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덮친 ‘소나무 불치병’…“4000억 쏟아부어도 속수무책”

지난 22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삼정리. 왕복 6차로 국도에 차량이 빠르게 오가는 가운데 포항시 산림병해충 예찰방제단 관계자들이 도롯가에서 작업 중이었다. 이들은 전기톱을 들고 소나무를 베어내고 있었는데, 소나무는 이미 이파리가 누렇게 시든 채 고사한 상태였다. ‘소나무 불치병’이라고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하 재선충병)으로 죽은 소나무들이었다.
장동수 예찰방제단 총괄반장은 “고사한 소나무가 사람이나 차량, 건물 등에 쓰러지는 사고를 막기 위해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지난 1일부터 주택가와 창고·비닐하우스 인근 고사목을 제거했고 현재 도로변의 위험 고사목을 제거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고온·건조한 이상기후와 동해안 극한 가뭄 등 영향으로 재선충병 매개충 활동이 활발해져 포항은 고사한 소나무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장 반장은 “재선충병 고사목 제거 작업만 20년 넘게 해 왔지만 이 정도로 재선충병이 확산된 상황은 처음 본다”며 “오는 연말까지 고사목 제거 작업이 예정돼 있지만 내년까지 계속 방제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포항은 멀쩡한 산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재선충병 확산이 심각한 모습이었다. 크고 작은 야산마다 시든 소나무들이 눈에 띄었고 심한 야산은 산 전체가 누렇게 물들어 있었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 고지대에 위치한 광명일반산업단지에서도 야산 능선을 따라 길게 띠를 형성한 ‘고사목의 숲’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재선충병이 급속도로 번지면서 산단 공장 주변 소나무들도 모두 말라 죽은 상태였다.
국내 재선충병은 1988년 10월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됐다. 길이 1㎜가량인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 몸속에 기생하는데, 이들 매개충이 나무를 갉아먹을 때 생긴 상처를 통해 침투한다. 감염된 소나무는 6일이 지나면 잎이 아래로 처지고 20일 뒤엔 잎이 시든다. 30일이 되면 잎이 빠르게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말라 죽기 시작한다.
경북은 전국에서 재선충병 확산이 가장 심각한 곳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선교 의원이 2021년부터 올해까지 산림청 재선충병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1년 30만7919그루, 2022년 37만8079그루에서 2023년 106만5967그루로 증가한 뒤 지난해 89만9017그루로 잠시 주춤했다가 올해 5월 기준 148만6338그루로 급증했다. 최근 5년간 총 413만7320그루가 재선충병에 감염된 셈이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186만5147그루로 전체의 45.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경북 내에서도 재선충병이 가장 심한 곳은 포항이다. 포항은 지난 5월 기준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소나무가 30만9000여 그루에 달한다. 포항은 울산 울주군과 경북 경주·안동, 경남 밀양·창녕 등과 함께 재선충병 ‘극심 지역’으로 분류됐다.
포항시는 피해 소나무만 베어내는 단목방제뿐 아니라 피해 지역 소나무 밀도를 낮추는 단별작업, 소군락 모두베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어서 중앙 정부의 지원이 긴요한 실정이다.
김선교 의원은 “최근 5년간 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4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쓰고 있지만 피해가 계속 증가해 매우 안타깝다”면서 “소중한 산림이 훼손·파괴되지 않도록 더 철저한 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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