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만들어낸 한 편의 블랙코미디

정누리 2025. 9. 2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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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의 개편을 사용자로서 체험하며

[정누리 기자]

카카오톡의 개편 소식이 떠들썩하다. 8천만 고객이 쓰고 있는 만큼, 이 앱의 업데이트는 어떤 것보다도 떠들썩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와의 연락 소통인 SNS는 내 생활에서 가장 밀접한 창구이기도 하다. 특히 카카오톡은 어떤 SNS보다도 다양한 관계가 분포되어 있다. 가족, 친구, 비즈니스 모두가 얽혀있는 SNS계의 멜팅팟이라고도 하겠다. 이 때문에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는 많은 사용자들의 일상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직접 체험해보고 후기를 남기기 위해 일부러 업데이트 버튼을 눌렀다. 첫 느낌은 '어지럽다'다. 카카오톡 정체성 자체를 바꿀 정도로 UX가 크게 변한 듯하다. 개인적으로 눈에 띈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전면이 인스타그램화 됐다. 기존에는 프로필 바꾼 친구를 빨간 점으로 표시해주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화면 비율 70%를 차지하는 전면에 업데이트한 프로필을 보여준다(이에 대해 카카오는 29일 업데이트 전 친구탭 첫 화면으로 복원한다고 밝혔다). 둘째로, 대화창을 폴더별로 분류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다양한 관계의 소통방이 한데 모여있는 만큼, 이제 업무용·취미용·가족용 등 마음대로 대화를 분류할 수 있다. 셋째로, 숏폼 기능이 추가됐다. 이제 유튜브나 인스타 링크 주소가 아닌, 카카오톡 앱 자체에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이에 친구들과 댓글을 남기고 공유할 수 있다.

업데이트 된 카카오톡을 2~3일 정도 PC와 휴대폰을 오가며 사용해 봤다. 최대한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려 했지만, 내게도 이번 업데이트는 아무래도 '30점' 정도 인듯하다.
 작아진 배경사진 스티커, 바뀐 레이아웃
ⓒ 정누리
 카카오톡 업데이트 초기 유행
ⓒ 꿀팁유머
첫째로, 바뀐 프로필 레이아웃의 효과를 모르겠다. 이전 카카오톡은 프로필과 배경사진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었다. 초반에 '프사 꾸미기' 유행이 돌 정도로 참신함과 확장성을 주었다. 이후 나온 글귀와 스티커 꾸미기도 꽤나 재밌는 요소였다. '다이어리 꾸미기'가 취미인 내게 딱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프로필 배치는 그 어떤 재미 요소도 없다. 프로필은 사무용 메신저처럼 왼쪽 구석으로 치우쳐졌고, 사진 변경 이력은 하단에 인스타그램처럼 커져 시선이 분산된다. 게다가 원래 꾸며놓은 이모지가 업데이트를 하면서 호환성 문제인지 크기가 옹졸해졌다. 물론 수정하면 정상화된다. 하지만 스티커 하나 다시 붙였다가 '업데이트한 친구'에 내가 대문짝만하게 뜰까 봐 꺼리게 된다. 부담감이 커졌다. 이제는 프로필 하나도 바꾸기가 망설여진다.
 세 군데 뜨는 알람
ⓒ 정누리
둘째로, 폴더별 분류도 아직 반쪽짜리 기능이다. 우선 대화 카테고리가 생긴 것 자체는 맘에 들었다. 실제로 투잡, 쓰리잡을 뛰는 내게는 유용했다. 대화방이 이리저리 섞여 회신을 놓치거나 엉뚱한 사람에게 답변할까 봐 긴장하는 일도 줄었다. 하지만 편안함도 그뿐, 미확인 알람이 세 군데나 뜨니 정신이 없었다. 자꾸 새로운 메시지인 줄 알고 상단의 알람을 누른다. 상단 폴더명은 '필터' 역할만 해주면 될 것 같다. 또한 예상과 다르게, 별도의 폴더를 눌러보기 전까지는 기존처럼 대화창이 섞여서 나오기 때문에 깔끔한 느낌이 없다. 처음부터 분류별로 대화창을 보여주고, 상단의 알람 아이콘은 빼면 가시성이 더 좋아질 듯하다.
 숏폼
ⓒ 원모타임
셋째로, 숏폼 기능은 우리의 일상까지 뒤흔들어 놓고 있다. 기존에 나를 포함한 주변 친구들은 짧은 영상 등 도파민 위주의 SNS에 피로함을 느껴 인스타나 유튜브를 삭제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런데 일상 앱인 카카오톡에서까지 숏폼 영상을 띄워주니 절로 피곤해진다. 삭제하려고 해도, 취미 생활에 그치는 SNS가 아닌 비즈니스와 생활 모두 연결되어있는 앱이기 때문에 맘대로 지울 수가 없다. 미취학 아동을 둔 주변 지인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일부러 자녀에게 중독적인 콘텐츠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유튜브나 넷플릭스에 제한을 걸어놨는데, 카카오톡에서 이런 기능을 강제로 도입하니 교육에 차질이 생긴다. 오죽하면 인터넷에는 카카오톡의 숏폼이나 불필요한 상업 광고 등을 차단하는 꼼수까지 유행하기 시작했다. 원치 않는 업데이트를 피하기 위해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한다. 카카오톡이 만들어낸 한 편의 블랙코미디다.

카카오톡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감행한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항상 그들의 가장 큰 목표는 체류율 높이기였다. 실제로 카카오톡의 1인당 월 체류 평균 시간이 2021년에는 822분이었다면, 2025년에는 686분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이 문제 의식에 따른 해결 방향은 사용자로서 동의할 수 없다.

업데이트 소식을 모른 채 카카오톡을 쓰던 엄마는 내게 한순간에 바뀐 화면을 들고 와서 '이게 왜 이러는지' 물었다. 오류인 줄 알았단다. 중년층도 대규모로 바뀐 앱 디자인에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마치 키오스크를 보고 난감해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카카오톡은 10대부터 60대까지 어우르는 소통 앱이다. 이를 알면서도 날이 갈수록 사용자에게 불친절한 UX로 바꾸는 카카오톡에 실망스러운 맘이 든다.

다행히도 카카오는 29일 업데이트 이전 카카오톡 친구탭 첫 화면으로 복원한다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친구탭 개선 외에도 여러 UX, UI 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반영해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카카오가 밝힌 대로 지금이라도 어떻게 더 사용자 친화적인 메시지로 진화할지 제대로 고민해 봤으면 한다. 눈이 침침한 할머니를 위한 원클릭 사진 전송 기능이나, 약속을 자꾸 까먹는 아빠를 위한 리마인드 알림, 친구들의 대화 내용을 보고 장소별 약속 장소를 추천해 주는 등의 기능 말이다.

카카오톡은 인스타그램이 되고 싶은 것일까, 유튜브가 되고 싶은 것일까. 둘 다 옳지 않다. 카카오톡은 연령과 세대를 아우르는 일상 저변의 SNS다. 이 독자적인 타이틀이야말로 그들의 정체성이다. 우리는 유행과 시류에서 멀어질까 봐 불안해하는 모습이 아니라, 모든 SNS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허브'를 기대한다. 많은 SNS들이 빼기(-)의 순간에서 흥했다. 글자 수를 제한한 트위터, 사진 한 장으로만 말하는 인스타그램, 1분 짜리 짧은 영상을 보여주는 틱톡과 유튜브 등. 진정 카카오톡의 목표가 체류율 상승이라면, 늪처럼 발이 푹푹 빠지는 무거운 업데이트가 아니라 덜어내기(-)의 미학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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