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택배 재개에 “신선식품 안 받습니다”…주민증 발급 안돼 헛걸음[르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 화재 이후 주요 전산망 일부가 마비된 이후 첫 업무가 시작된 29일, 주민센터 및 우체국은 이른 시간부터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후 10시 기준 중단됐던 행정정보시스템 647개 중 81개(12.5%)가 복구됐지만 일부 주요 서비스 정상화가 더뎌지며 시민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영등포구 한 주민센터에선 민원 창구가 열리려면 1시간 남짓 남은 시각에도 주민 4명이 자리를 잡고 대기하고 있었다. 정장을 갖춰 입은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전세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으러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나와 출근 전에 미리 들렀다”며 초조한 듯 다리를 떨었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주민센터도 복지민원창구를 찾은 이들로 이른 시간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오전 9시 10분쯤 복지민원창구 앞에만 5명이 서류 발급을 위해 줄을 서 있었다. 80대 노모를 모시고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러 왔다는 박모(62)씨는 “사람도 많고 작성해야 하는 서류도 많아 너무 복잡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주민센터에 마련된 무인민원발급기는 이날 오전에도 여전히 이용 불가 상태였다. 동대문구의 한 주민센터 직원은 “무인민원발급 서비스에 접속이 되다가 다시 끊기고 있다”며 결국 무인민원발급기 앞에 ‘이용 불가 안내’ 종이를 붙였다. 해당 기계는 ‘발급 프로그램 업데이트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는 화면을 반복해서 띄우고 있었다.
이날 오전 대부분 주민센터의 무인발급기는 복구됐지만, 모바일 신분증·IC 주민등록증 발급은 불가능했다. 이날 오후 3시쯤 동대문구 회기동 주민센터를 찾은 최현주(32)씨는 민원창구에 10분 넘게 앉아있다 헛걸음을 했다는 듯 머리를 쓸며 나왔다. 최씨는 “오늘 반차를 낸 김에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으려 했는데, IC 주민등록증을 받으려면 4주 뒤에 다시 오라고 해 신청하지 않고 그냥 나왔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추석을 앞두고 택배 등 대란이 우려됐던 우체국은 우정사업본부(우본)가 과거 설비를 재가동해 우편 서비스를 재개하면서 오전 9시부터 우체국 창구 방문을 통한 우편과 소포, 국제 우편물 접수 등 주요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다만 착불 소포, 안심 소포, 미국행 EMS(비서류) 등 접수는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우체국 입출금·이체 등 금융서비스는 전날인 28일 오후 9시쯤부터 가동을 재개했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우체국, 동대문구 휘경동우체국 등에는 신선식품을 비롯한 일부 품목은 택배 접수가 어렵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서버의 긴급 교체로 인해 특정 기간에 발송된 우편물의 배송상황을 확인할 수 없다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이촌동에서 주변에 과일을 보내러 왔다는 한 여성은 “이촌동에 사는데 혹시나 해서 여기까지 왔다”며 “배송이 2~3일 정도 늦어진다는 것 외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사과나 배 등 딱딱한 과일이라 접수가 가능했던 것 같다”고 했다. 접수된 소포를 정리하던 집배원은 “확실히 오늘 신선식품이 줄어든 감은 있지만, 소포나 우편의 양이 크게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주말에는 접수를 안 해 월요일은 원래 양이 적고 화요일이 많아 내일 혼선이 좀 있을까 걱정된다”며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기존에 카드 결제가 가능했던 우체국 소포 상자도 현금으로만 결제할 수 있어 혼란이 빚어졌다. 용산우체국에서는 한 20대 여성이 상자값으로 지불할 현금이 없어 옆에서 등기를 부치던 다른 손님에게 현금을 빌리고 900원을 계좌 이체하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우본 관계자는 “명절에는 택배 물량이 2~3배까지 증가해 배송기간이 길어지기에 냉동·냉장식품은 원칙적으로 접수가 어렵다”며 “현재 이를 제외하고 사과 등 과일은 받고 있지만, 고객에게 배달을 완료했다는 안내 문자 등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 점을 알리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국정자원 화재로 중단된 647개 업무시스템 중 모바일 신분증을 포함한 81개(오후 8시 기준) 서비스를 복구했다고 밝혔지만, 완전히 정상화하기까지는 4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정부24는 시스템 복구지연으로 노동·보훈 분야 일부 민원 서비스가 제한되고,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 서비스는 당분간 이용이 제한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토지·임야대장 발급 또한 각 지자체 주민센터를 이용하라고 공지했다.
경찰청은 운용 중인 96개 시스템 중 1개만 국정자원 대전 본원에 있어 치안 활동에 지장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유실물종합관리시스템이나 범죄경력조회 알림 서비스 등 4가지 민원 시스템과 4개 자체 내부 시스템이 정상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중단됐던 교통 범칙금 및 과태료 납부를 재개하고, 납부 기간이 지난 대상자는 기간을 유예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국정자원 화재 사건과 관련한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관련자 조사와 합동 감식 등을 통해 화재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할 예정이다.

한편 일각에선 이날부터 이뤄지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과 전산망 마비 사태를 연관지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법무부가 전자입국 시스템 오류로 입국자의 주소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긴급공지를 올렸다”며 “주소 입력이 누락되면 무비자 입국자가 어디에서 생활하는지 알 수 없어, 사후 관리와 현장 통제가 불가능해진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은 법무부 소속기관에서 별도로 관리 및 운영하고 있어 국정자원 화재와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예정대로 29일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시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율·김창용 기자 jun.yul@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임명장 문재인 사인 벅벅 문댔다…윤석열, 조국 수사 직전 돌발행동 | 중앙일보
- 윤, 그 유명 여배우도 마다했다…"김건희 고단수" 혀 내두른 사연 | 중앙일보
- "대기업 엄친아 감방갔다"…퇴사 후 빠진 '월 3000 알바' 실체 | 중앙일보
- 성관계 요구 거절하자 차로 돌진…16세 소녀 현장서 숨졌다 | 중앙일보
- 호스트바에 빠진 여성 손님들이 타깃…일본 최대 환락가서 생긴 일 | 중앙일보
- "집행관이 가슴 만져보고 싶다고"…양치승, 헬스장 철거 CCTV 공개 | 중앙일보
- "맥도날드가 신토불이를?" 1300만개 팔린 한국의맛 기획 비결 | 중앙일보
- 약수터서 초등생 2명 성추행…엄마 신고로 잡고보니 70대男 | 중앙일보
- 돈 안 빌려줬다고…친구 살인미수 혐의 40대 참여재판서 무죄 | 중앙일보
- BTS 지민 가족도 '고액 기부' 이름 올렸다…"최초의 삼부자 회원"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