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AI 데이터센터, 국가 경쟁력의 전환점 삼아야

한반도 역사에서 민족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 순간을 꼽으라면 조선 말기의 ‘개화 실기(失期)’를 들 수 있다. 산업혁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서구 열강이 군사력과 자본을 앞세워 세계 질서를 재편할 때, 조선은 척화비를 세우며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그 결과는 망국과 분단이었다. 역사의 교훈은 분명하다. 거대한 기술 전환기에 뒤처지면 국가 경쟁력이 송두리째 흔들린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전환기는 인공지능(AI)이다. 개인 비서, 녹음 요약, 이미지 생성처럼 이미 생활 속에 스며든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질서를 바꾸는 일반목적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모은 데이터는 성장의 자산으로 작용한다. AI가 산업 구조와 기업 순위를 뒤바꿀 잠재력을 지녔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이 거대한 흐름을 현실로 만들 핵심 인프라가 바로 ‘AI 데이터센터’다. 수만 장의 GPU를 갖추고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 연산해 전 세계 수요를 처리하는 하이퍼스케일 시설이다. 세계 각국이 유치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가 SK그룹과 손잡고 아시아·태평양 거점으로 울산을 낙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울산의 제조업 기반, LNG 열병합 발전에 기반한 안정적 에너지 공급, 해저 광케이블로 연결된 지리적 장점을 들며 AWS를 설득했다고 한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AI를 매개로 국가 균형 발전의 기틀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청년들이 고향에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혁신을 꿈꾸는 출발점이자, 방대한 데이터가 저장, 연산되는 거점으로서 한·미 경제동맹의 디지털 안보 자산이 될 수 있다. 지역 기업·대학·연구기관과 연계해 산업 경쟁력과 인재 양성을 동시에 촉진하는 허브로 기능할 전망이다. 울산시는 향후 30년간 약 7만8000명의 고용과 25조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기대한다. 규모가 기가와트(GW)급으로 확장되면 투자도 70조원대로 커질 거라고 예측한다.
앞으로 과제는 전력 인프라다. AI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울산은 정부가 추진 중인 분산에너지특구 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지역 내 전력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전력 직거래나 차등 요금제 같은 특례를 통해 비용 안정성을 높일 제도적 기반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과학적 근거 없는 전자파나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를 투명한 소통으로 해소한다면,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국가 경쟁력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조선 말기의 실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반드시 기회를 잡아야 한다.
김민기 KAIST 경영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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