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잡고 이자 놀이' 은행의 전당포 식 영업 막을 방법 두 가지
[문진수 기자]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자금이 생산적 부문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건전성 규제 개선과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겠다."(25.8.28,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금융도 지금처럼 담보 잡고 돈 빌려주고 이자 받는 전당포 식 영업이 아니라,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25.9.10, 이재명 대통령)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첨단산업, 벤처·혁신기업, 지역경제, 재생에너지 등 생산성이 높은 영역으로 자금을 공급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바꿔나가야 할 시점이다." (25.9.15/이억원 금융위원장)
최근 '생산적 금융'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 46번 제목이 '진짜 성장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이다. 새로 임명된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의 두 수장이 취임과 함께 이구동성으로 던진 일성은 '생산적 금융을 강화하겠다'라는 말이었다.
생산적 금융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명확히 합의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화폐자본이 가계대출이나 부동산 등 비생산적인 영역이 아니라 실물 경제의 성장을 촉진하는 생산적인(productive) 분야로 흘러가도록 해야 한다는, 당위론적인 명제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이 용어는 낯설지 않다. 아래는 약 7년 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실린 내용의 일부다.
은행들이 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해 우리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길 바라지만, 현실을 보면 은행들은 오히려 갈수록 기업 대출을 줄이고 담보대출 등 손쉬운 대출을 확대하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금융감독원은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사항의 적극적인 이행과 함께 은행의 자율적인 개선 노력을 유도해 나갈 예정이다.
: 은행의 생산적 자금 공급 현황 (2018.4.16./금융감독원)
생산적인 부문으로 돈이 흘러가야 하는데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줄이고 담보대출 등 손쉬운 대출만 확대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내용은 그대로 두고 날짜만 바꿔서 지금 발표해도 될 정도로 문제 의식과 지향하는 방향이 똑같다.
당시 금융 상황이 어떠했길래 은행들을 질타하는 것일까. 문제 의식과 개선 방향이 같다면 그 사이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뜻인데, 이유가 무엇일까. 어째서 정부는 7년 전의 정책을 다시 부활시키려고 하는 것일까.
전당포 식 영업, 과장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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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은행 총대출 대비 기업대출 비중 (2010∼2017) 은행의 생산적 자금 공급 현황 |
| ⓒ 금융감독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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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은행 총대출 대비 기업 대출 비중 (2018∼2024년) (단위: 조 원, %) 금융통계정보시스템 (fss.or.kr) |
| ⓒ 문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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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은행 기업대출, 업종별 비중 (2018∼2024년) (단위: %) 금융통계정보시스템 (fss.or.kr) |
| ⓒ 문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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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은행 총대출 대비 담보+보증 대출 비중 (2018∼2024년) (단위: 조 원, %) 금융통계정보시스템 (fss.or.kr) |
| ⓒ 문진수 |
앞선 7년 간의 자금 흐름과 배분 양태를 놓고 볼 때, '금융 본연의 자금 중개 기능을 회복하고,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분야로 자금이 배분될 수 있도록 유인 체계를 재설계하겠다'(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 규제 개편 방안/2018.1.22./금융감독원)는 취지의 정책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치적 셈법에 따라 풀었다 조였다를 반복하는 사이, 은행 대출금은 자산 시장으로 흘러가 부동산 거품을 조성하는 등 병리적 현상을 낳고 있다.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비생산적인 영역으로 돈이 흘러가지 못하도록 막는 법·제도적 장치가 필요함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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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현 시점에서 추가로 고민해야 할 요소는 기후 변화 대응이다. 기업대출의 총량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친환경 부문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금융배출량(financed emissions) 즉, 은행이 대출이나 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무위험 안전자산을 담보로 손쉬운 이자 장사만 해온 은행권이 주체적으로 '생산적인' 금융을 실행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보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익 창출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금융회사들에게 국가에 대한 기여와 사회 공헌은 부차적인 과제일 뿐이다.
은행법 제1조는 "은행의 건전한 운영을 도모하고, 자금 중개 기능의 효율성을 높이며, 예금자를 보호하고, 신용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쓰여있다. 법률에 적힌 그대로, 은행이 나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이끌어야 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덧붙이는 글 | 문진수 기자는 사회적금융연구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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