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광양항, 북극항로 시대 국가 물류 전략 거점으로"

오마이뉴스 2025. 10. 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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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립순천대학교 물류학과 김현덕 교수

[오마이뉴스 기자]

 2029년 완공 예정인 광양항 스마트항만 조감도.
ⓒ 여수광양항만공사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해운과 물류 질서를 재편하는 전략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북극해의 해빙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그 결과 북극항로는 더 이상 이론적 가능성이 아닌 실질적인 미래의 해상 물류 노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동북아와 유럽을 잇는 이 항로는 기존 수에즈 운하보다 최대 40% 짧은 거리로, 운송 기간과 비용 모두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간 항해 가능일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북극항로 시대는 새로운 해상 교역 질서에 적응할 것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여수광양항은 지역 항만의 범주를 넘어, 국가 산업을 견인하는 전략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항만 물동량 중 약 20%를 담당하며, 철강 원료나 에너지 자원과 같은 산업 기반 화물의 수입 및 유통을 담당하는 국가 핵심 항만이다. 2023년 기준 연간 처리 물동량은 약 2억 400만 톤에 달하며, 철광석, 원유, 석탄, 액체화학제품 등 비컨테이너 화물 분야에서는 국내 최상위 처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컨테이너 부문에서도 환적을 포함한 처리 물량이 증가하고 있어, 복합물류항만으로서의 가능성도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은 여수광양항이 국가 산업과 직접 연결된 항만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여수국가산단 등 대규모 제조단지가 배후에 밀집해 있으며, 이는 원자재 조달과 제품 수출을 항만과 실시간으로 연동시키는 산업-항만 융합 모델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철강·석유화학 산업은 과잉 공급, 탄소 감축 압력, 중국의 저가 물량 확대, 미국의 고율 관세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북극항로 활용은 원자재 조달의 시간·비용 효율성을 높여, 국내 산업의 공급망 재편과 경쟁력 회복에 이바지할 수 있다.

한편, 세계 주요 항만들은 지금 '미래형 항만'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투아스항은 전자동 하역 시스템을 갖췄고, 로테르담항은 수소 중심의 녹색 항만으로 전환 중이다. 일본의 요코하마항은 통관절차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물류 효율을 높이고 있다. 여수광양항도 LNG, 암모니아, 수소와 같은 차세대 연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탄소포집·저장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탄소중립 시대에 부응하는 녹색에너지 항만으로의 전환이 선제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특히, 북극항로를 통해 증가할 수 있는 극지 자원 및 에너지 물류의 전초기지로서, 기존 항만들과 차별화된 전략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기술이나 인프라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지속 가능한 항만 경쟁력의 원천은 사람에 있다. 스마트 물류, 친환경 운영, 북극항로 대응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할 인력 없이는 미래 항만의 지속가능성도 보장할 수 없다. 여수광양항을 거점으로 해운·물류 전문 인력을 양성할 교육 및 연구 기반이 시급하다. 해양물류대학원 설립, 북극항로 전문 과정 개설, 항만기술 특화 연구소 구축 등 교육·R&D 플랫폼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여수광양항은 '탄소중립 산업 항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실험할 수 있는 최적지다. 수소·암모니아 수입항, 재생에너지 연료의 물류 거점, 탄소배출권 거래 인프라 등 저탄소 경제 기반 시설을 항만 중심으로 집적시킬 수 있다. 여수광양항은 산업·기후·물류가 융합되는 새로운 항만 모델을 실현할 가능성을 이미 갖추고 있다. 여수광양항은 변화의 중심에서 새로운 항만 패러다임을 실현할 실험장이자, 미래 산업전략의 기회를 선도할 무대이다.
 지난 3일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운영사에 친환경 하역장비인 전기 야드트랙터 10기가 무상 지원돼 본격 투입됐다. 2025. 7. 3
ⓒ 여수광양항만공사
"부산항, 여수광양항 '이원화 육성'... 국가 전략 차원 검토 필요"
"부산항은 컨테이너 환적 중심, 여수광양항은 북극항로 물류거점"

국가 전략 차원에서, 부산항과의 기능 분담과 상호 보완 또한 필요하다. 부산항이 글로벌 컨테이너 환적 중심지라면, 여수광양항은 비컨테이너·에너지·북극항로 특화 물류거점으로 기능을 분산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적 이원화는 국가 전체 해운물류 네트워크의 위험을 분산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충격에도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여수광양항은 이미 핵심 기반을 갖춘 상태다. 비컨테이너 처리 역량, 성장 잠재력이 있는 컨테이너 물동량, 산업과 연결된 물류 구조, 미래 에너지를 포용할 인프라, 그리고 인재를 육성할 잠재력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정책적 결단과 실행력 있는 추진만이 요구될 뿐이다. 지금이야말로 여수광양항을 북극항로 시대의 제2 국가 물류 축으로 명확히 자리매김할 역사적 시점이다.

여수광양항은 단지 한 지역의 물류 기지가 아니라, 철강·석유화학 등 대한민국 주력 산업의 위기를 돌파하는 출구이며, 기후위기 시대에 대한민국의 물류 자주성과 산업 경쟁력을 지킬 전략적 거점이 될 수 있다. 북극항로 시대의 새로운 교역 질서 속에서, 여수광양항은 산업, 물류, 에너지, 인재가 융합된 '대한민국형 복합항만 모델'의 미래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도약할 것이다.

이 결정은 단지 한 항만의 방향을 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산업·물류 전략이 어디로 향할지를 가늠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것은 곧, 대한민국이 기후위기와 물류 재편이라는 전 지구적 전환기에 어떻게 응답하고, 어떤 위상으로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는 일이다.
 국립순천대학교 물류학과 김현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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