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은 해킹 ‘맛집’ 됐나...먹잇감은 많은데 담장은 허술 [스페셜리포트]
왜, 한국은 해킹 ‘맛집’ 됐나
먹잇감은 많은데 담장은 허술
한국이 유독 해커들 ‘집중 타깃’이 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크게 4가지 원인을 지목한다. 높은 디지털 전환 비율, 낮은 보안 투자, 지리적 위치 그리고 암호화폐와 다크웹 등장이다.
한국은 기업, 정부의 디지털 전환 비율이 높은 덕분에 온갖 민감 정보가 전산화됐다. 먹잇감이 많다는 의미다. 훔칠 자료는 많은 데 비해 전산화 비율 대비 정보 보호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다. ‘담벼락이 낮은 보물창고’인 셈이다. 두둑한 창고가 허술한데 옆집에는 도둑이 즐비하다. 한국과 인접한 북한, 러시아, 중국은 국가 단위로 해커 조직을 돌리는 해킹 강국이다.
여기에 더해 개인 정보 추적을 막아주는 암호화폐와 다크웹의 발달로 정보를 훔쳐간 해커들의 흔적조차 찾기 어려워졌다. 해킹 조직이 발호(跋扈)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실제로 천재 해커 출신이자 이스라엘 사이버전 전담부대인 ‘8200 부대’에서 해외 총괄을 역임했던 에란 슈타우버 울트라레드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해커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마음만 먹으면 뚫기 쉬운 나라로, 주요 대기업 점검 결과 보안망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해커들의 주요 목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첫째 먹잇감, 즉 서버에 돌아다니는 정보가 많아서다. 한국은 디지털 전환 비율이 높은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디지털 접근성이 최상위권에 속한다. 국가 단위 행정부터 세금 납부, 결제, 송금 등 개인의 경제 활동까지 모두 온라인에서 해결할 수 있다. 편리성은 좋지만, 그만큼 약점이 생긴다. 온라인 서버에 민감한 개인 정보가 모두 저장되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 의존도가 높은 탓에 사이트 마비를 일으키면 행정부터 기업 활동까지 모두 먹통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해커가 사이트를 막고 돈을 요구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해커 요구대로 응할 수밖에 없다. 즉, 정보를 노리는 해커나 서버, 자료를 인질로 잡고 돈을 요구하는 랜섬웨어 유포자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해커는 투자 대비 수익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 입장에서 한국은 투입하는 인력과 시간, 비용 대비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이다.
둘째 사이버 공격 위협은 상당한데 보안 투자와 인력 확보는 미흡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정보보호 공시 종합 포털이 집계한 국내 773개 기업의 2024년 IT 부문 투자 대비 정보보호 부문 투자 비중은 6.29%로, 2021년 이후 4년째 6%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사이버 보안 예산 비중과 비교해 절반에 불과하다. 미국 기업의 IT 예산 중 보안 투자 비율은 13.2%에 달한다.
국내 기업 중 일부는 사이버 보안 인력을 아예 채용조차 않는 경우도 있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가 발간한 ‘2024년 사이버 보안 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이버 보안 인력이 없는 기업 비율이 24%에 달했다. 한국 기업은 정보보호 분야를 당장의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보험성 투자’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조영철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장은 “보안 분야는 즉각적인 매출이나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기 때문에 단기 실적 중심 기업 의사 결정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셋째 지정학적 요인 역시 한국이 해킹에 취약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인접한 국가 북한, 중국,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커 조직을 굴리는 국가다. 북한은 해커 조직 김수키처럼 아예 국가가 나서서 해킹 조직을 운영하기도 한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북한, 러시아, 중국 등 3개국은 해커 조직, 해킹 실력 등으로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국가다. 이들 국가 해커 입장에선 지리적으로 가깝고, 훔칠 정보가 많은 한국을 집중 공격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벌어진 SK텔레콤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은 중국계 해킹 조직이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커가 침투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악성코드는 BPF도어 계열이었다. BPF도어는 평소에는 시스템에 잠복해 있다 해커가 특별한 신호를 보내면 활동을 시작, 서버 보안을 무력화시킨다. 일반적인 서버 방화벽과 감시 체계로는 차단이 힘들다. BPF도어는 중국계로 추정되는 해커 집단이 정부, 통신사, 금융사 등 국가기반시설을 공격할 때 주로 사용하는 수법이다.
전문가들은 BPF도어를 만든 주체가 중국계 해킹 그룹 ‘레드멘션’일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KT 통신망을 해킹해 무단 소액결제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도 중국인이었다. 또 지난 7월에는 북한 배후 추정 김수키 그룹이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한 이미지를 활용해 군 관계기관에 스피어 피싱(특정 개인·조직을 표적화한 사이버 공격)을 시도하기도 했다.
넷째 암호화폐와 다크웹의 발달로 인해 해커 조직이 편히 숨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추적은 더 어려워졌다. 기존에는 자금 거래 흐름 파악, 공격 회선 추적 등의 기법으로 해커 추적이 가능했다. 그러나 자금 흐름 추적이 어려운 암호화폐 등장으로 자금 흐름 추적은 무용지물이 됐다. 랜섬웨어 등으로 협박하는 해커들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로 돈을 전달할 것을 요구한다. 암호화폐 콜드월렛으로 직접 전송하면 자금을 받는 이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
유출된 정보는 다크웹에서 거래된다. 다크웹은 접속 회선을 수십 번 우회해 들어가기 때문에 사용자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출된 개인 정보는 다크웹에서 암호화폐를 이용해 거래된다. 마음 놓고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의 등장은 해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8호 (2025.09.24~09.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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