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부담 커졌지만…숨은 진주 널렸다
일본 증시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뜨겁다. 지난 4월 급락 이후 한 달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더니 8월 이후 연일 천장을 뚫고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일본 증시가 완만한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주가지수가 역사상 최고치에 이르며 가격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일본 기준금리 변동 추이와 정책 방향성을 예의주시하며,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반도체, 오름세 주도
일본 대표 주가지수 닛케이225는 지난 4월 한 차례 급락한 이후 줄곧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4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인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닛케이225는 하루에만 지수가 8% 급락했다. 그러나 금세 회복하며 9월 들어서는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닛케이225는 9월 24일 4만5630포인트로 거래를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4월 저점과 비교하면 무려 48% 높은 수치다.
최근 일본 증시 강세는 미국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과 일본의 관세 협상 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된 데 이어, 미국이 최근 기준금리를 내리며 글로벌 증시 전반에 훈풍이 분다. 관세 우려 완화는 직접적으로 일본 기업 실적 부담을 덜어주고 미국의 금리 인하는 주식 투자 선호도를 높인다.
일본 내부 정치 상황도 증시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24일 열린 자민당 총재선 후보 공개 토론회에서 차기 정권의 재정 확대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토론회에서는 물가 상승 대응을 위한 소비세 감세 문제를 두고 모든 후보자가 해당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정 확장 정책으로 시중에 현금이 풀리면 상당 부분이 주식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호재로 꼽힌다.
종목별로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최근 일본 증시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9월 24일 미국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함께 새로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5곳 설립 계획을 발표한 뒤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반도체주 역시 9월 지수 상승을 견인하는 중이다. 9월 24일 종가 기준 레이져테크(41%), 도쿄일렉트론(34%), 디스코(28%) 등이 9월 들어 30~40%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닛케이225가 8%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주 강세가 두드러진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일본 증시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내년 초 4만7000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상반기 닛케이225 밴드 상단을 4만7500포인트로 제시했다. 9월 24일 종가 대비 약 4%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닛케이225가 9월 들어서만 8%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로 갈수록 우상향 곡선 기울기는 완만해질 전망이다.

AI·방산·소비재 유망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신중한 접근을 권고한다. 그동안 일본 증시가 가파르게 오른 만큼 일부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증시는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단기 숨 고르기 구간 진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본은행의 상장지수펀드(ETF)·리츠 매각 속도 확인과 3분기 말 자산 재배치(리밸런싱)를 앞두고 일시적 되돌림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민당 총재 선거 전 정책 구체화와 10~11월 기업 실적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최대 변수로 꼽힌다. 일본은행은 지난 7월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 의사록을 최근 공개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일본은행 위원들은 경제 활동 개선과 물가에 따라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통화 완화 정도를 조정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당장 10월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쿠라이 마코토 전 일본은행 이사는 9월 24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 동향에 따라 일본은행이 빠르면 10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경제가 뚜렷하게 악화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를 고려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도 4분기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점친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내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BOJ의 통화 정책 정상화로 일본 내 장기 금리 상승 현상이 이어진다”며 “4분기 BOJ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 경우, 일본 주식 가격을 인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비해 은행주에 투자하라는 조언이 눈길을 끈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나 리소나홀딩스 등이 유망 투자처로 꼽힌다. 은행은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예대마진이 늘어 이익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하로 일본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절상되면 일본은행의 통화 정책 정상화가 미뤄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일본 내 임금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면 소비주 투자가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유명 잡화점 브랜드 무인양품을 운영하는 양품계획과 대형 항공사 전일본공수(ANA)·일본항공(JAL) 등이 임금 인상 수혜주로 거론된다. 고가보다 중저가 제품 위주로 소비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고, 여전히 일본인 해외여행은 코로나19 이전 수치를 밑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대형 전선주 히타치와 후지쿠라를 추천하는 의견도 새겨들을 만하다. 일본 내 전력 수요 확대로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인 데다, 전력 인프라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향후 엔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엔화 절상에 따른 수출주 전반 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리스크다.
일본 방산주도 유망하다는 평가다. 특히 일본 정부가 2027년 방위비를 GDP 대비 2% 목표로 증액하면서 일본 방산 기업의 정부 수주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일본 정부가 미국의 방위비 지출 압박에 따라 유럽의 방위비 지출 수준에 맞춰 목표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은 GDP 대비 5% 수준까지 방위비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일본 방산 기업의 해외수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증권가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주목한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최근 호주 호위함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서 연말 대규모 수주 계약이 기대된다.
단기적으로 일본 증시가 일부 후퇴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바라본다. 향후 일본의 기준금리 추이와 관세 등 영향을 면밀히 살펴, 수혜 가능성이 큰 종목 위주로 비중을 확대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그동안 30년 불황에서 일본 기업들은 상당히 내실을 다졌다. 현재 생존한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개선된 상태다. 여기에 주주친화적으로 변한 기업 태도와 일본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를 감안하면, 일본은 중장기적인 동행이 가능한 시장으로 진화했다는 판단이다. 보다 중장기적인 변화 관점에서 일본 증시를 바라보면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오한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조언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9호·추석합본호 (2025.10.01~10.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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