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됐다더니 헛걸음"…주민센터∙우체국 '민원 대란' 현실화 [르포]
29일 오전 9시 대전시 서구 둔산동의 한 우체국. 50대 초반의 여성이 택배 창구에서 언성을 높이고 직원에게 항의했다. 외국으로 보내려는 택배 접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시스템이) 정상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다. 조금만 기다리면 바로 처리가 된다”는 직원의 설명에도 여성의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았다. 바로 옆 무인 택배 무인접수기에는 ‘시스템 오류 접수 불가’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지난주 금요일(26일)까지만 해도 무인접수기를 통해 보낼 수 있었던 택배는 우체국 직원의 손을 거쳐야만 접수가 가능했다. 다행히 전날까지 먹통이었던 현금자동지급기(ATM)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지난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 사고로 전산망 마비 사태가 나흘째 이어진 가운데 일선 지방자치단체와 읍·면·동사무소는 물론 우편 업무를 취급하는 우체국 등에서 업무 차질이 빚어졌다. 정부가 순차적으로 시스템을 재가동했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우려했던 민원 업무 지연 처리가 발생했다.
우체국 택배 접수 차질 등 민원 불편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8일 오전 11시 25분 국정자원 대전 본원 내 네트워크와 보완 장비 가동을 시작했다. 화재가 발생한 5층 전산실을 제외하고 2~4층 전산실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가동 중이다. 이번 화재로 중단된 서비스는 모두 647개다. 이 가운데 96개는 화재로 직접 피해를 보았고 나머지 551개는 보호를 위해 선제적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온라인청약·계약서비스 조회 등도 불가
부산에서는 국정자원 화재로 부산도시공사(BMC)의 온라인 청약과 계약 서비스 조회 등 간편인증 로그인이 필요한 모든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태다. 또 부산도시공사 홈페이지의 계약현황 등 나라장터 연계 서비스도 먹통이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입주한 금융공기업의 업무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경우 정책모기지, 주택연금, 주택보증 등 행정정보를 이용하는 업무가 지연되고 있다.

행정복지센터 직원 '비상사태' 조기 출근
광주광역시에서도 민원인의 불편이 이어졌다. 주민등록증 재발급을 위해 구청을 찾은 한 민원인은 발급이 불가하다는 소식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김경희(31·광주광역시 동구)씨는 “주말에 뉴스를 접하긴 했지만, 주민증 발급도 안 될 줄 몰랐다”며 “회사 반차를 내고 왔는데, 헛걸음해서 다시 반차를 써야 할 상황이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이날 오전 10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김모(54)씨는 무인민원발급기에서 지문 인증으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했다. 해당 기기의 모바일 신분증 인증 기능은 이때까지 되지 않았다. 김씨는 “무인민원발급기가 작동하지 않을까 봐 실물 신분증까지 챙겨왔는데 다행히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며 안도했다. 용암1동 행정복지센터는 이날 오전부터 주민등록 등·초본과 인감증명서 발급, 전입신고 등 업무가 가능해졌다. 해당 4개 서비스는 이 주민센터 민원의 70%가량을 담당한다고 한다. 다만 사회보장정보시스템 행복이음이 되지 않아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자격조회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조회 등 어려움
이상종 용암1동 행정복지센터 동장은 “증명서 발급 수수료를 면제받는 기초수급자 여부를 알 수 없어서 다음 달 1일까지 전 주민을 상대로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며 “민생회복 소비쿠폰 대리신청 첫날이라 서비스 차질을 우려했으나, 신청·지급 시스템이 운영되는 데다 주민등록등본도 정상 발급돼 큰 혼동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제주공항 무인민원발급기 등도 장애 발생
최남단 제주에서도 국정자원 화재와 관련해 불편이 발생했다. 29일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제주국제공항 내 무인민원발급기와 주차장 이용료 감면 등에 28일까지 장애가 발생했다. 29일 오전 9시 현재 복구가 돼 이용이 가능하다. 또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제주공항 주차장 이용료 감면도 일부 적용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명하게 상황을 공개하고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전·부산·제주·청주·광주광역시=신진호·이은지·최충일·최종권·황희규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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