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입법 강행 마무리 수순...巨與 권한 키운 국회증감법 상정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윤석열 정부 인사를 겨냥했던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증감법)의 ‘소급 적용’ 부칙을 28일 본회의 상정 직전 삭제했지만, 여야의 충돌은 이날도 계속됐다. 증감법은 사흘 전(25일) 정부조직법 상정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이 강행을 예고한 4개 법안 중 마지막 법안이다.
국민의힘은 나흘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으나, 이를 국회법에 따라 24시간마다 표결로 강제 종료시키는 여당의 ‘살라미 전술’ 앞에 무기력했다. 민주당은 증감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역시 29일 강제 종결한 뒤 법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애초 증감법 개정안은 ▶국회 국정조사 특위 등에서 나온 위증 혐의를 위원회 활동 종료 후에도 본회의에서 의장 명의로 고발할 수 있게 하고 ▶기존 검찰뿐 아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경찰에도 고발이 가능케 하고 ▶수사 기간(2개월) 내 수사 종결을 못 하면 2개월 범위 내 연장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었다. 국민의힘은 이 자체에도 반대해 왔지만, 그동안 공방은 ‘법 시행 전 활동 기한이 종료된 위원회에서 한 발언도 고발할 수 있다’는 부칙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국회 내란 국조 특위(지난해 12월~지난 2월)에서 진술한 한 전 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고발 범위에 포함하려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상정된 수정안에서 위증 혐의 고발의 주체를 ‘의장’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고쳐 새로운 불씨를 낳았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안 상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정안에는 위원장이 고발을 기피하는 경우 위원회 재적 과반의 동의로 고발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민주당이 고발권을 독점하도록 개악됐다”며 “청문회 등에서 나온 위증을 법사위가 고발 여부를 결정하게 만든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설득력 없는 반대”(김현정 원내대변인)라고 맞섰다.
수정안에는 ▶위원회의 위원장이 고발하지 않을 경우, 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 연서(서명)으로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위원장 결단 없이 과반수 연서만으로 고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경우 국민의힘 출신 위원장이 있는 상임위라도 민주당 위원이 과반수면 고발이 가능해진다.
이날 증감법에 맞선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증감법은 다수당이 검찰 놀이를 하겠다는 뜻”이라며 “(검찰청 폐지 법안으로) 검찰청을 뽑아내서 여의도에 심어놓은 꼴”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은 전날(27일) 본회의에선 민주당이 일방 처리(재석 177명 중 찬성 176명, 반대 1명)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을 둘러싼 여진도 계속됐다. 기존 방송통신위원회를 없애고 방송미디어통신위로 개편하는 내용이다. 법안이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자동 면직된다. 이 위원장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성 지지자인 개딸들에게 추석 귀성 선물을 주기 위해 충분한 협의 없이 법을 통과시킨 것”이라며 “국무회의에서 (법안이) 심의·의결되면 그 직후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도 “정권의 방송 장악을 완성하기 위한 ‘숙청과 보복’의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김현 과방위 민주당 간사 등은 “이 위원장이 이번 결정을 ‘정치적 숙청’으로 왜곡하며 자신을 희생양인 양 포장하고 있다”면서 “(이 위원장의) 국가공무원법, 선거법 위반 사건이 진행이 안 돼 이를 촉구하겠다”(김현 간사)고 맞불을 놨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회 증언감정법이 상정되기 전, 전날 상정된 국회법 개정안도 가결됐다. 지난 26일 통과한 정부조직법에 따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재정경제위원회로, 환경노동위원회는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로, 여성가족위원회는 성평등가족위원회로 명칭을 바꾸고 소관 기관의 범위를 조정하는 내용이다.
국회법 개정안이 상정된 전날부터 야당에선 유상범·박충권·이종욱 의원 등이 필리버스터에 나섰지만, 24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국회 본회의장은 텅 빈 모습이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안태준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에 필리버스터 할 의원이 없어 제가 해야 한다고 오늘 아침 전화를 받았다”며 “나는 전혀 필리버스터 할 생각이 없는데, 이렇게 무의미한 것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해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안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종료하려 하자 우원식 의장이 “24시간 안 됐다. 조금 더 해야 한다”고 만류했을 때도 폭소가 터졌다.
김나한·조수빈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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