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배임죄 폐지 공식화...과도한 경제형벌 110개도 손본다

김경희 2025. 9. 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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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아 온 형법상 배임죄가 70여년 만에 폐지될 전망이다. 다만 배임죄 폐지로 회삿돈 사적 사용ㆍ영업비밀 유출 등 중요 범죄에 대한 처벌 공백이 생기진 않도록, 대체 입법도 동시에 추진한다. 정부는 최저임금법ㆍ근로기준법ㆍ식품위생법 등에 포함된 경제형벌 규정 110개도 1년 내 개선하기로 했다.

30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당정협의회를 열어 이같은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이 과도한 경제 형별로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경제 형벌이란 경제활동을 하다 발생한 행정상 의무위반 등 위법 행위에 대한 벌금ㆍ징역 등의 형벌을 의미한다.

우선 기업들이 “교도소 담장을 걷는 듯하다”고 호소해 온 형법상 배임죄는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1953년 제정된 배임죄는 벌금 단위를 환에서 원으로 바꾸는 것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특히 ‘업무상 배임’의 정의가 모호해서 실패한 경영상 판단도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어떤 게 죄가 되는지 알기 어렵다 보니 경영인들은 적극적인 투자를 망설였고 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졌다.

정부는 기존 배임죄의 주체와 행위 요건을 명확히 하고, 처벌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대체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배임 관련 특별법을 마련하거나, 각 개별법에 구체화한 배임 행위를 규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주요국 배임죄 제도 및 형량 비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대한상의]


또한 중소기업ㆍ소상공인 등 국민의 경미한 행정상 의무위반 68개에 대해선 징역ㆍ벌금형 대신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예컨대 현재 트럭 소유자가 지자체장 승인 없이 짐칸 크기를 소폭 변경하면 최대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원에 처한다. 앞으로는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면 시정명령과 과태료 최대 1000만원 부과에 그친다.

미용실ㆍ세탁소 등 사장이 상호명 변경 신고를 누락했을 때, 기존에는 최대 징역 6개월 또는 벌금 500만원이 부과됐지만, 앞으로는 과태료 최대 100만원으로 완화된다. 비료 포장지의 제품명 등이 습기ㆍ마찰로 훼손된 경우, 근로계약 체결 시 취업 장소ㆍ종사 업무 등 단순사항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에 관한 형벌도 과도하다고 보고, 과태료로 전환한다.

일부 형벌은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과징금을 부과해 금전적 책임성을 강화한다. 배달 로봇 부품 등 경미한 사항을 허가 없이 변경한 경우 징역 3년, 벌금 3000만원 대신 과징금 5000만원을 부과한다. 형벌을 없애는 대신 과징금 한도를 벌금보다 상향했다. 선주상호보험조합 임원이 조합 이익을 부당 배당할 경우 기존 징역 최대 7년ㆍ벌금 최대 7000만원에서 징역 최대 3년ㆍ손해액 2배 이내 배상 책임 도입으로 전환한다.

정근영 디자이너


법을 어긴 행위자뿐 아니라 법인이나 사업주까지 처벌하는 양벌규정도 완화한다. 충분한 주의 의무를 다한 ‘선의의 사업주’를 위해 면책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사업주가 최저임금 미준수, 근로감독관의 시정지시 미이행, 노조 의견미청취 등 3개 조항을 위반할 경우 최대 벌금 2000만원에 처하는데, 앞으로는 주의 의무를 다한 경우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정부는 추후 전 부처 전수 조사를 통해 필요한 경우 양벌규정 폐지 등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당정은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배임죄 외 110개 규정 개선 관련 법률의 일괄 개정을 추진한다. 배임죄는 대체입법 마련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투트랙으로 접근한다. 정부 관계자는 “약 6000여 개의 경제형벌 규정 중 합리화 대상이 몇 개인지 심층 검토 중”이라며 “모수가 줄더라도 1년 내 경제형벌 규정의 30%를 정비한다는 목표는 굉장히 도전적이지만, 최대한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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