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팔 시위 참석했다고...美, 콜롬비아 대통령 비자도 취소했다

미 국무부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찾은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의 비자를 취소했다. 뉴욕에서 열린 친 팔레스타인 시위에 나섰다는 것이 이유다.
미 국무부는 지난 26일(현지시간) X(엑스)에 올린 글에서 “페트로 대통령이 미국 군인들에게 명령에 불복종하라고 촉구하면서 폭력을 선동했다”며 “무모하고 선동적인 행위 때문에 우리는 그의 비자를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페드로 대통령은 이날 팔레스타인 사태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석해 군중들을 향해 연설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연설에서 “나는 미국 군대의 모든 병사들에게 사람들에게 총을 겨누지 말 것을 요청한다. 트럼프의 명령에 불복종하라”고 말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비자 취소 조치 직후인 27일 콜롬비아로 귀국했다. 다만 콜롬비아 정부 측은 “예정된 일정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22년 8월 취임한 페트로 대통령은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대통령이다. 그는 집권 초엔 중남미 좌파 정권들과 긴밀한 관계를 다지는 것 뿐만 아니라 미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투 트랙’ 전략을 표방했다. 기후변화 대응·마약 퇴치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겠다면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는 양국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미 외교협회(CFR)는 지난 7월 보고서에서 “콜롬비아는 오랫동안 미국의 가장 중요한 지역 동맹이었지만, 페트로 대통령 집권 이후 중국과 가까워지고 코카(코카인의 원료) 재배지가 70%나 늘었다”며 “이는 콜롬비아 주변국은 물론 미국을 위협하는 갱단과 마약 카르텔을 강화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지난 15일 “마약 통제 의무를 현저하게 충족하지 못했다”며 콜롬비아에 부여했던 ‘마약 퇴치 협력 파트너’ 인증을 취소했다. 미국이 콜롬비아에 매년 해 오던 연간 5억 달러(7000억원) 규모의 마약 밀매 퇴치 예산 지원의 지속 여부도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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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가능성?
이런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의 국가 인정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27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를 계기로 아랍·이슬람 국가의 지도자들과 만나 제안한 가자지구 평화구상 21개항을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평화구상안에는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에 머물도록 장려하고 미래의 팔레스타인 국가로 가는 길을 만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대화를 통해 평화적 공존을 위한 정치적 지평에 합의할 것”이라고도 명시했다. 이 밖에 모든 인질 석방, 하마스의 무장해제, 가자지구의 비무장화 등의 내용이 평화구상안에 포함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번 제안은 트럼프 행정부의 지금까지의 정책과 크게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에 머물도록 한 것은 큰 진전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월, 미국의 가자지구 점령과 팔레스타인 주민 약 200만명의 영구 이주를 언급하는 등 팔레스타인의 국가로서의 존립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다만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두 국가 해법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모두가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하마스의 무장해제 등 하마스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스라엘이 그간 요구해 온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도 두 국가 해법을 반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6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그것은 완전히 미친 짓”이라며 “이스라엘은 누군가가 우리의 목구멍에 테러 국가를 억지로 밀어 넣도록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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