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교통사고 사망 67%가 노인…무단횡단 가장 많다

백민정 2025. 9. 29.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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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오늘도 무사고 ①


지난달 경기도 시흥시에서 밤 9시쯤 한 70대 노인이 동네 길을 건너가다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운전자의 주의 소홀도 있었지만 노인이 무단횡단을 한 게 문제였다. 최근 서울 서초구에선 한 노부부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신호가 바뀌며 좌회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일도 있었다. 빨간불로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노부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좌회전 차량도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하며 빚어진 사고였다.

28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교통사고 보행 사망자 수는 꾸준히 감소 중인데 반해, 고령 보행 사망자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체 보행 사망자 중에서 65세 이상 고령 보행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57.5%에서 2022년 59.8%, 지난해는 67.0%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수치를 보면 전체 보행 사망자 920명 중에 65세 이상 고령 보행 사망자가 616명에 달했다.

신재민 기자

공단이 지난해 고령 보행자 사망사고를 분석한 결과, 노인들이 길을 건너다가(횡단 중)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346명(56.2%)으로 전체 고령 보행 사망자(616명)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밖에 차도로 걸어가다가, 길가 가장자리 통행 중 사망한 사고가 각각 97명, 28명으로 뒤를 이었다.

신재민 기자

조은경 공단 책임연구원은 “횡단 중 사망사고(346명)도 ‘횡단보도 외’ 즉, 무단횡단 사망자가 187명으로 절반 이상(54%)을 차지했다”며 “결과적으로 고령 보행자 사망사고는 도로를 건널 때 가장 많이 발생하고, 그중에서도 무단횡단일 때가 많다”고 분석했다. 노인들이 길을 건너며 발생하는 부상 사고도 지난해 4900여 건에 달했다.

고령 보행자들은 무단횡단 이유에 대해 급한 용무 때문(33%), 횡단보도가 멀어서(26.5%), 사고가 안 날 거 같아서(26.4%) 순으로 답했다(2016년 고령자 보행특성 분석 연구). 조 책임연구원은 “여러 실험에서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보행 속도가 느린데도 차량과 거리가 더 짧은 상황에서 횡단을 시도하는 경향이 많았다”며 “인지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상황 판단도 늦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력 감퇴로 횡단보도에서 녹색등이 깜박거릴 때도 횡단을 시작하는 경우가 잦다.

이에 공단은 지난해 전국 지역본부별로 ‘고령 보행자 사상자 다발 지역’을 추린 뒤 42곳 안심동행마을로 선정했다. 이곳 주요 길목을 대상으로 ▶우회전 시 일시멈춤 표지판(460개소) ▶무단횡단 금지 펜스(15개소) ▶횡단보도 시인성 확대시설(8개소) 등 488건의 시설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 결과, 횡단보도 전 정지하는 차량이 8.3%포인트 증가했고, 보행자의 횡단보도 내 통행 비율도 11.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면도로 보·차도 분리시설 설치 후 보행자의 차도 통행이 67.6% 감소했다. 공단은 이를 통해 해당 지역 고령 보행자 사고 건수가 사업 시행 전보다 65.4%(81건→28건) 감소했다고 밝혔다.

정용식 공단 이사장은 “올해 범정부 교통안전 캠페인 ‘오늘도 무사고’를 진행하면서 ‘무단횡단 무조건 금지’를 캠페인 주요 안전수칙으로 정했다”며 “전국 경로당을 돌며 안전수칙을 강조하는 한편 고령자에 맞춘 교통체계 개선도 병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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