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달라진다...福 터지는 신혼·출산 [스페셜리포트]
#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김영진 씨(37·가명)는 지난해 평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달성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제도를 통해 서울 성북구 장위동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며 ‘서울 내집마련’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그동안 무수히 청약 실패를 맛봤지만 결혼한 지 2년 만에 드디어 성공했다. 결혼 전 독신 세대주 시절 가점으로는 꿈도 못 꾸던 일이었다.
남은 대출 부담이 적지 않지만 최근 걱정을 한시름 놓게 됐다. 올 초 쌍둥이를 임신한 덕분에 신생아 특례대출과 다자녀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집 때문에 결혼과 임신을 계획한 건 아니지만 신혼부부와 육아를 돕는 각종 정부 지원이 늘어나다 보니 과거에 느꼈던 막막함이 조금은 사라졌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혼한 뒤 청약에 당첨됐다”는 글이나 서울에서 결혼 ○년 차 부부가 신혼희망타운 입주권을 따내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는 소식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내집마련을 문의하는 글에는 “가장 빠른 방법은 결혼 후 출산”이라는 조언 글도 달린다.
혼자 사는 1인 가구, 비혼(非婚)이 보편화된 ‘나혼산 시대’에도 불구하고 ‘결혼 메리트’가 재조명되는 모습이다. 단순한 인식 전환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저출생 문제 해결 일환으로 신혼부부와 출산 가구를 겨냥한 각종 혜택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덕분인지 지난해까지 가파르게 줄던 혼인 건수와 합계출산율은 올해 들어 소폭 반등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전년보다 2만9000건 늘어난 22만2000건으로, 2019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올 1~7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늘어난 남녀 13만8267쌍이 혼인신고를 했다. 결혼이 늘며 출생아 수가 13개월째 증가세다. 올 들어 7월까지 누계 출생아 수는 14만780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늘었다. 증가율로만 보면 역대 최고다. 정책 효과가 짧은 시간에 수치로 나타나기 어려운데, 적어도 결혼과 출산을 미루던 부부에게 제도적 ‘당근’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정보가 너무 많아 어디서 어떻게 확인해야 할지 헷갈린다는 점이다. 주거·금융·세제·출산·양육 등 분야별로 흩어져 있는 혜택을 정리해봤다.

결혼·출산하면 청약 혜택 꽃길
신혼부부가 가장 먼저 체감하는 제도는 청약이다. 결혼 여부는 청약 당락에 결정적 변수가 된다. 마침 올 3월 31일부터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과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 중이다. 개정안엔 신혼부부·출산가구의 기회를 넓히는 내용이 여럿 반영됐다.
우선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확대됐다. 민영주택 전용 85㎡ 이하 분양 물량의 23%까지 신혼부부 몫으로 나온다. 이전보다 5%포인트 늘었다. 국민주택과 공공주택의 비율은 이전과 같이 각각 30%, 10~15% 이내로 유지된다.
신생아가 있는 가구는 청약 당첨 기회가 더 높아졌다. 입주자 모집 공고일을 기준으로 2년 내 태어난 자녀(임신·입양 포함)가 있으면 지원할 수 있는 신생아 우선 공급 물량은 15% → 25%, 신생아 일반 공급 물량은 5% → 10%로 늘어났다. 대신, 국민주택이나 공공주택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은 그대로에 국민주택은 30%, 공공주택은 10~15% 내에 물량을 배정한다.
공공분양 중 일반공급에도 신생아 우선 공급이 도입됐다. 전체 공공분양 공급 물량의 최대 50% 신생아 우선 공급으로 배정한다. 여기서 맞벌이 가구의 소득 기준이 완화됐다. 전용 60㎡ 이하 공공분양 일반공급의 경우 외벌이·맞벌이 여부에 따라 월평균 소득 요건에 맞춰 청약 자격을 주는데, 여기서 맞벌이 가구의 소득 기준이 완화됐다. 기존에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였지만 가점제는 최대 140%까지, 추첨제는 최대 200%(올해 기준 1440만원)까지 완화됐다.
신혼부부가 특별공급에 지원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무주택 요건은 완화됐다. 과거에는 혼인을 신고한 날부터 입주자 모집 공고가 난 때까지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이제는 모집 공고일 기준으로만 소유한 집이 없으면 된다. 배우자가 결혼 뒤 집을 갖고 있었더라도 공고일 전에만 처분하면 청약이 가능하다. 무주택 기간이 길지 않아도 ‘신혼’ 조건만 갖추면 당첨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대신 모집 공고일 기준 혼인 기간이 7년 이내이고,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40%(맞벌이는 160%) 이하거나, 이를 초과하더라도 세대원이 소유한 부동산 가액 합계가 약 3억2500만원(2025년 기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재산 금액의 하한과 상한의 산술평균) 이하인 경우에 해당돼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 혜택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시·경기도 등 지자체는 신혼부부 매입임대, 전세임대, 행복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다. 보증금과 임대료 부담이 크게 줄어 초기 자금 마련이 어려운 부부에게 실질적 도움을 준다.

대출 한도 늘고 금리 낮아져
청약 문턱을 넘었어도 집을 마련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금융 장벽이다. 정부는 결혼·출산가구를 대상으로 각종 금융 특례를 제공 중이다. 물론 정부가 불붙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6·29 대책을 내놓으면서 디딤돌(구매)·버팀목(전세) 등 정책 대출 한도와 소득 요건은 전체적으로 줄어든 상태다. 그럼에도 일반, 생애최초·청년 자격보다는 신혼부부와 신생아 특례로 대출받는 것이 여전히 유리하다.
정리하자면 신혼부부 디딤돌대출 한도는 현행 4억원 → 3억2000만원으로 낮아졌다. 만 2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를 위한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은 5억원 → 4억원으로 1억원가량 줄었다. 대출 한도가 줄긴 했지만 일반(2억5000만원 → 2억원), 생애최초(3억원 → 2억4000만원)보다는 한도가 넉넉하다는 점이 위안이다.
디딤돌대출 금리는 소득 수준과 대출 기간에 따라 연 2.65~3.95%(수도권에서 2.85~4.15%)다. 신혼가구에는 우대금리 0.2%포인트, 자녀 수에 따라서는 우대금리 0.3~0.7%포인트를 적용해주지만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
또 소득이 높은 신혼부부의 경우 디딤돌대출을 받기 쉽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신혼부부 디딤돌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 8500만원 이하가 대상이다. 미혼(생애최초 구매자 기준)의 경우 7000만원이 조건이다. 예컨대 부부 연소득이 각각 6000만원, 5000만원이라면 차라리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기금대출을 받는 게 유리한 셈이다.
디딤돌대출 금리는 소득 수준과 대출 기간에 따라 연 2.65~3.95%(수도권에서 2.85~4.15%)다. 신혼가구에는 우대금리 0.2%포인트, 자녀 수에 따라서는 우대금리 0.3~0.7%포인트를 적용해주지만 둘 중 하나만 택할 수 있다.
부부합산 연소득이 5000만원 이하, 순자산가액 3억37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가 받을 수 있는 버팀목대출 역시 한도가 줄었다. 신혼부부는 수도권 3억원→2억5000만원으로, 지방 2억원→1억6000만원으로 한도가 줄었다. 신생아 특례대출 한도는 3억원→2억4000만원으로 줄었다. 일반 버팀목대출 한도가 수도권 1억2000만원, 지방 8000만원인 점, 청년 대출의 경우 기존 2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신혼부부·출산가구가 대출을 더 받는 구조다. 버팀목대출 금리는 연 2.3~3.3%(수도권 2.5~3.5%)다. 자녀 수에 따라 연 0.3~0.7%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자녀 1명당 4년, 최대 12년간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3. 세제 혜택
결혼·출산하면 3억까지 증여세 ‘0원’
우리나라 증여세는 같은 1억원을 증여한다고 해도 증여받는 사람과의 관계, 나이, 금액에 따라 0원이 될 수도, 1000만원이 넘을 수도 있다. 결혼, 출산 등 생애주기를 잘 활용하면 증여세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우선, 현행법상 자녀에게는 10년마다 5000만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10년 주기로 공제 한도 내에서 나눠 증여하는 게 일반적인 절세 방법이다.
여기서 결혼이나 출산을 앞둔 자녀라면 최대 1억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본 공제 5000만원까지 더하면 총 1억5000만원까지는 증여받아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만약 양가에서 1억5000만원씩 증여받으면 부부합산 3억원까지 비과세로 증여받을 수 있다. 결혼 공제 혜택이 적용되는 시기는 자녀의 혼인 신고일 전후 2년 이내다. 출산 공제는 자녀 출생일로부터 2년 이내 1억원까지다. 단, 결혼 공제와 출산 공제는 중복 적용되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 결혼·출산 공제는 혼인과 출산을 합산해 평생 1억원 한도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태라면 증여일 이후 2년 이내에 혼인신고를 마쳐야 한다. 이때 결혼식 날짜와 상관없이 ‘혼인신고일’을 기준으로 전후 2년을 계산하는 만큼 꼭 날짜에 맞춰 혼인신고를 마쳐야 한다. 만약 외국에서 혼인해 장기간(183일 이상) 해외 거주 중이라면 ‘국내 거주자’ 요건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공제를 받을 수 없다. 또한 혼인·출산 증여재산 공제는 2024년 증여분부터 적용된다. 2023년에 증여한 후 2024년에 혼인신고를 했더라도 증여 시점이 2023년이면 혼인 공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내 집을 구매한 경우에도 세금 혜택이 꽤 크다. 신혼부부나 다자녀 가구가 일정 금액 이하의 집을 구매하면 취득세를 최대 5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추가 감면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양도세와 증여세에서도 특례가 있다. 결혼해 세대를 합친 경우 일정 기간 내에 종전 주택을 처분하면 일시적 2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육아휴직, 부부 최대 월 900만원
신혼부부가 임신·출산을 고민할 때 가장 염려되는 점은 역시 ‘금전 문제’다. 당장 부부 둘이 먹고 살기도 빠듯했는데, 식구가 한 명 늘어난다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하다. 부담은 커지는데 휴직으로 수입은 줄어드는 탓에 아예 출산을 포기하는 이가 많다.
예비 부모 입장에선 다행히도, 정부가 임신·출산 부모에게 제공하는 금전 지원 규모가 나날이 커지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출산 직후 지급하는 바우처 ‘첫만남이용권’ 액수가 늘었다. 과거에는 출생아 1명당 200만원이 일률 지급됐지만, 지난해부터는 첫째 200만원, 둘째 이상은 300만원으로 차등 지원된다. 쌍둥이는 한 번에 500만원, 세쌍둥이는 800만원을 받는 셈이다. 유흥업소나 사행 업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다.
첫만남이용권이 일회성 지원이라면 매달 지속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현금 지원도 있다. 바로 ‘부모급여’다. 2023년 0세(0~11개월) 아동 부모에게 월 70만원, 1세(12~23개월) 아동 부모에게 35만원을 지급했는데 지난해부터 각각 100만원과 50만원으로 인상됐다. 2년간 총 1800만원이다.
자녀가 1세가 넘어서면, 액수는 줄지만 지원은 계속된다. 만 8세 미만 모든 아동에 매월 10만원 아동 수당이 지급된다. 부모급여와는 별개라 중복 수령 가능하다. 예를 들면 0세 아동 부모는 부모급여 100만원과 아동 수당 10만원을 더한 110만원을 매월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이용하지 않는 가정 양육 부모에게는 월 10만원 양육수당이 추가 지급된다.
육아휴직급여도 상승세다. 과거에는 월 150만원이 최대였지만 올해부터 상한이 250만원으로 올랐다. 초반 6개월은 통상임금 100%를 지원한다. 1~3개월은 상한 250만원, 4~6개월은 200만원, 7개월 이후는 통상임금 80%에 160만원 한도까지 준다.
부부가 육아휴직을 함께 쓰는 경우에는 액수가 더 크다. 생후 18개월 이내 자녀를 둔 부모가 육아휴직을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쓸 경우 특별한 혜택을 주는 ‘6+6 부모육아휴직제’가 신설됐다. 1~2개월은 250만원으로 일반 육아휴직과 동일하지만 3개월 땐 300만원, 4개월 350만원, 5개월 400만원, 6개월 450만원까지 늘어난다. 부부가 통상임금 450만원을 넘게 받는 고소득자라면 6개월 차엔 육아휴직급여로만 월 900만원을 받는 셈이다. 첫만남이용권+부모급여+아동수당+육아휴직(최대 기준)을 계산하면 첫 1년 동안 6500만원에 가까운 현금을 받을 수 있다.
휴직 기간 자체도 과거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었다. 맞벌이라면 엄마·아빠 각각 1년 6개월을 쓸 수 있어, 아이가 만 3세가 될 때까지 부모가 직접 돌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대상 연령도 기존 초등 2학년에서 6학년으로 확대됐다. 배우자 출산 시 남성이 사용할 수 있는 유급휴가인 ‘아빠 출산휴가’도 올해 2월부터 기존 10일에서 20일로 확대됐다.
지자체마다 추가되는 금전 지원이 여럿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임신 시 택시에서도 쓸 수 있는 70만원 대중교통 바우처를 지급한다. 경기도는 100만원, 인천시는 50만원이다. 서울시는 무주택 가구에 한해 출생아 1명당 매월 30만원씩 2년간, 총 720만원을 제공한다.
첫만남이용권 외에도 지자체별로 출산장려금이나 축하금 명목으로 일회성 금액을 주는 곳도 많다. 서울시에서는 강남구가 200만원, 광진구가 첫돌축하금으로 100만원을 준다. 다자녀일수록 지원을 강화하는 자치구도 있다. 중구는 첫째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300만원, 넷째 500만원, 다섯째 이상
에는 무려 1000만원을 출산양육지원금으로 쏜다.
인구소멸을 앞둔 지방 지자체는 액수가 더 크다. 첫째 기준 전남 고흥군은 1080만원, 진도군은 1000만원, 전북 김제시는 800만원을 주는 식이다. 다만 해당 지역에서 6개월~1년 이상 거주한 부부에 한해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출산장려금만 받고 이사를 가버리는 이른바 ‘먹튀’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 밖에도 다자녀 가구에는 대중교통 할인, 전기차 보조금, 전기·가스요금 감면 등 생활밀착형 혜택이 신설되거나 확대되고 있다. 대학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 국가장학금 지원 범위도 넓어졌다.

정작 돈 필요한 태아 때 지원 부족
출산·양육 지원 제도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지만 개선할 점이 여전하다.
먼저 예산 집행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정부는 저출생 대응을 위해 오래전부터 막대한 예산을 책정·집행해왔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6년부터 저출생 극복에 투입된 금액은 무려 38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무늬만 ‘저출생’일 뿐, 자세히 들여다보면 출산·육아와 전혀 무관한 항목도 저출생 대응이라는 이름아래 쓰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군무원·장교·부사관 인건비 증액, 대학 육성 사업, 관광 활성화 사업 등 출산·양육과 직접 관련이 떨어지는 사업이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발표하는 저출생 예산에는 교육·청소년·IT 등 직접 관련 없는 항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OECD 기준처럼 오로지 ‘아동돌봄’에 관련된 가족복지에 한정해 지출 규모를 따지면, 한국은 GDP 대비 1.5% 수준에 불과하다. 3%대에 달하는 여타 선진국과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여러 정부 지원이 ‘출생 이후’부터 시작된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사실 가족이 늘어나는 걸 감안해 새로운 소비 계획을 짜는 시점은 ‘임신’ 때부터다. 임신 사실을 확인한 직후부터 더 큰 집을 얻거나 더 큰 자동차 구입을 고민하는 이가 많다. 출생 후 준비하려면 너무 늦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각종 주택·금융·세제 혜택은 대부분 출생신고 이후 적용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생아 특례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우대 조건 등은 아이가 태중에 있을 땐 혜택을 못 받는다. 자동차 취등록세 감면 등도 마찬가지다. 정작 집이나 차 구입이 미리 필요한 임신 시점에는 수혜가 없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박준영 씨는 “쌍둥이 출생이 예정돼 있어 중대형 SUV 구입이 불가피해졌는데, 아직 출생 전이라 취등록세 감면 혜택을 전혀 못 받는다”며 “수백만원에 달하는 돈이라 출생신고 직후에 차를 구입할까도 고민해봤지만, 만삭인 아내 이동 편의를 따지자니 당장 차가 필요해 결국 감면 혜택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해외 주요국은 임신 단계부터 지원을 제공한다. 프랑스는 임신 4개월 이내 등록만 해도 ‘산전 보조금’을 현금 지급한다. 헝가리는 신혼부부가 출산을 계획만 해도 정부에서 한화 약 4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대출해준다. 5년 내 아이를 한 명 낳으면 이자 면제, 2명을 낳으면 대출액 3분의 1을, 3명 출산 시 원금 전액을 탕감해주는 식이다.
출산 이후 ‘양육’ 제도 개선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육아휴직 시 경력 단절이나 승진 경쟁 이탈 등 부작용을 줄이는 제도 개선 노력, 프랑스처럼 정부가 100% 무상 지원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늘리는 방안,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처럼 아빠 육아휴직을 일정 기간 의무화하는 제도 등이 거론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일과 육아 병립이 가능하게 하는 육아 환경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며 “지역별로 불균형한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폭 확대하고 아이를 부담 없이 맡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9호·추석합본호 (2025.10.01~10.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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