대화와 양보’란 정치 원리가 사라진 결과란 평가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여야 의원은 셧다운 직전까지 협상 없이 서로를 비난만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정적 제거의 기회가 오는 걸 즐기는 듯했다”고 비판했다. 여야의 대립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강경 지지자를 의식한 결과란 분석도 있다.

셧다운으로 사법 기능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NYT는 “셧다운으로 인한 연방법원의 업무 둔화는 트럼프의 쟁점 정책 지속 여부를 사법부가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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