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K우먼]습작 8년, 장르가 된 장류진…"평생 쓰는 기쁨 느끼고 싶다"
10년 IT 종사, 업의 전환 성공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등단
'달까지 가자' 등 드라마 제작
고교 문학 교과서에 실리기도
총 30만부 팔려 해외서도 인기
어릴 때부터 읽기·쓰기 좋아해
친구들 선거 연설문·자소서 첨삭
소설강좌 듣고 문창과 편입까지
독자가 나의 세계로 진입하게
도입부 쓸 때 가장 어려워
가독성·리듬감에 신경 많이 써
2018년 '일의 기쁨과 슬픔'(창비)으로 한국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장류진은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됐다. 한올 한올 수를 놓듯 촘촘하게 글로 옮긴 평범한 일상은 그의 소설에서 생명력을 꽃피웠고, '하이퍼리얼리즘'이란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일상의 피곤함을 잊을 수 있는 몰입의 기쁨은 장류진 표 소설의 가장 큰 장점. 장류진 소설은 믿고 구매하는 고정독자층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국내 판매량만 16만부를 기록했고, 해외 7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달까지 가자' '연수'를 포함하면 판매량은 30만부에 달하며, 해외 출간국은 점점 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첫 에세이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오리지널스)로 독자와의 접점을 넓히기도 했다. '일의 기쁨과 슬픔' '달까지 가자'가 공중파 드라마로 방영됐고, '일의 기쁨과 슬픔' '연수' 내용은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담겼다.

첫 작품이 대성공을 거두고, 책이 술술 읽히다 보니, 그의 인생도 수월하게 풀려온 줄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가세가 기울어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각자도생한 아픈 가정사를 통과했고, 당장 월세 낼 돈도 없는 상황에 취업 원서를 내는 족족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어둠의 순간도 지나왔다. 소설가란 꿈 역시 삶에 이리저리 치이며 오랜 시간 돌고 돌아 어렵게 이뤄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장류진 작가는 "그런 과정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나 자신을 더욱 선명하게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주목받는 작가로 바로서기까지 어떤 인생 여정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지나왔을까. 장류진 작가에게 질문을 건넸다.
-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해외 일정도 많다고 들었는데, 해외 독자 반응이 궁금하다.
▲올해 초 첫 에세이를 출간하고 홍보활동으로 바쁘게 지냈다. 최근 '달까지 가자'(2021)가 영어로 번역됐는데, 이후 다른 언어 번역 요청이 많이 들어와 관련 컨택을 많이 했다. 조만간 이태리 시에나외국어대학 한국학과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할 예정이다. 해외 반응은 다행히도 좋은 편이다. 어떤 독자가 제 소설이 가만히 듣고만 싶은 노래보다는 떼창하고 싶은 노래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해외 독자들을 만나면서 그 말이 생각났다. 해외 독자분들도 작품과 연관한 자기 삶을 많이 이야기해 주시는 편인데, 제 작품이 공감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 장류진 작가라고 하면 업의 전환을 이룬 후, 하이퍼리얼리즘이란 영역을 새롭게 선보인 작가로 여겨진다.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당시 업의 전환을 이룬 동력은 무엇이었나.
▲ '꿈을 이루기 위해 올인하자' 이런 건 아니었고, 진짜 각을 봤다.(웃음)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2019)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바이럴되면서 청탁이 엄청나게 들어왔다. 책 계약도 몇 건 하게 돼 회사를 그만둬도 할 일이 향후 몇 년간은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이직 1년 되는 시기라 퇴직금을 받아 노트북 하나 장만하면 어떻게든 전업 작가가 되지 싶었다. 적어도 그때 등단작을 읽어주셨던 분들은 이후에도 내 책을 사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 습작을 8년간 했다고 들었다. 글쓰기는 오랜 꿈이었나.
▲어릴 때부터 읽기와 쓰기를 좋아했다. 친구들 반장 선거 연설문부터 대입 자기소개서 첨삭을 도맡을 정도로 쓰는 일이라면 다 좋아했다. 대학 졸업 후 취직 후엔 3년 정도 문화센터 소설 쓰기 강좌를 들었다. 그러다가 바빠져 잠시 중단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시기에 '나 정말 글 쓰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글 쓰는 게 너무 재밌어서 막 쓰기 시작했는데, 주변에 등단하는 사람을 보니 모두 문창과(문학창작과)더라. '난 문창과가 아니어서 (등단이) 안 되나' 싶어 대학원을 알아봤다. 1년은 사이버대에 입학해 회사를 다니며 수업을 듣고, 나머지 1년은 동국대 문예창작과로 편입해 회사를 쉬면서 글쓰기에 몰두했다. 이후 다시 IT 회사에 취직했다.

- 글쓰기를 좋아하는데 IT 회사 취직은 의외다.
▲사실 기자가 되고 싶었고, 실제로 수습을 하기도 했다. 근데 기자가 글만 쓰는 게 아니더라. 기사를 쓰는 것 이외의 모든 요소가 안 맞아 힘들었고 개인적으로 폭력적인 일들도 겪었다. 결국 취업 준비를 다시 했다. 당시 가세가 기울어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당장 다음 달 월세 낼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 입사원서는 내는 족족 다 떨어졌다. '진짜 딱 하나만 돼라' 하는 시점에 IT 회사에 붙었다. 지금이야 IT 회사 인기가 높지만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 초창기라 지금만큼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그래도 드디어 정규직이 됐다는 자체가 너무 좋았고, 협업하는 일도 적성에 잘 맞았다.
- 결과적으로 업의 전환에 성공해 작가로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꿈을 찾아갈 때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우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야 한다.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일을 했을 때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끼는지 자신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알기는 쉽지 않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좋고 싫은 일은 감내하다 보면 하고 싶어지는 일이 생기는 것 같다. '내 꿈은 이거야. 이것만을 위해 달려가야 해'라는 태도보다는 잘 몰라도 여러 경험을 통해 내가 맞는지를 알아보며 꿈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 이미 꿈을 이뤘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꿈속에 사는 것 같다.(웃음) 직장 다니면서 문화센터 다니고, 대학원 다니면서 습작할 때 꿈이 지금의 내 모습이었다. 내가 쓴 이야기가 책이라는 물리적 형태를 띠고, 그걸 읽어주시는 독자가 생기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벌써 책을 4권이나 썼다. 심지어 다음 작품을 기다려주시는 독자분들도 계시고, 좋아하던 작가님들이 제 소설을 읽고 좋다는 인사를 먼저 해주시기도 하고, 더 나아가 해외에까지 번역이 되고 있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을 정말 열심히 읽었는데 그 상을 제가 받기도 했다. 문득 비관적으로 '작가로서 더한 행운은 이제 없다'고 할지라도 지금까지 해온 것에 만족한다. 거창한 꿈은 없다. 지금이 너무 소중하다.

- 글을 쓴다는 건 여전히 즐거운 일인가. 무엇이 가장 어렵게 느껴지나.
▲장편이든 단편이든 도입부를 쓰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백지에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게 쉽지 않다.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썼지'라는 생각을 매번 한다. 독자가 내가 만들어 낸 세계에 자연스럽게 진입하게 쓰고 싶어서 신경을 많이 쓴다. 어렵고 힘들어도 별다른 방법은 없다. 그냥 쓴다. 너무 힘들어도 키보드에 손가락이라도 올리고 있는다.
- 글을 쓸 때 가장 중시하는 건 무엇인가.
▲인간이 가진 모순성, 다면성, 입체성을 가장 염두에 두는 것 같다. 소설을 쓸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세상에 완전무결하게 선한 사람도 없고 혹은 100% 나쁜 악인도 없다"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소설에서도 인물을 구현할 때 그걸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착한사람/나쁜사람, 우리편/나쁜놈, 선/악으로 나눠진 서사도 있을 수 있고 그런 서사가 필요한 이야기도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로서 그런 서사를 즐겨 보기도 하는데, 쓸 때의 저는 인간을 입체적이고 다면적으로 그리는 걸 좋아한다. 사람이 가진 여러 면을 보여주고 싶고, 그 면의 질감도 각각 다르게 그리고 싶은 욕구가 크다. 인간을 다면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소설을 쓰다가 안 풀릴 때 돌려서 답을 얻은 적도 많다. 또한, 가독성과 리듬감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러기 위해 퇴고도 많이 한다. 문장 안에서 리듬뿐 아니라 문장과 문장, 장면과 장면 전환 리듬에 공을 많이 들인다.
-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나 경험이 있나. 어떻게 통과했나.
▲금융위기 당시 가세가 크게 기울었는데, 나는 계속 취업이 안 되고 있을 때다. 어떻게 통과했다기보다는 하루하루 살다 나중에 뒤돌아보니 통과가 돼 있었다.

- 그런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나. 동일한 상황에 처한 독자들에게 해줄 말이 있을까.
▲막상 힘든 상황의 한복판에 있을 때는 내가 얼마나 힘든지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 사실 그럴 때는 남의 조언도 별 도움이 안 된다. 다만, 그럼에도 세상에 허투루 하는 경험은 없다고 하지 않나, 나중에 보면 현재 상황이 나를 더 단단하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 하이퍼리얼리즘이란 독자적인 문학의 영역을 창안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어떤 작가로, 혹은 여성으로, 인물로 기억되고 싶은가.
▲다른 건 없다. 그냥 작품이 좋은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웃음) "나 이 작가의 이 소설 좋아해"라고 기억되면 너무 좋겠다.
▶장류진 작가는 1986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IT 업계에서 약 10년간 일하다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연수' '달까지 가자', 에세이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을 썼다. 제1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제7회 심훈문학대상을 수상했다.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7000원→8만원 폭등"…이틀새 1000% 오른 주식 정체
- 정자 기증 받아 아이 낳은 선택적 싱글맘…알고 보니 아이 이복형제만 '47명'
- "전통 보양식이라는데…" 아동 소변으로 삶은 달걀 커피 中서 논란
- "이게 8년 됐다고요?" 충격받은 의사…12㎝ 젓가락 삼키고 버틴 남성
- "강호동 봄동 비빔밥, 사실 봄동 아니었다" 뒤늦게 드러난 '비하인드 스토리'
- 전쟁 터지자 "멀리는 못 가겠다"… 5월 황금연휴에 예약 10배 몰린 '이곳'
- "전쟁 길어지면 못 먹어…지금이 마지막 기회" 웃돈에 사재기까지 난리난 日
- "이게 다 공짜라고?"…호텔 음료 쇼핑백에 한가득 '얌체 투숙객' 논란
- "아이가 학교에 안 온다" 두 차례 경찰 신고했지만…결국 일가족 비극 못막아
- "3개월치 비가 한꺼번에"…20년 만에 최악 폭우에 하와이 주민 대피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