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박스·신문지 물결... "빛의 혁명 뒤에도 기후정의는 뒷전"
[소중한, 전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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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27기후정의행진 집회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수달 분장을 한 참석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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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개 시민사회 단체, 노동조합, 농민단체, 종교단체 등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모여 '927기후정의행진' 집회를 열고 "빛의 광장의 힘으로 탄생했다고 자평하는 정부에게 광장에서 다시 묻는다"라며 기후정의를 위한 6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동십자각과 서십자각터 사이를 가득 메운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① 기후정의에 입각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전환 계획 수립 ② 탈핵·탈화석 연료 및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③ 성장과 대기업을 위한 반도체·AI산업 육성 재검토 및 생태계 파괴 사업 중단 ④ 모든 생명의 존엄과 기본권 보장 및 사회 공공성 강화 ⑤ 농업·농민의 지속가능성 보장 및 먹거리 기본권 수립 ⑥ 전쟁·학살 종식과 방위산업 육성 및 무기 수출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각 요구안에 따른 '올해의 기후정의 걸림돌'을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각 요구안 별로 ① 산업통상자원부 ② 원자력안전위원회 ③ 국토교통부 ④ 오세훈 서울시장 ⑤ 몬산토 바이엘 ⑥ 이스라엘 정부(네타냐후 총리)가 선정됐다.
주최 측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이는 국토교통부, 심해지는 기후위기 시대에 공공성과 돌봄 서비스를 후퇴시키는 오 시장, 유전자변형생물체(GMO) 확산에 가장 적극 나서는 몬산토 바이엘, 집단학살·생태계 파괴·대량 온실가스 배출을 야기한 이스라엘 정부(네타냐후 총리)"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집회 사회를 맡은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이 걸림돌들과 혼자서 맞서기엔 만만치 않다. 하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오늘 이렇게 많이 모이지 않았나"라며 "오늘 광장에 모인 시민의 힘으로 불평등을 넘어 기후정의를 이루기 위해 거리에서, 일터에서, 삶터에서 함께 행동해 나갔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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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을 기준으로 동십자각과 서십자가터 사이를 가득 메운 집회 참석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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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회 참석자들이 "내연기관차 판매중단"이 적힌 피켓을 든 채 서명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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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신문으로 만든 물떼세 모자를 쓴 김아무개(50대 여성)씨는 "멸종위기종인 물떼세 등 생명 다양성을 보존하자는 의미에서 이 모자를 썼다"라며 "(기후위기로 인해) 인류도 멸종할 수 있을 텐데 같은 멸종위기종끼리 서로 생각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인권동아리 소속 동료들과 현장을 찾은 대학생 안나경씨는 "제가 사는 동네에서 반지하 침수 사건이 벌어지며 기후정의에 대해 인식하게 됐다"며 "사람의 목숨은 기후와 실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영화 <기생충>에도 나오듯 폭우가 쏟아지면 어떤 사람은 '내일은 상쾌하겠지'라고 생각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생존을 위해 그 물을 퍼내야 한다"라며 "기후정의엔 그러한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도 현장에 부스를 차렸다. 유족들은 "재난의 이름은 다르지만 슬픔은 같습니다", "기후재난과 사회적 참사 이제 그만", "기후위기가 심해질수록 재난참사도 늘어납니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하라" 등이 적힌 폐박스 피켓을 들고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팔찌를 나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상은씨의 이모 강민하씨는 "유족들 사이에서 재난참사가 기후위기와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리자는 이야기나 나왔다"라며 "이런 집회에 나오면 우리 애들 생각도 나고 참사에 관심을 가져주는 이들이 많이 힘이 난다"라고 말했다.
"화석 연료 보조금을 즉시 폐지하라"는 피켓을 목에 건 채 집회에 참석한 경기도 용인에서 온 부부는 "한 사람이라도 더 목소리 내야 귀 기울일 사람들이 좀 더 늘지 않을까 싶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화석 연료 관련 기업에게 주는 보조금이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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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회 참석자들이 갖가지 피켓을 들고 분장을 한 채 광화문 앞을 지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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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를 본딴 조형물이 광화문 앞에 놓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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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 쿠팡CFS지부의 이윤정씨도 "폭염과 한파, 장마와 태풍 속에서도 우린 멈추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라며 "쿠팡을 비롯한 거대 자본은 노동자의 생명과 존엄보다 이윤을 앞세우며 기후위기를 심화시키고 기후재난으로부터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책임을 저버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부산지회 소속 박치우씨는 "에너지 전환의 목소리가 커지는 지금 (발전소에서 일하는) 저희는 동감과 두려움 속에 서 있다"라며 "우리에겐 공공재생에너지라는 대안이 있다. 시민과 노동자, 지역사회, 정부의 민주적 협력으로 공공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면 신속하고 정의롭게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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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의 부스에서 유족들이 시민들에게 보라색 팔찌를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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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레스타인긴급행동 부스에서 한 외국인이 사진을 찍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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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연 플랜1.5 활동가 또한 "정부가 얼마 전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발표하며 환경부 장관이 '탈탄소는 녹록치 않다. NDC 실현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했다"며 "(지구 평균 상승 온도를) 1.5도 이내로 막는 데 실패하면 그때 우리의 경제, 산업은 괜찮나. 무엇보다 우리의 삶과 우리 미래 세대의 삶은 괜찮나. 2035년까지 온실가스 65% 감축이란 목표는 선택이 아니고 우리 삶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지난 목요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2호기 수명연장 심사를 시작했다. 핵발전 확대 정책은 빛의 혁명 뒤에도 여전히 실용이란 이름으로 남아 있다"라며 "AI 때문에, 탄소 감축 때문에, 수도권 전력 때문에 등 이런 핑계는 이제 그만 대야 한다. 전력수요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게 진짜 실용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진성선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도 "폭염, 홍수, 산불, 감염병 등 우리는 기후재난 위기 속에서 어떤 생명이 배제됐는지 낱낱이 목격했다"라며 "우리가 만들 기후정의는 모든 생명의 존엄을 지키고 평등을 실현하는 길이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기후정의를 향해 함께 투쟁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집회 후 참석자들은 광화문을 출발해 종각역, 을지로입구역, 시청광장, 광화문역을 지나 다시 출발지까지 약 1시간을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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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앞을 메운 집회 참석자들과 두꺼비 조형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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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27기후정의합창단(평화의나무합창단, 여러모로합창단, 아는언니들, 지보이스, 종합예술단 봄날, 416합창단, 이소선합창단, 참여연대 참좋다, BTN으로 구성)이 집회 무대에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을 합창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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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회 참석자들이 "지금 아니면 언제, 우리 아니면 누가"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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