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부활엔 테슬라만 있는 게 아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장기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2차전지 양극재 기업 엘앤에프가 모처럼 주목을 받고 있다. 2023년 2분기부터 올해 5월까지 2년간 내리막을 걷다 6월부터 조금씩 주가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리튬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회복 기대감 덕분이다. 9월 들어 주가는 더 뛰었다. 테슬라로 향하는 양극재 공급 증가로, 2년 만에 흑자전환 기대감이 고조되면서다. 리튬·인산·철(LFP) 양극재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점 또한 높게 평가받는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엘앤에프 주가 급등에도 여전히 상승 여력이 높다고 내다본다. 많게는 40% 이상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다른 2차전지 업체에 비해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NCMA 양극재 출하량 38% 증가
지난 2년간 엘앤에프 주가는 장기 부진의 터널에 갇혔다. 2023년 4월 30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올해 5월 4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전기차 캐즘으로 엘앤에프 최대 고객인 테슬라 생산량이 감소하며 자연스럽게 엘앤에프의 공급 물량이 쪼그라들었다. 설상가상 양극재 핵심 원료인 리튬과 니켈 등 금속 가격이 급락하며 재고평가손실 부담이 확대됐다. 비싸게 사들인 원재료 가치 하락으로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로 인해 엘앤에프 실적은 장기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2023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엘앤에프는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반전됐다. 테슬라 신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엘앤에프가 공급하는 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증권가에서는 줄줄이 엘앤에프 출하량 추정치를 높여 잡는 분위기다. KB증권은 테슬라 신형 전기차 ‘모델Y 주니퍼’의 본격 인도 영향으로 엘앤에프 양극재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95 출하량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엘앤에프 양극재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38%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테슬라가 새롭게 내놓은 6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L’의 중국 수요 호조와 하반기 테슬라 독일 공장 생산능력 확대 계획에 따라 3분기 엘앤에프가 영업이익 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40억원 적자 전망에서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다.
엘앤에프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며 목표주가도 점점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8월 이후 삼성·미래에셋·흥국·KB증권 등이 엘앤에프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다.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엘앤에프 목표주가로 나란히 11만원을 제시했다. 9월 24일 종가(7만4800원) 대비 47%가량 높은 수준이다. DS투자증권은 이보다 높은 12만원을 목표주가로 내걸었다. 현재 주가보다 60% 이상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본 셈이다.
한동안 2차전지 업종을 기피하던 투자자 심리도 개선된 모양새다. 9월 1일부터 24일까지 엘앤에프 주가는 17% 상승했다. 개인·기관·외국인 투자자 모두 이 기간 엘앤에프 주식을 사들였다. 개인이 가장 많은 3165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으며, 기관(1701억원)과 외국인(1820억원) 역시 1000억원대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엘앤에프 주가는 테슬라 신규 모델 판매 호조 등에 따른 3분기 흑자전환 기대감으로 최근 상승세를 나타냈다”며 “제품 판매량 개선세로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실적과 주가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BW 행사 시 지분가치 희석 우려
증권가에서 엘앤에프를 주목하는 또 다른 배경에는 LFP 양극재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한다. 하이니켈 양극재 강자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LFP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엘앤에프는 지난 7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LFP 신규 사업 자금 조달 방안으로 BW 발행을 결정했다. 이후 지난 9월 4~5일 이틀간 일반공모를 진행했다. BW 발행으로 조달한 총 3000억원 중 약 2000억원은 LFP 신규 사업에 전액 투입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를 위해 지난 8월 100% 자회사 엘앤에프플러스를 설립하고 대지면적 약 10만㎡ 규모 LFP 공장 착공을 완료했다.
LFP 양극재는 중저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중심으로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제품이다. 에너지 밀도는 삼원계(NCA) 배터리보다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중국산 제품이 영향력을 잃으면서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되는 LFP 양극재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흐름에서 엘앤에프는 LFP 양극재 사업에 빠르게 뛰어들어 과감한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 7월 SK온과 북미향 LFP 배터리용 양극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다수 글로벌 ESS 업체, 완성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과 공급 계약을 맺기 위한 긴밀한 협상을 이어나가고 있다. 내년 대구국가산업단지에 연산 8만t 규모의 LFP 공장 완공 시 엘앤에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LFP 양극재 생산능력을 갖춘 기업으로 등극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엘앤에프는 국내 양극재 경쟁사 대비 빠른 속도로 LFP 설비 투자를 단행해 ESS 고객사를 확보했다”며 “향후 LPF 수주 소식이 들려올수록 주가는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대목도 있다. 향후 BW 행사로 시장에 주식 수가 늘어나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회사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BW 발행 후 실적 성장과 추가 수주 활동 등 적극적인 주가 부양 활동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엘앤에프에 대해 우려보다는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다. 최근 주가가 치솟았지만 여전히 상승 여력이 높고, 비교기업(피어그룹)과 비교하면 가격도 크게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실적 기준 엘앤에프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26배다. 국내 양극재 상장사 에코프로비엠(198배), 포스코퓨처엠(151배)보다 PER이 낮게 형성된 상태다.
KB증권은 2차전지 업종 내 엘앤에프를 최선호주로 꼽는다. 이창민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 회복과 향후 로보택시·옵티머스 등 신사업 관련 호재가 가득한 상황”이라며 “최근 주가 급등에도 아직까지 진입하기에 무리한 가격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초체력(펀더멘털)과 투자 심리(센티먼트) 모두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다”며 “반면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9호·추석합본호 (2025.10.01~10.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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