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과 1000상자 다 버려야"…우체국몰 먹통, 대목이 악몽 됐다
“미칠 지경입니다. 눈물만 나네요...”
충북에서 한과 업체를 운영하는 이모(57)씨는 망연자실해 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우체국쇼핑몰이 며칠째 먹통이 되면서다. 지난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의 여파다.
이씨의 한과 업체는 20년 가까이 명절 선물세트 대부분을 우체국쇼핑몰을 통해 판매해왔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1000개나 되는 한과 세트를 폐기해야 할 상황이다. 이씨는 중앙일보에 “예년 추석 판매량을 고려해 주문 접수 즉시 발송하려고 밤을 새워 한과 1000세트를 만들어뒀는데, 판로가 막혀 모두 버릴 수밖에 없게 됐다”며 “쌓여 있는 한과 상자들을 보면 천불이 난다”고 말했다.

우체국쇼핑몰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29일 우편 서비스가 일부 재개됐지만, 우체국쇼핑몰은 당분간 이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국정자원 전산실 화재 이후 우체국쇼핑몰은 4일째 접속조차 안 된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언제 복구될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체국쇼핑몰에 입점한 업체는 1만5000여 곳에 이른다. 대부분이 지역 특산물, 제철 식품 등으로 명절에 수요가 급증하는 먹거리 제품이다.

전통 한과를 만드는 이씨의 업체는 지난 3월부터 올 추석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추석 장사로 번 돈으로 갚으려고 재료 3000만 원어치와 한지 상자 1200만 원치를 외상으로 구입했다. 이씨는 “유통기한이 있고 반품도 어려워 대부분 버리게 생겼다”며 “명절이 끝나면 물품 대금 지급을 요구할텐데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설·추석 명절 장사로 먹고사는데 내년 설까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우체국쇼핑몰에 입점한 다른 업체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충남의 한 김 제조·판매 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이 업체는 원래 명절 상품 전체 주문량의 절반이 우체국쇼핑몰을 통해 들어왔지만, 수천 건의 주문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 업체 관계자는 “화재 발생 직전에 주문이 1000건 넘게 들어왔는데, 쇼핑몰 접속이 안 되니 주문자 연락처나 주소를 알 길이 없어 다른 택배로 발송할 수도 없다”며 “모두 주문이 취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며칠간 주문을 받지 못해 입을 손해액은 억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경북 상주시의 한 곶감 생산자는 “우체국쇼핑몰이 주요 판로인데 추석 대목에 아예 주문도 못 받고 있다”며 “쇼핑몰 복구에 며칠이 더 걸리면 올 추석 장사는 날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시의 한 축산업체도 마찬가지다. 업체 직원은 “화재 직전에 주문이 수십 건 들어왔었다”며 “우체국에 주문자 정보를 문의해봤지만 안내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 입점 업체의 주인은 “우체국쇼핑몰 입점 수수료는 물론이고, 이번 추석을 앞두고 우체국 책자에 들어갈 광고 비용으로만 270만원을 냈는데 장사를 못 하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우체국택배와 계약한 온라인 쇼핑 판매자들도 애를 먹고 있다. 일부 창구 방문을 통한 택배 발송이 가능해졌지만, 이전처럼 정상화는 되지 않아 혼란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체국택배 이제 발송은 되는데 배송조회가 안 된다” “며칠 전에 발송한 것도 추적이 안돼서 고객에게 일일이 확인해야 할 판” “우체국 송장이 안 나온다” “우체국 수기 송장을 100장도 썼더니 팔이 떨어질 것 같다” 등의 경험담이 쏟아지고 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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