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不學禮 無以立(불학례 무이립)
2025. 9. 29. 00:11

어느 날, 뜰을 지나가는 아들 백어(伯魚)에게 공자는 “예(禮)를 공부했느냐?”하고 물었다. “아직요…”라고 답하자 공자는 “예를 배우지 않으면 설 수(방법)가 없느니라”라고 하였다. 백어는 곧바로 예 공부를 시작했다.

『예기(禮記)』 ‘악기(樂記)’에는 “예절은 서로 다름을 분간하게 하고, 음악은 서로 화합하게 한다(禮辨異, 樂和同)”라는 말이 있다. 예절은 그 사람의 지위·역할 등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갖춰야 하고, 음악은 지위나 역할의 차이를 떠나 서로 화락하게 즐겨야 한다는 뜻이다.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사이가 구분이 없이 뒤범벅이면 무례한 것이고, 손흥민 선수를 응원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지위나 신분의 차이를 따지는 것은 화합을 해친다. 그런데, 함께 어울려 노래 부르는 음악활동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으나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사이 등 인간관계에 필요한 예를 제대로 알아서 행하기는 쉽지 않다. 예를 모르면 자신이 설 자리를 알 수 없고, 알 수 없으니 남과 어울리는 사회생활에서 제 구실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공자는 “예를 배우지 않으면 설 수(방법)가 없다”고 한 것이다. 예를 알면, 어디에서나 쭈뼛거림이 없이 당당하다. 그런 사람이 곧 ‘바로 선’ 사람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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