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필수의료 대책인데…"의료사고배상보험 가입" 병원 17%뿐

정부가 필수의료 대책 중 하나로 추진 중인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이 저조한 조사 참여, 가입 미비 속에 초반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확인된 가입률은 전체 조사 병원 대비 17% 수준에 그쳤고, 미가입 병원 등에선 보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은 의사·병원이 의료사고로 환자에게 피해를 초래해 법적 배상 책임을 질 경우, 그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대개 큰 병원 중심으로 이러한 민간 보험사 배상보험을 이용한다. 병·의원은 주로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배상공제조합에 가입하는 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발표한 2차 의료개혁안을 통해 의료기관 개설자의 배상보험 가입 의무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달 확정된 국정과제의 세부 이행 계획엔 필수의료 국가 책임 강화를 위한 '의료기관의 배상보험 가입 활성화'가 담겼다. 의사들의 필수의료 과목 기피 요인으로 꼽히고, 환자들도 큰 고통을 겪는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책 추진의 첫 단계인 현황 파악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28일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복지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6월 대한병원협회를 통해 배상보험 가입 여부 조사가 이뤄졌다. 대상은 종합병원(331곳)·상급종합병원(47곳)을 합쳐 378곳이다.
이 중 회신이 온 병원은 105곳(27.8%)에 그쳤다. 배상보험 가입 여부를 알 수 없는 미응답 병원이 훨씬 많다. 응답한 병원 중에선 66곳(종합병원 52곳, 상급종합병원 14곳)만 민간 배상보험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공식적으로 확인된 가입률은 전체 조사 대상의 17.5%에 불과하다. 병협 관계자는 "병원들이 정보 공개에 민감한 편이라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미응답 기관의 상당수는 배상보험을 들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배상 이행에 어려움을 겪다가 장기 소송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국회 복지위에 따르면 2023년 11개 민간 손해보험사의 관련 상품 원수보험료(보험사가 계약자로부터 받는 보험료)는 총 426억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보험 상품군과 비교하면 적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또한 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의료사고 배상액 중 배상보험·공제조합을 통한 배상 규모는 약 20~30%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향후 병원들의 배상보험 가입을 늘리는 동시에 보험 심사·평가 등을 강화하는 공적 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제대로 채우지 못하면서 의사·환자 모두를 위한 안전망 구축까진 '먼 길'이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보험 미가입 병원들은 "보장액이 적은데, 비용 부담은 크다. 보험금 상한도 있어서 보험만으로 다 해결되지 않는다"(A 대학병원 관계자), "보험료 단위가 커서 일반 병원은 쉽게 못 들 것 같다"(B 종합병원 관계자) 등의 이유를 내놨다.
환자·시민단체 설득도 만만찮은 과제다. 이들은 기존 보험 활용보다 국가 재원을 투입한 별도 체계 구축을 선호하는 편이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배상보험 가입 의무화, 필수의료과 비용 지원보다 공적 배상을 담당하는 기구를 신설·운영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와 환자 단체 등이 참여하는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의료소비자-공급자 공동행동'도 의료사고 피해자를 돕기 위한 기금 조성 등을 제언했다. 건강보험 재정을 우선 활용하는 대신, 병원 귀책 확인 시 구상권을 청구하자는 것이다.
서명옥 의원은 "배상보험 가입은 의료사고 발생 시 배상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면서 "복지부가 보험료 재원 보조 등 자발적인 가입을 늘리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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