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트라우마 치유의 여정, 감독에게 직접 듣는 비화
[전희경 기자]
28일 일요일 11시(한국 시간), ''바다 호랑이' 온라인 공동체 상영회 및 정윤철 감독과의 대화'가 4.16해외연대, 미시간 세사모, 샌프란시스코 공감, 스프링 세계시민연대 공동주최로 온라인 줌을 통해 열렸다.
한국 사회의 깊은 상처를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되새긴 연극 같은 독특한 영화 '바다호랑이'(감독 정윤철, 2025년 6월 25일 개봉)는 세월호 민간 잠수사 김관홍과 공우영이 겪은 일을 다뤘으며, 실제 원작은 김탁환의 '거짓말이다' 소설이다. 거대한 제작비나 화려한 세트 없이, 빈 무대와 배우들의 몸짓, 관객의 상상력으로 '바다'를 창조한 이 작품은 세월호의 트라우마를 직시하며, 치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일요일 해외 동포들과의 온라인 간담회에서 감독과 참석자들은 이 영화의 탄생 비화와 사회적 의미를 공유하며,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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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담회 참가자들. 정윤철감독 (맨 위 가운데)이 엄지척을 하고 있다. |
| ⓒ 4.16해외연대 |
영화의 핵심은 물 한 방울 없이 구현된 수중 장면이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민간 잠수사들이 겪은 고통을 다루는 이 작품에서, 주연인 이지훈 배우(나경수 역)는 빈 실내 세트에서 마임으로 물 속 움직임을 표현했다. 푸른 조명에 물방울 소리, 심해의 울림, 물의 흐름 같은 음향 효과가 더해지며, 관객은 실제 물 속에 빠져든 듯한 몰입을 경험한다. 사회자 이주영(자카르타촛불행동)씨는 "수중신이 슬펐고, 배우의 유연한 움직임이 진짜 물속처럼 느껴졌다. 실제 슈트 촬영이었다면 표정을 못봤을 것"이라고 감탄했다.
"배우가 물 속이라고 확신하면, 관객도 믿게 된다. 성경의 '믿는 자에게 능치 못할 일이 없다'처럼, 그 믿음이 빈 공간을 바다로 만든다." (정윤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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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고간 간담회, 채팅창에 질문과 코멘트가 계속 올라왔다. |
| ⓒ 4.16해외연대 |
'바다호랑이'의 제작 뿌리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감독의 온라인 연기 워크숍에 있다. 배우 10여 명과 줌으로 매주 만나 대본 리딩과 감정 연습을 쌓았다. 3일 만에 영화를 찍고 낭독 공연을 했는데 너무 좋아서 3일 동안 더 보충 촬영을 했고 영화를 완성했다.
정 감독은 "촬영 컷을 찍는 앵글이나 편집 그리고 신 체인지 (장면전환) 이런 것들은 거의 영화랑 똑같다고 보면 된다"라며 "영화 '도그빌'은 무대에서 연극을 찍은 것처럼 찍었다면, '바다호랑이' 영화는 영화에 가깝게 무대에서 찍었는데, 이런 영화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원래 100억 원 규모의 상업 영화로 기획됐으나, 코로나와 세월호라는 소재의 민감함 때문에 투자 실패를 겪었다. 대신 저예산(총 1억 원 미만)으로 연극적 접근을 택한 결과, 오히려 감정의 본질이 더 선명해졌다. 정 감독은 "화려한 세트로 보충 촬영을 했지만, 편집에서 맞지 않았다. 빈 공간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해 능동적 참여를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트라우마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예술적 선택이 됐다.
"주연배우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해서 보는 내내 많이 울었습니다. 기억하겠다고 하지만 세월호 활동을 하는 우리도 늘 기억할 수 없는데, 다시 한 번 기억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지은, 워싱턴)
'진짜 나라'와 국가적 치유의 부재
간담회에서 감독은 영화가 유가족 중심의 서사가 아니라 '선행을 행한 잠수사들'을 중심으로 삼은 의도를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감독 말대로 '의병'에 가깝게 자발적으로 뛰어들었고, 그 결과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음에도 국가로부터 적절한 보상이나 돌봄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 제기로 삼았다.
정 감독은 세월호 이후의 국가·사회적 태도가 진정한 치유의 전제조건임을 강조했다. 또한 감독은 과거 광주항쟁이나 타이타닉의 영화화 사례를 예로 들며, 사회적·역사적 트라우마가 '국가적인 추모와 위로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짐'을 통해야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치유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대로 추모 공간의 위치 변경, 기억을 '숨기려는' 시도들은 트라우마를 장기화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무엇을 남겼나
'바다호랑이'는 두 가지 부분에서 성취를 남겼다. 하나는 저예산에 의해 강제된 형식 실험을 통해 '배우·관객의 상상'을 결합한 새로운 영화적 언어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 기억과 국가적 책임을 재질문하는 공공적 담론을 영화적 대화로 소환했다는 점이다. 감독 자신도 이 형식을 '우연한 발명'이라 부르지만, 결과물은 분명 예술적·사회적 파급력을 가졌다.
"각종 참사에 대한 국가나 기득권의 대응 방식은 책임 회피, 흔적지우기에 급급했고 결국 제2, 제3의 참사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은 필요하고 책임자를 찾아 책임을 물어야겠지요. 아프지만 잊혀지고 묻혀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고 영화는 기억을 돕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이익범, 자카르타)
영화는 현실과는 달리 해피엔딩이다. 나경수(고 김관홍 잠수사)는 재판에서 동료의 무죄를 입증하고, 미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학생의 유가족으로부터 작은 고마움의 표시를 받으며,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치유의 여정을 완성한다. 원작 '거짓말이다'에는 없는 에피소드, 힐스버러 참사를 겪은 리버풀FC의 공식 응원가인 'You'll Never Walk Alone'이 삽입곡이 된 과정도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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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철 감독 바다 호랑이 온라인 공동체 상영회 및 정윤철 감독과의 대화 https://youtu.be/ni1Sza-AKZs?si=MHt4HFhS3ZmIvCJa |
| ⓒ 4.16해외연대 |
정 감독은 영화를 더 많이 보여주기 위해 공동체 상영과, 넷플릭스 등 OTT에 상영하는 2차 판권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단다. 정 감독은 사회적 이슈와 휴먼 드라마를 다루는 감독이다. 1997년 성수대교 붕괴를 소재로 한 단편 '기념촬영'으로 데뷔하며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장편 데뷔작 '말아톤' (2005)은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청룡·대종상·백상 등 다수 상을 휩쓸었다.
이후 <좋지 아니한가>(2007),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8), <대립군>(2017)을 연출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윤석열 탄핵 기간을 거치며 <바다호랑이>(2025)를감독했다.정 감독은 자신의 영화 경력을 성수대교 붕괴와 세월호 참사로 연결지어 "운명 같은 길"이라고 회상했다.
이 간담회는 4.16해외연대의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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