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걷어낸 뒤 20년, 청계천에 쉬리∙백로 노닌다[청계천 복원 20년]
![1970년대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는 청계천 위로 폭 34~36m의 넓은 도로가 만들어져 있었다(왼쪽 사진). 10월 1일은 청계천 복원 20주년이다. 도시계획 중심이 자동차에서 보행자·자연으로 전환됐다는 평가다.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김종호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30/joongang/20250930010148781vtfk.jpg)
“윙~윙~.” 지난 26일 오후 3시쯤 서울 성동구 뚝섬에 자리한 서울시설관리공단 청계천관리처 유지용수관리소. 광진구 자양취수장에서 퍼올린 한강 물을 정수해 청계천에 24시간 보내주는 곳이다. 450마력의 대형 송수펌프가 쉼 없이 가동 중이었다. 이 힘으로 하루 12만t 물이 길이 11㎞ 용수관을 타고 청계천 시작 지점인 중구 청계광장까지 거침없이 흐른다.
이날 유지용수관리소로 처음 온 한강 물은 뿌옇게 보였다. 탁도 6.89NTU(네펠로법 측정 단위)였다. 하지만 침전·정수약품·UV(자외선)소독 등 처리 과정을 거친 뒤 청계천으로 방류될 때는 탁도가 0.83NTU로 확 떨어진다. 음용수 법적 기준(0.5NTU)에 가까워졌다.
이날 낮 12시쯤 청계광장 폭포. 직장인·관광객 등 70여 명이 2~3명씩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하류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셀카를 찍는 외국인, 산책 중인 20대 청년, “엄마, 여기 물고기!” 하며 소리치는 어린이 등 저마다 방식으로 청계천을 즐기고 있었다. 일본인 관광객 미사키(23)는 “친구 소개로 왔는데 도쿄 스미다강보다 더 운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음 달 1일은 청계천 복원 20년이 되는 날이다. 복원 당시 “콘크리트 어항”이라는 비판이 나왔으나 지금 청계천은 하루 평균 4만2000여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2024년 기준). 지난달 말 기준 누적 방문 인원은 3억3000만 명이다. 지난해 외국인만 13만9000명이 청계천을 찾았다.

복원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청계천 고가도로 주변 1000여 개 상점 상인들과의 갈등이었다. “생업에 위협을 받는다”며 극렬 반대했다. 서울시는 상인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이주에 합의했다. 담당 직원들이 상인을 만난 횟수가 4700번에 달했다고 한다. 교통도 문제였다. 청계천 복개도로·고가도로에는 하루 17만 대의 차량이 오갔고 “철거 시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장석효 전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은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버스중앙차로였다”며 “청계천이 버스 정책에도 엄청난 기여를 한 셈”이라고 했다.

청계천은 단순히 뒤덮은 콘크리트를 걷어낸 복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김기호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는 “(청계천 복원 이후) 도시계획의 패러다임이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와 자연, 생활환경 보호 중심으로 전환됐다”고 했다. 실제로 청계천 복원 이후 서울 도심 곳곳의 고가도로가 철거되고 물길이 만들어졌다. 1호가 서대문구 홍제천이다. 이후 관악구 도림천, 중랑구 묵동천 등 서울시내 75개 하천, 334㎞ 물길이 새로 만들어지거나 다듬어졌다.

인공 하천 청계천은 자연화하고 있다. 직선으로 복원한 하천에 모래톱이 쌓이면서 물의 흐름이 곡선으로 바뀌었다. 모래톱에 식물이 자라고, 그 안에 새가 알을 낳는다. 생태학자인 구본학 상명대 명예교수는 “자연의 힘이 인간이 만든 청계천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모니터링 결과,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고유종인 쉬리를 포함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어류들도 발견됐다.

서울시설공단과 국립중앙과학관에 따르면 청계천에 서식하는 생물종은 복원 직후인 2006년 342종에서 2022년 666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160종에 불과했던 식물종 역시 3배가 넘는 492종이 서식했다. 어류의 경우 복원 전 조사에서는 4종에 불과했지만, 올해 2차 조사 결과 28종으로 7배가 됐다. 참갈겨니·피라미·버들치같이 수질이 양호한 곳에 사는 어류도 발견됐다. 청계천은 도심 한가운데 바람길도 만들어 도시의 열을 식혀주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20세 ‘청년’ 청계천의 할 일도 있다. 20여 년 전 설계된 청계천은 비가 오면 우수·생활오수가 합류된다. 약한 소나기에도 우수·오수가 유입되는 수문이 열린다. 생활오수를 따로 흘려보내는 우회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린이들이 물놀이하기에는 아직 수질이 적합하지 않다. 일부 지점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한 대장균이 검출되기도 한다. 전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이 ‘바라만 보는 하천’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라며 “시민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1958년 청계천 복개 과정에서 1420년 수위를 측정하려 놓은 수표교를 장충단공원으로 옮겨놨는데, 여전히 그곳에 있다. 이를 청계천에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20주년을 계기로 (청계천을 비롯한) 서울을 문화와 휴식이 어우러지는 세계적인 명소로 가꿔 시민의 일상에 더 큰 행복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김민욱·문희철·천권필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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