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MBC 탄압 때 손잡고 싸웠는데..." 상암동 울려퍼진 권영국의 일갈

유지영 2025. 9. 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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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오요안나씨 유족 단식 23일차, 종교계도 "이건 아니지 않나"... MBC "정규직 전환은 공정성 어긋나"

[유지영, 유성호 기자]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가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 분향소에서 딸의 명예 회복을 위한 공개 사과와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 정당한 보상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23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의 1주기가 지나고, 어머니 장연미씨의 단식이 23일차에 접어들었으나, 바뀌는 것은 없었다. 유례 없이 긴 명절을 앞두고 산업재해 유가족들과 종교계, 정당,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나섰다.

30일 오전 11시 서울 상암동 MBC 앞에 세워진 고 오요안나씨의 분향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MBC에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이들은 "오씨의 사망이 비정규직 프리랜서이기에 겪은 구조적 괴롭힘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기상캐스터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비슷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고인의 뜻을 잇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어머니 장씨는 기력이 떨어진 탓에 별도로 발언을 하지 못한 채 기자회견 내내 의자에 앉아 있다 부축을 받은 채 분향소로 차려진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단식이 20일이 넘어가면 근육, 장기 등이 약해지면서 회복이 어려워진다.

장씨는 오는 추석을 분향소에서 단식을 이어가면서 딸 오요안나씨를 위한 차례상을 차릴 계획이다. 명숙 활동가(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는 "추석에 여기 차례상이 차려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MBC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영국 "MBC 왜 외면하나" 고함

▲ 고 오요안나 어머니 단식 23일차, 정당·종교·시민단체 호소 "MBC 왜 외면하나" ⓒ 유성호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와 기본소득당,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종교, 시민사회단체 소속 시민들이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MBC의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하며 고인의 명예 회복을 위한 공개 사과와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 정당한 보상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정의당·녹색당·노동당·기본소득당 관계자들도 분향소 앞 기자회견을 찾았다.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리해 변호해온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MBC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많은 ㅅ시민 여러분, 방송국 직원 여러분께 오요안나 어머님의 단식을 주목해주시기를 바란다. 한 어머니가 자식을 가슴에 묻지 못하고 그 죽음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그의 발언에 길을 가던 일부 시민들은 기자회견 현장을 돌아보기도 했다.

권 대표는 자신을 "정의당 대표보다는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권 하에서 MBC가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고 있을 때 함께 손잡고 싸워온 한 시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MBC와 함께 싸워왔던 건 MBC가 이 사회의 어두움을 밝히고 진실을 추구하는 방송이라 믿었기 때문"이라며 "정작 MBC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비정규직과 프리랜서로 위계를 만들고 차별을 조장하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죽음을 선택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쿠팡의 블랙리스트를, 대기업의 산재를 고발할 때 (직원들이) 무슨 심정으로 하고 있는지를 왜 MBC 경영진은 보지 않으려고 하나"라며 "MBC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다른 곳처럼 똑같이 외면한다면 우리는 MBC에 대해 시민으로서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권 대표는 이재명 정부를 향해 "특고·플랫폼·프리랜서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MBC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노동자의 평등을 위해 정부가 함께 나서고, MBC 경영진이 참여할 것을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만이 아니라 본인을 MBC를 지지했던 사람이라고 밝힌 발언자는 또 있었다. 정윤희 총괄디렉터(블랙리스트 이후) 또한 "언론·문화·예술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표현의 자유 탄압, 입틀막 정권에 대한 '바이든-날리면' 사건으로 시달린 MBC를 지지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MBC를 향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소위 빛의 광장에서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존립할 수 있던 MBC가 이토록 문제 해결을 파행적이고 지지부진하게 대한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9년 전 이 자리에서 추모제를 열었던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인 이용관씨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간절한 마음으로 MBC 경영진에게 호소드린다. 우선 사람부터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유가족이 집으로 돌아가도록 유가족의 요구를 받아들여주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지금 당장 오요안나 어머니 앞에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진정성 있는 협상을 해서 목숨부터 살려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사회적 참사로 자식을 잃은 애미는 살아 있어도 산 목숨이 아니다. 오로지 죽은 자식의 명예회복과 다시는 일터에서 자식과 같이 목숨을 잃은 사람이 나오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저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계에서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와 기본소득당,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종교, 시민사회단체 소속 시민들이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MBC의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하며 고인의 명예 회복을 위한 공개 사과와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 정당한 보상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종교계에서도 이날 기자회견에 나섰다. 여호수아 수녀(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IPIC 분과 위원장)는 "오늘 여성 수도자들은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결코 침묵할 수 없는 양심의 물음에 응답하고자 나왔다. 오늘 이 자리에 선 저희 여성 수도자들은 유족 곁에 끝까지 함께 머물겠노라 약속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왜 이토록 누군가의 아픔을 외면하고 눈 감는 사회가 됐나. 비정규직이든 프리랜서든 상관 없이 함께 일하는 동료를 존중하고 살피는 마음, 서로의 인간다움을 지켜주는 돌봄의 문화가 있었다면 오요안나님의 죽음은 막을 수 있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원경 스님(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은 "어머님께서 딸의 분향소에서 단식을 하고 계시다. 이게 도대체 나라인가. MBC 사장님, 전체 구성원 여러분, 이건 아니지 않나"라며 "소위 정론직필을 생명처럼 여기겠다는 MBC에서 이러면 안 된다. 정론직필은 구성원 노동자의 생명을 하늘처럼 여길 때 빛이 나는 법"이라고 개탄했다.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도 나서서 "기독교 신앙에서 저는 하나님 나라의 정의는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온몸으로 공감하며 그들의 권리와 존엄성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라고 배웠다"면서 "기득권층과 자본 편에 선 고용노동부와 MBC가 악과 불의를 행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비판했다.

MBC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은 고용 '공정성'에 어긋나"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와 기본소득당,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종교, 시민사회단체 소속 시민들이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 유성호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가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MBC의 무책임한 태도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MBC는 유족과의 마지막 협상이 있던 다음날인 25일 입장을 내고 "(이들 단체가) 고인의 근로자성 인정을 사실상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면서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이) 고용 공정성에 어긋나며, 방송사 취업에 도전하는 수많은 사회 초년생, 취업 준비생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MBC는 초기부터 이 같은 원칙을 유지해 왔으며,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면 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서라도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면서 "다른 제도적 절차를 거부하고, MBC에 근로자성 인정과 일반직 전원 채용만을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협상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 상암동 MBC 앞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 분향소 앞에 붙은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 중 일부.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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