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바이오혁명] 장기이식으로 150세까지 사는 시대 멀지 않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장기이식으로 150세까지 살 수 있다는 대화를 나누어 화제가 되었다. 세계 최강국을 이끄는 72세 동갑 권력자들이 건강과 수명 연장을 낙관적으로 언급한 것은 단순한 잡담을 넘어, 장기 집권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뒤따랐다. 절대 권력자들이 무병장수를 추구한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복된 주제였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아 신하들을 전국으로 보냈으나 실패했고,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돌프 2세는 연금술사들을 후원해 불사의 약으로 알려진 엘릭서를 만들게 했으나 오히려 수은 중독으로 고생하다 단명했다. 하지만 21세기의 생명공학은 과거와 다른 차원에서 인간 수명의 연장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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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 장기 사람과 특성 유사해
심장·신장 이식 사례 실제 나와
면역 거부반응이 관건이지만
유전자가위 기술로 극복 가능
」
![미국 버지니아의 레비비코어연구소에서 돼지 난모세포에서 DNA를 제거하고 있다. 이종장기 이식을 위한 유전자변형 돼지를 만드는 과정이다. [AFP=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29/joongang/20250929001941416flxt.jpg)
‘노화는 치료 가능한 질병’
오늘날 연구자들은 노화를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치료 가능한 질병의 일종으로 정의하려 한다. 실제로 세포 노화를 억제하거나 역전시키는 약물 후보들이 임상시험 단계에 있고, 노화된 장기를 교체하여 건강 수명을 늘리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신장·간·심장·폐와 같은 주요 장기는 노화와 질환으로 손상되며, 해마다 수많은 환자들이 장기부전으로 목숨을 잃는다. 장기 이식은 이들에게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미국에서만 매년 10만 명 이상이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오르지만 실제 수술을 받는 환자는 3분의 1에 불과하다. 필요한 장기를 구하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만 명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이종장기 이식이다. 동물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방식인데, 가장 적합한 동물로 돼지가 꼽힌다. 돼지는 번식력이 뛰어나 대량 공급이 가능하고, 장기의 크기와 생리적 특성이 사람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실제 임상시험에서도 놀라운 진전이 보고되고 있다. 2022년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팀은 심부전 말기 환자에게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이식했고, 환자는 두 달 가까이 생존하며 장기의 기능이 유지되는 것을 보여 주었다. 2023년에는 뉴욕대 연구진이 뇌사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해 2개월 이상 정상적으로 작동함을 입증했고, 올해에는 실제 환자에 이식해 6개월 이상 현재까지 기능이 유지된 사례가 발표되었다. 이는 이종장기 이식이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이론적 논의와 연구를 거쳐 드디어 현실로 구현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이종장기 이식의 가장 큰 걸림돌은 면역 거부반응이다.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그대로 이식하면 환자의 면역계가 이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해 수 시간 내에 이식된 장기 세포를 파괴한다. 이를 초급성 거부반응이라고 한다. 사람의 항체가 돼지 세포 표면에 있는 특정 항원을 인식해 즉시 공격하는 것이다. 이종장기 이식 후 수개월 내에 발생하는 급성 거부반응도 문제다. 이는 환자의 T 면역세포가 항원을 인식해서 초래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도구가 바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다. 연구자들은 크리스퍼를 이용해 돼지 유전체의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바꿔 사람 면역계의 공격을 피할 수 있도록 돼지 유전체를 설계했다. 대표적인 예가 알파-갈(α-Gal)이라는 당 구조체를 합성하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것이다. 알파-갈은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포유류에는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의 항체가 이식된 돼지 장기를 강하게 공격한다. 따라서 해당 유전자를 제거하면 초급성 거부반응을 방지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연구자들은 돼지 세포가 사람의 혈액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전자를 도입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보체 조절 단백질이나 항응고 인자를 발현하도록 유전자를 삽입해, 혈액이 쉽게 엉기거나 염증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는 문제를 줄였다. 이처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이종장기 이식의 최대 난관을 극복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위험 요소는 돼지 유전체에 존재하는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PERV)’다. 이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감염될 경우, 새로운 인수공통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은 크리스퍼를 활용해 돼지 유전체 내의 수십 개 PERV 유전자를 한 번에 불활성화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통해 안전성 우려가 크게 낮아졌다. 이처럼 과거에는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여겨졌던 문제가 기술 혁신으로 해소되고 있다.
공상과학 넘어서는 이종장기 이식
물론 넘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단순히 초기 이식 성공이 아니라, 환자가 장기간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합병증이나 또 다른 면역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동물을 장기 공급원으로 이용하는 데 따른 윤리적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규제 당국이 엄격한 안전성 검증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도 임상시험 단계 진입을 두고 활발히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종장기 이식은 더 이상 공상과학의 소재가 아니라, 임상에서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치료법이다. 장기 부족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인간 수명 연장에도 직접적인 기여를 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150세 장수 시대가 현실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에 불과했던 이종장기 이식이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의료 기술로 자리잡을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김진수 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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