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이 사라진다...앞서 주목할 이 한 장의 그림

이광철 2025. 9. 30.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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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0일, 이광철의 기록 16] 검찰개혁 제도편_ 첫 번째

[이광철 기자]

 왼쪽부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서울고등검찰청(서울고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서울중앙지검).
ⓒ 권우성
마침내! 검찰청이 사라진다. 2025년 9월 26일 국회가 검찰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는 결정을 했다. 국가적으로도, 그리고 나 개인으로도 특별한 감회를 느낀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 과제 추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기쁨과 함께 착잡함을 느낀다.

검찰은 검찰개혁에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저항했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던 사람들을 짓밟고 도륙했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 선민의식에 절은 거만한 태도로 수사·기소권에 영장청구권 등 엄청난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했다. 얼마 전 국회에서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인 박상용 검사, 최재현 검사의 태도는 국민에게 극도의 환멸과 염증을 안겨 주었다. 어디 이들 뿐이랴? 윤석열은 검찰개혁의 일등공신이다. 이들의 공헌(!) 덕분에 결국 검찰은 해체되었다.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어떻게 추진됐나

이번에 통과된 정부조직법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친다. 이제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의 조직과 직무수행을 정하는 법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검찰은 사라지지만,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는 국가의 존재이유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검찰개혁의 시행착오가 이제 마련될 공소청과 중수청의 설립, 그리고 형사소송법의 개정 작업에 참고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추진을 돌아보고자 한다.

한 장의 그림을 가지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개혁을 풀어가보자.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구조개혁 안
ⓒ 오마이뉴스
위 그림은 2018년 1월 14일 조국 당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이하 조국 수석)이 춘추관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국민들께 설명할 때 사용한 것이다. 그림 왼쪽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의 권력기관의 개요도다. 오른쪽이 개혁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이 그림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관하여 많은 의미들을 함의하고 있다.

첫째,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것은 '검찰개혁'이라는 단일한 과제가 아니라 권력기관 개혁의 차원에서 검찰개혁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검찰개혁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수사권을 둘러싼 검경간 권한 배분의 문제로 귀착된다. 문재인 정부는 수사·기소의 국가형벌권 행사의 프로세스를 새로 정립한다는 관점을 세웠다.

둘째, 권한의 분리·분산, 그리고 상호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위 그림에서 신설되는 기구 내지 제도만 보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실제 입법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가수사본부, 자치경찰제 전면화이다. 권한의 분산의 면에서 보면, 검찰의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수사 및 기소권을 공수처로 분산하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폐지하여 검경 관계를 상호 협력관계로 전환하였다. 검찰의 경우 모든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던 것을 2차적·보충적 수사와 기소만 맡고 특수사건(경제·금융 등)은 특정 분야의 직접 수사만을 담당하도록 하였다. 국정원의 국내직무인 국내보안정보 및 대공수사권은 삭제하였다. 경찰 역시 권한의 분리·분산원칙으로 국가경찰 및 자치경찰로 나누고, 국가경찰의 경우 행정경찰과 수사경찰로 나누어 신설되는 국가수사본부에 수사권을 위치시켰다.

셋째, 위 그림을 보면, 수사·기소의 분리원칙을 채택하되, 단계적인 분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점 검찰에게 2차적·보충적 수사와 기소만 맡고 특수사건(경제·금융 등)은 특정 분야의 직접 수사만을 담당하도록 한 점에서 알 수 있다. 경찰 수사역량이 충분치 못한 점, 이른바 적폐수사를 검찰이 담당하고 있는 점 등이 고려되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단계적인 수사·기소 분리원칙을 채택하였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 2018.1.14
ⓒ 연합뉴스
넷째, 이 그림에 관한 발표를 '조국' '민정수석'이 담당했다는 점이다. 권력기관 개혁 과제가 민정수석실의 업무가 된 것에 '조국'을 빼고 설명할 수 없다. '조국' '민정수석'이 '검찰개혁 업무'를 맡게 된 것이 문재인 정부 5년의 그 온갖 전쟁터같은 상황은 물론 윤석열 정권의 탄생의 발화점이 될 것을 그때 예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저 그림을 도안한 나로서는 지금도 저 그림을 보면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의 기능과 역할을 존중했다. 검찰이 국가형벌권 행사의 주관자로서 수사절차의 적법성을 통제하여 품격있는 수사, 인권보장에 철저한 수사의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집행할 것을 지시하였다. 검찰의 직접 수사는 사회적으로 보다 엄중한 사안에 대하여 제한적이고 절제되게 행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는 경찰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안착된 다음에 모색할 일이라고 하였다.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선택한 것도 검찰개혁에 대한 그의 강력한 의지표명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이러한 검찰 존중과 검찰에 대한 바람은 철저하게 배신당했다.

2018년 2월 검경수사권 조정의 구체적인 작업이 시작되었다. 조국 수석은 검경을 테이블에 앉히는 것은 실효적인 방안이 아니라고 보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수사권 조정 테이블에 마주앉아 무한한 "쌈박질"만을 한 검경의 모습을 직접 목격한 경험의 소산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마련된 방도가 법무부장관과 행정안전부장관 사이의 합의 도출이었다. 조국 수석은 법무부·행안부 장관을 모시고 수사권 조정의 구체적인 방도를 논의하였다. 박상기 장관은 형법·형사소송법 학자로서 수사 절차에 이론적 조예가 깊은 분이었다. 김부겸 장관은 정치인 출신으로 권력기관 개혁의 대의에 깊은 공감과 이해를 갖고 있었다. 중간에 법무부와 경찰청의 개혁위원장인 한인섭 서울대 교수와 박재승 변호사가 합류하여 수사권 조정에 관한 시민의 관점을 보탰다.

나는 이 테이블에 일종의 서기로서 배석하여 세 분 또는 다섯 분의 논의를 기록하고 쟁점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중간에 난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두 분 장관의 상호 이해에 터잡은 양보와 결단 덕분에 합의안이 도출되었다. 정부 차원에서 검·경을 관리 감독하는 장관들이 수사권 조정방안을 합의한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통령께 보고드려 재가를 받았다. 조국 수석이 이낙연 총리를 찾아가 수사권 조정 정부합의안이 나오게 된 경위와 내용을 보고했다.
▲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부터)과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이 2018년 6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한 뒤 취재진을 향해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2018년 6월 21일 역사적인 수사권 조정 정부합의문이 발표되었다. 이낙연 총리가 내용을 발표하고,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이 합의문에 서명했다.

2019년 4월 29일 검찰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입법 시간표 작동

수사권조정 정부합의문 발표 이후 나는 조국 수석의 지시에 따라 바로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공수처법 제정 및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법무부 검찰국,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과 협의를 하고 이 내용을 조국 수석에게 보고했다. 조국 수석은 수사권 조정에 관하여 민주당과 긴밀하게 소통했다. 이 과정을 거쳐 2018년 11월 13일 백혜련 의원이 '검찰청법 일부개정 법률안'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송기헌 의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국회 통과는 순탄하지 않았다. 당시 집권 민주당은 1당이기는 했지만,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했다. 특히 검찰개혁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몽니는 상상 이상이었다.
▲ 박주민과 악수하는 이상민 위원장 이상민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이 2019년 4월 29일 오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후 박주민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민주당은 검찰개혁과 정치개혁을 묶어 정치연합을 도모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국회 의석을 보유한 주요 정당이 연합하여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하고 여기서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법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법안의 입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2019년 4월 29일 밤 10시경 국회 사개특위가 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였고, 그 다음날인 4월 30일 오전 12시경 국회 정개특위가 선거제 개혁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였다. 이제 240일의 시간이 지나면 이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다. 마침내 검찰개혁 입법의 시간표가 작동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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