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막장 국가’와 ‘무법 국가’를 상대하는 법

강태화 2025. 9. 3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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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화 워싱턴 특파원

“정부가 기업의 지분을 강제로 갈취하고, 복면을 쓴 정부 요원이 외국인 노동자를 쇠사슬로 묶어 끔찍한 환경 속에 감금하는 나라.”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묘사한 미국이다. 그는 이러한 미국을 ‘막장 국가(shithole nation)’이자 ‘무법 국가(lawless nation)’라고 규정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세계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성공을 거둔 미국이 이렇게 된 배경을 법치의 붕괴에서 찾았다. 정당한 계약을 존중할 거란 근본적 신뢰가 무너졌다는 의미다. 크루그먼 교수는 “트럼프와 추종자들은 미국의 세계적 우위를 체계적으로 약화하려는 캠페인에 몰두하고 있다”라고까지 평가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이 수갑과 쇠사슬에 묶여 체포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정학의 대가 로버트 카플란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석좌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극단의 정치가 제도적 민주주의 시스템을 붕괴시켰고, 이는 미국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권력을 장악한 트럼프에게 민주당은 이미 “급진 좌파 미치광이”다. 미치광이는 대화와 타협을 할 대상이 아닌 제거의 대상이다.

한국은 조현 외교부 장관의 표현처럼 이렇게 ‘달라진 미국’과 상대하고 있다. 정당한 계약과 선의의 약속은 트럼프의 SNS 글 한 줄에 없던 일이 된다. 한국은 당장 25%의 관세를 일방 통보해 놓고 선심을 쓰듯 “3500억 달러의 선불(upfront)”을 내면 15%로 깎아준다는 합의문에 서명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3500억 달러는 협상의 전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고 했다. 그리고 “이는 여야를 떠나 누구라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안만은 초당적 대응이 필요한 국가적 위기라는 인식이다.

그런데 국가적 위기 속 한국 정치는 마비됐다. 여당 대표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트럼프를 조롱하면서도 야당을 향해 “가출한 불량배”라며 “똘마니 주제에 어디다 대고 입으로 오물을 배설하느냐”고 말한다. 목표는 “위헌 정당 해산”이다. 거리로 나선 야당 대표는 여당 대표에게 “반헌법적 정치테러 집단의 수괴”라고 맞선다. 그리고 “목표는 단 하나. 이재명과 싸워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에게 헌법을 일독할 것을 권하고 싶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시설 화재로 온라인 서비스가 중단됐다는 핑계를 댈까 봐 헌법 제1조 1항과 2항을 친절하게 적어 놓는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미국이 법치를 무너뜨리는 ‘트럼프의 나라’가 아닌 것처럼, 대한민국 역시 여당 또는 야당만의 나라가 아니다.

강태화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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