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심 무죄인데 검찰 상소, 그만해야"…정성호 "형소법 개정"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검사들이 되지도 않는 것을 기소하고, 무죄 판결이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것 아닌가”며 “왜 이렇게 방치하나”라고 물었다. 검찰의 기계적 상소 관행에 대한 제도 개선을 주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또 ‘1심 무죄 →검찰 항소 →2심 무죄→검찰 상고→ 대법원 무죄’란 상황을 가정한 뒤 “결국 돈 엄청나게 들여 무죄가 확정됐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며 “지금도 그러고 있다”고 했다.

이어 “(판단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을, 그리고 무죄 추정의 원칙을 생각해 억울한 사람 만들면 안 된다. ‘이 사람 유죄일까, 무죄일까’ 이러면 무죄 아닌가”라고 하자 정 장관은 “법원 판결의 기본 원칙”이라고 수긍했다. 이 대통령은 “검사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무죄일 수도 있는데, 무혐의일 수도 있는데’ 하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하자 정 장관은 “검찰은 반대로 운영되어 왔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이 2·3심에서 유죄로 뒤집힐 확률을 묻자, 정 장관은 각각 5%, 1.7% 정도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98.3%는 무죄 받기 위해 돈 들이고 고통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이 “최근에 (검찰이 항소권 남용하는 일이) 많지 않다. 제가 매일 사건 체크하고 있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잘하고 있다니깐 다행인데 시스템적으로 법무부 장관 바뀌면 바뀔 수 있잖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정 장관은 “제도적으로 규정들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며 “명백한 법리 관계를 다투는 경우나 아주 중대하고 예외적인 상황을 빼고는 항소나 상고를 금지하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일차적으로는 대검 관련 사무 예규를 고쳐 항소·상고를 제한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이날 이 대통령은 정 장관과 문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검찰을 겨냥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 고통을 주고, 자기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고 있지 않나”“처벌권을 남용해서 국민한테 고통을 준다” 등의 날 선 발언도 쏟아냈다.
정치권의 관심은 발언의 배경에 쏠렸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대대적인 형사사법 제도 개편을 예고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특별히 사건이나 계기가 있던 건 아니다. 대통령의 오랜 철학”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정 장관은 이날 영미권의 제도를 근거로 언급했다. 미국에서는 1심 재판부가 무죄를 판결할 경우 검사가 해당 사건에 대해 항소하는 것이 금지된다. 미국 헌법 제5수정조항의 이중 위험 금지 원칙 때문이다.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내부에선 정권 출범 직후부터 이런 제도 개선 필요성이 거론됐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의 기계적 상소로 너무 많은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며 “가장 강력하게는 비약적 상고만 두고 무죄 사건에 대해 검찰의 상소권을 삭제하는 식의 형소법 개정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약적 상고란 1심판결에서 법령을 잘못 적용하였거나, 법령 개정으로 인해 형의 폐지나 변경이 있을 때 2심(항소심)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하는 제도를 말한다.
법조계에선 “이중 위험 금지 원칙을 도입한다는 것은 수사·기소 완전 분리에 준하는 매우 커다란 얘기”란 반응이 나왔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은 “미국과 한국은 사법 체계가 아예 다르다”며 “만약 이중 위험 금지 원칙을 대륙법 체계인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에 도입한다면 여기에 동반된 여러가지 제도의 조정이 있어야 한다.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방향을 “이 대통령 사법 리스크 방지용”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이 2심에서 무죄가 났는데 대법원에서 유죄로 바뀌지 않았느냐”며 “(파기환송심을 거쳐)대법원에 가면 다시 100% 유죄가 될 것이 뻔하다. 어떻게든 항소심에서 무죄를 만들고, 상고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 정부조직법의 검찰청 폐지 부분은 1년의 유예기간을 둬 내년 10월 검찰청이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된다. 검찰청의 업무는 신설되는 공소청과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이 맡게 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도 심의·의결됐다. 기존의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해 그 역할을 대신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 법이 공포되면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자동 면직된다.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하는 내용도 있다. 기존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개편된다. 기재부 개편은 2026년 1월 2일부터 적용된다.
국회의 위원회에 출석한 증인이 위증할 경우 위원회 활동이 종료된 뒤에도 고발할 수 있게 하는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도 심의·의결됐다. 이날 심의·의결된 법안들은 관보 게재 절차를 거쳐 다음 달 1일 공포된다. 공포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안건 의결에 앞서 장관들로부터 물가 동향 및 대책 추진 현황을 보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왜 식료품 물가만 이렇게 많이 오르느냐. 이는 정부의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관계 부처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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