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만들어낸 한 편의 블랙코미디
[정누리 기자]
카카오톡의 개편 소식이 떠들썩하다. 8천만 고객이 쓰고 있는 만큼, 이 앱의 업데이트는 어떤 것보다도 떠들썩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와의 연락 소통인 SNS는 내 생활에서 가장 밀접한 창구이기도 하다. 특히 카카오톡은 어떤 SNS보다도 다양한 관계가 분포되어 있다. 가족, 친구, 비즈니스 모두가 얽혀있는 SNS계의 멜팅팟이라고도 하겠다. 이 때문에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는 많은 사용자들의 일상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직접 체험해보고 후기를 남기기 위해 일부러 업데이트 버튼을 눌렀다. 첫 느낌은 '어지럽다'다. 카카오톡 정체성 자체를 바꿀 정도로 UX가 크게 변한 듯하다. 개인적으로 눈에 띈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전면이 인스타그램화 됐다. 기존에는 프로필 바꾼 친구를 빨간 점으로 표시해주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화면 비율 70%를 차지하는 전면에 업데이트한 프로필을 보여준다(이에 대해 카카오는 29일 업데이트 전 친구탭 첫 화면으로 복원한다고 밝혔다). 둘째로, 대화창을 폴더별로 분류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다양한 관계의 소통방이 한데 모여있는 만큼, 이제 업무용·취미용·가족용 등 마음대로 대화를 분류할 수 있다. 셋째로, 숏폼 기능이 추가됐다. 이제 유튜브나 인스타 링크 주소가 아닌, 카카오톡 앱 자체에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이에 친구들과 댓글을 남기고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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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아진 배경사진 스티커, 바뀐 레이아웃 |
| ⓒ 정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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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톡 업데이트 초기 유행 |
| ⓒ 꿀팁유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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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군데 뜨는 알람 |
| ⓒ 정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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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숏폼 |
| ⓒ 원모타임 |
카카오톡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감행한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항상 그들의 가장 큰 목표는 체류율 높이기였다. 실제로 카카오톡의 1인당 월 체류 평균 시간이 2021년에는 822분이었다면, 2025년에는 686분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이 문제 의식에 따른 해결 방향은 사용자로서 동의할 수 없다.
업데이트 소식을 모른 채 카카오톡을 쓰던 엄마는 내게 한순간에 바뀐 화면을 들고 와서 '이게 왜 이러는지' 물었다. 오류인 줄 알았단다. 중년층도 대규모로 바뀐 앱 디자인에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마치 키오스크를 보고 난감해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카카오톡은 10대부터 60대까지 어우르는 소통 앱이다. 이를 알면서도 날이 갈수록 사용자에게 불친절한 UX로 바꾸는 카카오톡에 실망스러운 맘이 든다.
다행히도 카카오는 29일 업데이트 이전 카카오톡 친구탭 첫 화면으로 복원한다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친구탭 개선 외에도 여러 UX, UI 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반영해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카카오가 밝힌 대로 지금이라도 어떻게 더 사용자 친화적인 메시지로 진화할지 제대로 고민해 봤으면 한다. 눈이 침침한 할머니를 위한 원클릭 사진 전송 기능이나, 약속을 자꾸 까먹는 아빠를 위한 리마인드 알림, 친구들의 대화 내용을 보고 장소별 약속 장소를 추천해 주는 등의 기능 말이다.
카카오톡은 인스타그램이 되고 싶은 것일까, 유튜브가 되고 싶은 것일까. 둘 다 옳지 않다. 카카오톡은 연령과 세대를 아우르는 일상 저변의 SNS다. 이 독자적인 타이틀이야말로 그들의 정체성이다. 우리는 유행과 시류에서 멀어질까 봐 불안해하는 모습이 아니라, 모든 SNS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허브'를 기대한다. 많은 SNS들이 빼기(-)의 순간에서 흥했다. 글자 수를 제한한 트위터, 사진 한 장으로만 말하는 인스타그램, 1분 짜리 짧은 영상을 보여주는 틱톡과 유튜브 등. 진정 카카오톡의 목표가 체류율 상승이라면, 늪처럼 발이 푹푹 빠지는 무거운 업데이트가 아니라 덜어내기(-)의 미학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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