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평화 구상 갖고 돌아온 '올드 보이'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

한지혜 2025. 9. 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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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누구보다 진심으로 가자전쟁의 끝을 원해요.”(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에 대한 측근의 전언이다. 블레어는 가자지구 전후 재건과 통치 계획의 핵심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백악관 회담을 통해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실행하기로 합의하면서다. 블레어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유엔·유럽연합(EU)·러시아가 참여한 중동콰르텟(중동 평화 중재 4자 협의체) 특사를 지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가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중국 톈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신챔피언 2025(AMNC25) 연례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블레어가 가자 국제 임시 당국(GITA)의 수장으로 추천되었다”며 “미국이 그가 가자지구의 과도기적 조치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블레어가 유엔 위임 행정부 성격의 GITA를 이끌 후보로 논의되고 있다”며 그를 집중 조명했다. 블레어가 GITA 수장을 맡아 5년 동안 가자지구를 이끌다가 이후 팔레스타인 정부에 통치권을 반환한다는 내용이다.

GITA 설립 방안은 특정국 일부로 있다가 분리된 뒤 독립국으로 활동하는 코소보와 동티모르의 국가 전환을 관리했던 국제 행정 기구를 모델로 했다. 초기에는 가자 남쪽 국경 인근의 이집트에 기반을 두고, 안정이 확보되면 다국적군과 함께 가자 내부로 들어갈 예정이다. 정치적·법적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유엔의 승인도 받을 계획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에 있는 난민 캠프인 부레이지 캠프. AFP=연합뉴스

블레어는 이날 자신의 싱크탱크 ‘글로벌 변화를 위한 토니 블레어 연구소(TBI)’ 공식사이트에 성명을 내고 “트럼프가 제시한 계획은 대담하고 지능적”이라며 “리더십, 결단력, 헌신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임시 국제기구인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의 위원으로도 활동할 예정이라고 FT가 전했다.

블레어는 그간 “가자는 이스라엘이나 하마스가 아닌 불특정 제3자에 의해 통치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주재한 가자지구 전후 구상 논의 회의에서도 “가자지구 주민들은 새 리더십이 들어서기를 간절히 원하며 제2의 두바이가 되기를 꿈꾼다”는 의견을 더했다고 영국 매체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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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는 왜 가자종전을 원하나


지난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왕립 법원 밖에 팔레스타인 국기가 게양되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은 역사적으로 중동 문제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제국주의 시절 석유와 식민지 경영을 바탕으로 중동에 강한 이해관계를 가진 영국은 1917년 밸푸어 선언(Balfour Declaration) 이후 팔레스타인 문제의 원인 제공자 중 하나로 지목돼왔다. 밸푸어 선언은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의 민족적 고향(국가)을 수립하는 것을 영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블레어 역시 “누구보다 종전을 원한다”고 한다. 하지만 단지 중동 평화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과거 자신의 싱크탱크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가자 주민 추방 계획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지난 7월 FT는 “이스라엘 기업인들이 주도한 가자 주민 이주 및 토지 개발 프로젝트에 BCG와 블레어의 연구소가 관여한다”고 보도했다. 블레어가 겉으로는 중동 평화의 중재자를 자처하지만, 또 다른 속셈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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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가 넘어야 할 산


블레어는 약 9년간 중동콰르텟의 특사로 활동하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지도자들과 긴밀히 협력했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고 2006년 레바논 전쟁 당시 이스라엘의 군사행동 옹호하며 “이스라엘은 10월 7일과 8일 공격을 받은 후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며 헤즈볼라와의 전쟁을 지지한 발언은 팔레스타인으로부터 불신을 자초했다. 유럽과 아랍 관리들 사이에서도 그의 계획이 “이스라엘 우려에 지나치게 집중돼 팔레스타인인들을 소외시키고 정당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회의론이 나온다고 FT가 전했다.

더구나 팔레스타인인들은 GITA 구상을 두고 “과거 밸푸어 선언 때처럼 위임통치가 예정보다 길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선언 직후 영국은 재빨리 가자지구를 공군 기지이자 임페리얼 항공(영국항공의 전신)의 경유지로 삼으며 30년간 점령한 바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의 난민 캠프인 부레이지에서 한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잔해 위를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는 “가자지구를 지키려 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이스라엘을 설득하는 절차도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실제 마흐무드 아바스 PA 수반은 전후 가자 통치 구상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현재 가자지구는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이후 이스라엘의 대규모 반격으로 도시와 사회 기반 시설이 사실상 폐허가 된 상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계획 구상과 블레어의 재등장으로 가자지구의 재건에 대한 토대가 마련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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