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세 고시' 위험한 과열…5세 미만 ADHD약 처방 연 1만정

만 5세가 되지 않은 영유아에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가 매년 1만 정 이상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부 잘하는 약'으로 불리는 해당 약물이 10대 청소년뿐 아니라 미취학 아동에게까지 퍼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0~4세 영유아에게 처방된 ADHD 치료제(성분명 메틸페니데이트)는 총 3만8456정이었다. 연도별로는 2022년 415건(1만3844정), 2023년 345건(1만1729정), 2024년 276건(1만2883정)으로, 매년 1만2000여정 안팎이 꾸준히 처방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처방으로 추정된다. 2022년 323건, 2023년 249건, 2024년 228건 등 전체의 70~80%가 ADHD 진단 없이 처방됐다.

5~9세 아동에 대한 처방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5~9세 처방 건수는 2022년 25만4871건에서 지난해 35만4342건으로 3년 만에 39% 늘었다. 같은 기간 처방량은 843만7664정에서 1310만2633정으로 55% 급증했다. 최근 3년간 누적 처방 건수는 92만9997건, 처방량은 총 3271만9214정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약 20%(처방 건수)는 비급여로 이뤄졌다.
의료계 안팎에선 특히 만 5세 미만에 대한 비급여 처방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약학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이 처방된 ADHD 치료제인 '콘서타OROS서방정'은 5세 이하 소아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아 가급적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뒤이어 많이 쓰인 '메디키넷리타드캡슐'과 '페니드정'은 6세 이상부터 사용할 수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 의원에서 보호자 요청에 따라 처방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과열된 조기교육 열풍이 ADHD 치료제 사용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5세 딸을 서울 대치동 학원으로 보내는 30대 주부 김모씨는 "주변에서 '반짝 집중이 잘 된다'며 약 처방을 고민하는 엄마들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달 2일 맘 카페에는 "발달센터에서 ADHD약을 권유했다"는 5세 아동 부모의 글도 올라왔다.
약사 A씨는 "치료 목적이라면 비급여 처방이 금지되기 때문에 영유아에게 ADHD 치료제가 오남용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의진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영유아기의 산만함은 진단도 어렵고 검사 정확도도 낮다"며 "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데다 약물치료보다 부모 교육, 행동 치료가 우선 돼야 한다. 아이를 억지로 앉히기 위해 약을 먹일 이유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서명옥 의원은 "비급여를 통해 마약류 처방이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물이 영유아에게까지 처방되는 현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조기교육 열풍에 편승한 약물 남용을 막기 위한 정부의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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