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증 반납 했다니까 한 달 후에 오라더라”…은행 업무 오전 한 때 혼란

김남준 2025. 9. 2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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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남대문 근처 A은행 출장소에서 만난 B(80)씨는 만기가 된 정기예금을 찾으러 오전 일찍 은행을 방문했다가 ‘허탕’을 쳤다고 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에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다. 은행에서는 운전면허증·여권 등 대체 신분증을 가져오면 돈을 찾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B씨는 “운전면허증은 70세가 넘으면서 진작 반납했고, 여권은 기한 만료라 쓸 수가 없다”면서 “다른 신분증이 없다고 하자 직원이 ‘그럼 한 달 후에 다시 오라’고 하던데, 돈 못 찾는 기간에 이자를 더 준다든가 이런 보상책도 없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오전 한때 주민등록증 가진 고객 은행서 거절


이날 은행들은 국정자원 화재 후 첫 대면 창구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시스템이 오전까지 완전히 복구되지 않으면서 혼란을 겪었다. 특히 B씨처럼 대체 신분증이 없고, 정보가 느린 노인들의 불편이 컸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29일 오전 일부 은행 업무에 차질이 생기면서 은행들이 안내문을 부착했다. 김남준 기자

서울 중구의 C은행 지점도 오전부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신분증 확인에 불편이 생길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직원은 없었다. 해당 은행을 찾은 D씨(72세)는 “주민등록증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전혀 못 들었다”면서 “일단 급한 대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송금했는데, 은행 직원들도 언제 시스템이 복구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고 했다.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정자원 화재로 먹통 된 금융 업무 관련 전산 시스템은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정부24 ▶공공 마이데이터 크게 3가지다. 정부24와 공공 마이데이터는 이날 오전쯤 복구 했다. 이 때문에 대출 심사 등에서 필요한 서류를 은행들이 전산망으로 확인하는 데 큰 불편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유선전화 통해 주민등록증 간접 확인 진행


하지만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 서비스는 계속 차질을 빚었다. 은행들은 원래 정부와 연계해 고객 주민등록증을 은행에서 스캔만 하면 진위를 자동으로 확인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국정자원 화재로 해당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주민등록증을 통한 신분 확인이 어려워졌다.

정부는 뒤늦게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금융사에 정부24 홈페이지에 고객 주민등록증 정보를 입력해 대조해 보거나, 유선전화 1382에 전화를 걸어 주민등록증 진위를 확인하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계좌 개설이나 카드 발급 같은 민감한 금융 업무에 이런 확인 방식을 써도 되는지를 놓고 현장에서 혼선이 생겼다. 은행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일선 지점에 정부24와 유선전화 1382로 주민등록증 진위를 확인하라고 오전 11시 정도부터 안내했다”면서 “하지만 일부 영업점에는 이런 내용이 제대로 전달 안 되면서 주민등록증을 가진 고객들이 그냥 돌아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29일 오전 일부 은행 업무에 차질이 생기면서 은행들이 안내문을 부착했다. 김남준 기자


하지만 모든 은행이 이런 방식으로 주민등록증 진위를 확인해 준 것은 아니다. 일부 은행들은 과거 은행 지점에 직접 방문해 계좌 개설이나 대출 상담을 하면서 주민등록증을 제출했던 적이 있는 고객에 한해서만 정부24나 유선전화로 주민등록증 진위를 확인하게 지침을 내렸다. 민감한 금융 업무를 하는 데 정부24나 유선전화 만으로 신분을 확인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보통 은행 지점들은 계좌 개설이나 대출을 위해 고객이 제출한 주민등록증 사본을 따로 보관한다. 이 때문에 재방문 고객의 주민등록증은 이중으로 진위 확인이 가능하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앱) 같이 비대면 금융 업무에는 여전히 주민등록증을 쓸 수 없다. 이 때문에 은행 앱에 신규 가입하거나 앱으로 계좌를 개설할 때 신분 확인용으로 주민등록증 대신 운전면허증·여권·외국인등록증을 제출해야 한다. 26일 이전에 발급한 모바일신분증(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외국인등록증)도 비대면 신분 확인에 쓸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대출 심사 정상화


다만 대부분 시스템을 복구하고 지점에서 대면으로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이 일부 가능해지자, 이날 오후부터 일선 창구는 빠르게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노인들이 많은 지방 지점들을 중심으로 오전에 혼란이 일부 발생했다고 보고 받았다”면서 “다만 오후부터는 시스템이 대체로 복구되면서 예전과 똑같이 정상 영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비대면 대출 심사에 어려움 겪었던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이날 오전부터 모든 대출 업무를 모두 정상화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국정자원 화재로 공공 마이데이터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서, 개인사업자 대출 같은 일부 대출을 중단했다. 또 일부 대출은 필요 서류의 실물 사진을 제출 받는 식으로 대출 심사를 진행했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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