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더 오른다는데…아파트 청약 어디에
서울 광진구 전셋집에 거주하는 이 모 씨는 주말마다 주변 아파트 임장을 다니는 중이다. 이재명정부 대출 규제로 집값이 떨어질까 기대했지만, 오히려 서울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이 씨는 “대출 규제에도 서울 광진구를 비롯한 한강벨트 아파트값이 치솟아 자칫 내집마련 시기를 놓칠까 걱정된다”며 “주택담보대출 6억원 한도가 문제인데, 전세금과 보유자금을 최대한 끌어모아 14억~15억원대 아파트를 매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이재명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틀어막은 대출 규제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에도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집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2% 오르면서 전주(0.09%) 대비 상승폭이 커졌다. 무려 3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 27㎡는 9월 들어서만 세 차례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부의 6·27 대출 규제 전인 지난 6월 14일 14억4000만원에 실거래됐는데 9월 들어 4일 15억원, 8일 15억9500만원, 13일엔 16억원에 주인을 찾으면서 연일 고공행진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재건축 추진 단지와 역세권 대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증가하고 상승 계약이 체결되는 등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추석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는 지속될까. 부동산 전문가 의견을 받아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 흐름을 진단해봤다.

공급 부족에 금리 인하 영향
매경이코노미가 부동산 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이 “추석 이후에도 서울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중 5명은 “연말까지 집값이 1~3%가량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값이 5% 이상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도 3명이나 있었다.
전문가들이 집값 상승에 베팅한 이유는 뭘까.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주택 공급 부족이다. 서울은 당장 올해 10월부터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한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 빅데이터랩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10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46가구에 그친다. 인천, 경기를 포함,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1128가구에 불과해 9월(5395가구)보다 79% 감소한다. 2015년 5월(1104가구)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내년 이후 사정은 더 심각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4만6738가구에서 내년 2만8614가구로 40%가량 줄어든다. 2027년에는 8516가구로 쪼그라들어 1만가구에도 못 미친다.
이를 두고 본 이재명정부는 부랴부랴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 안정 효과를 내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서울 33만4000가구를 포함해 수도권 주택 134만9000가구를 착공하기로 했다. 연평균으로 보면 서울 6만7000가구, 수도권 27만가구다. 다만 이 중 79만가구는 기존에 공급이 예상됐던 물량이고, 이번 대책으로 늘어나는 물량은 56만가구, 서울 14만가구에 그친다.
주택 공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한다. 정부는 LH에 직접 택지 조성부터 분양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시행사 역할을 부여한다. LH 역할을 키워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조치지만 ‘부채공룡’ LH가 제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LH는 공공임대 사업으로 불어난 적자를 택지 매각으로 메우는 구조다. 직접 시행에 나설 경우 적자 규모가 더 커져 공급자 역할에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가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여가구를 착공한다고 밝혔는데, 입주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돼 당장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둘째 기준금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지난 9월 16~17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4.25%로 0.25%포인트 내렸다. 미국 정책금리는 지난해 12월 0.25%포인트 떨어진 뒤 계속 묶여 있다가 9개월 만에 인하가 재개됐다.
연준의 통화 완화 의지가 강해지면서 한국은행도 오는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5월 이후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인 2%포인트까지 벌어졌다가 9월 1.75%포인트로 줄어들면서 자본 유출 압력이 다소 축소된 덕분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엔 호재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대출금리도 떨어져 주택 매수 부담이 줄어드는 덕분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한국도 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라며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자금 조달 부담이 줄어 서울 아파트 매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셋째 전셋값 상승이다. 가을 이사철이 도래하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연일 고공행진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1.5로 전주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는 것은 전세를 원하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시장에 매물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만큼 임차인은 원하는 집을 찾기 어려워지고, 전셋값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9월 5일 기준 2만3132건으로 3개월 전(2만5225건) 대비 8.3% 줄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 내집마련으로 옮겨가는 수요가 늘어 집값은 상승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집값 상승 요인이 많지만, 추가 부동산 규제는 주의해야 할 변수다. 정부는 9·7 부동산 대책을 통해 해당 지역 시도지사뿐 아니라 국토교통부 장관도 직권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실거주 의무가 적용돼 사실상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서울시가 최근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는데, 정부가 머지않아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마포, 성동, 광진구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물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범위를 넓힐수록 인근 지역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서울 인기 지역 청약 물량 노려볼 만
그렇다면 향후 부동산 투자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무주택자라면 서울 인기 지역 청약 물량을 노크해보는 것이 유리하다. 원자잿값, 공사비 인상 여파로 분양가가 연일 치솟고 있지만, 신축 인기가 여전한 만큼 서초구 아크로드서초, 래미안트리니원 등 서울 강남권 아파트 청약을 노려볼 만하다.
서초신동아1·2차 재건축 단지인 서초구 ‘아크로드서초’는 강남역과 뱅뱅사거리 사이에 위치해 강남 업무지구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입지다. 강남대로와 테헤란로, 경부고속도로 서초IC 접근성이 좋다. 지하 4층~최고 39층, 총 1161가구 규모로 일반분양은 전용 59㎡ 56가구가 공급된다. 분양가는 서초그랑자이 등 주변 시세를 고려하면 3.3㎡당 7000만원대에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입주는 2029년 1월 예정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3주구를 재건축하는 ‘래미안트리니원’도 눈길을 끄는 단지다. 총 2091가구 규모로, 강남권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단지다. 이 중 전용 59·84㎡ 505가구가 일반분양 몫이다. 잠원동 신반포21차를 재건축한 ‘오티에르반포’도 적잖은 시세차익을 기대할 만하다. 지하철 7호선 반포역 초역세권 단지인 데다, 3호선 잠원역도 멀지 않다. 후분양 단지로 총 251가구 가운데 78가구가 일반분양된다.

대출 규제 지속…무리한 레버리지 유의
인기 지역 청약 물량이 많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이 변수다. 청약가점이 낮다면 분양, 입주권 매물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6·27 대출 규제 이후 분양, 입주권 투자 열기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볼 만하다.
분양, 입주권은 개념이 조금 다르다. 분양권은 아파트 일반분양에 청약해 당첨으로 취득한 권리를 말한다. 초기 계약금 10~20%가량을 납부한 뒤 대출을 활용해 중도금, 잔금을 납부하는 경우가 많다. 투기과열지구인 강남 3구와 용산구는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의 전매제한 기간이 적용된다.
이에 비해 입주권은 재개발, 재건축 조합원이 신축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다. 분양권은 분양가가 공개된 만큼 비교적 거래가 쉽지만, 입주권은 거래할 때 조합원 권리 등을 확인해야 하는 만큼 절차가 까다롭다.
최근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단지는 서울 성동구 행당동 ‘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이다. 총 958가구로 행당7구역을 재개발한 단지다. 지하철 2·5호선과 분당선·경의중앙선이 지나는 왕십리역이 가깝다. 전용 59㎡ 입주권이 최근 20억원에 실거래됐다. 영등포구 당산동 ‘e편한세상당산리버파크’는 지하철 2·5호선 영등포구청역, 2·9호선 당산역이 인접한 역세권 단지다. 지난 6월 전용 84㎡ 입주권이 16억5416만원에 손바뀜했다.
신보연 교수는 “서울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데다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증가로 당분간 한강벨트와 역세권 신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대출 규제를 계속 강화하는 만큼 금리 인하 초기 단계에서 매수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자금 부담이 크다면 사업 초기 단계인 서울 강북권 재건축 단지를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일례로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아파트를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꽤 있었다.
1987년 준공된 상계주공5단지는 상계주공 15개 단지 중 입주까지 끝낸 ‘포레나노원(8단지 재건축)’에 이어 두 번째로 재건축 속도가 빠른 단지다. 현재 총 840가구를 최고 35층, 5개동, 996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게 목표다. GS건설과의 시공 계약 해지 사태를 겪었지만 최근 한화 건설부문을 새 시공사로 맞으면서 분위기가 살아나는 중이다. 상계주공5단지 전용 31㎡는 한때 매매가가 4억원대로 떨어졌지만 최근 5억원에 실거래되며 서서히 반등하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정비계획 수립에 나선 상계주공1, 3단지도 추천단지로 손꼽힌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무주택자는 사업 초기 재건축 단지나 역세권 아파트 급매물을 매수해 전월세에서 탈출해야 할 때”라며 “1주택자는 직주근접을 갖춘 상급지로 갈아타는 등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볼 만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무리한 대출을 낀 투자는 금물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부동산 대출 규제 기조가 내년에도 쉽게 풀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무리한 레버리지를 활용하기보다는 상환 능력을 꼼꼼히 점검해보고 투자해야 낭패가 없다”고 강조했다.
설문에 응답해주신 분들(가나다순, 총 11명)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 김일수 스타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 장경철 부동산퍼스트 이사, 한태욱 전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교수,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9호·추석합본호 (2025.10.01~10.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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