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탈 쓴 도둑질" 美 때린 친명…위성락 "오버플레이 말라"

오현석 2025. 9. 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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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9일 최근 여권 강경파의 ‘반미(反美)’ 발언에 대해 “지금 미국과의 협상은 상당히 첨예한 상황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오버 플레이’(과도한 행동) 를 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사바 시게루 일본 총리 방안 일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위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에 대해 나오는 이야기들이 꼭 협상의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예컨대 비자 문제도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고, 그걸 넘어서는 전문직 비자라든가 법제화 영역까지 생각할 수 있다”며 “조지아 사태에 대해 국민 감정도 있겠지만, 우리가 (협상의) 목표를 높게 잡는다면 오버플레이를 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여권 내 강경 발언의 영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내 강성 친명계 원내·외 인사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29일 논평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선불로 3500억 달러, 더 나아가 5500억 달러까지 요구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의 경제 식민지가 아니다” “사실이라면 이는 동맹의 탈을 쓴 도둑질”이라고 미국을 성토했다.

지난해 4월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총선 평가 및 조직 전망 논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지난 26일에도 논평을 통해 트럼프의 ‘3500억 달러 선불’ 발언에 대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도 정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도 29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미국의 3500억 달러 선불 압박은 투자협정의 외피를 두른 불평등조약”이라며 “관세 폭탄과 3500억 달러 선불 압박은 수탈과 예속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 실장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up front)’ 표현에 대해선 “(그 진의를) 지금으로선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이 우리 정부가 발신한 메시지를 다 소화하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다 알고서 나온 말인지, 그렇지 않고 나온 말인지 확신할 수 없다”며 “(미국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을 얘기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투자액을 3500억 달러에서 더 늘리라고 압박 중이라는 WSJ 보도에 대해서도 “어찌 됐든 우리 입장에서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는 내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위성락 안보실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사바 시게루 일본 총리 방안 일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날 위 실장은 국내 좌우에서 제기되어 온 비판을 일일이 반박했다. 대표적인 ‘자주파’ 인사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최근 “대통령 주변에 동맹파가 너무 많다”고 비판한 데 대해선 “저는 제가 무슨 ‘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적의 국익으로 이어지는 방안을 선택하고 제기하는 것이 제 일”이라며 “저도 (대통령실) 안에서 아주 강한 입장을 취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통 외교관 출신 위 실장이 미국의 논리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다는 비판을 일축한 것이다.

반대로 이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사용하고 있는 ‘중단(stop)’이란 단어에 핵물질 생산에 대한 검증 개념이 빠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 대해서도 위 실장은 “동결(freeze)과 중단은 거의 같은 의미지만 검증 문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위 실장은 “중단이든 동결이든 필요하면 검증을 하라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동결’이란 단어에 약간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꽤 있어서, 저희는 ‘중단’이라는 말이 낫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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