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자주국방론’에 담긴 리스크 [신율의 정치 읽기]

2025. 9. 2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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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12일 강원도 화천 7사단에서 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21일 SNS를 통해 “강력한 국방 개혁으로 완전한 자주국방 태세를 구축해나가겠다”고 밝히며 “외국 군대 없이는 자주국방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일각의 굴종적 사고”를 비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상비 병력 수로 승부가 결정되는 전쟁은 과거의 일”이라며 “감지·판단·조준·사격이 자유로운 인공지능(AI) 전투 로봇, 무장 자율드론, 초정밀 공격·방어 미사일 등 유무인 복합 첨단 무기체계를 갖춘 50명이면 100명은 물론 수천수만의 적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발언은 미래 지향적 국방 구상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이러한 주장의 현실적 타당성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먼저 지적할 점은, 현대전에서 역시 여전히 실제 운용 가능한 병력 규모가 실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 전쟁에는 대통령이 언급한 AI 운용 드론과 무인기 등이 실전에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북한에 파병을 요청했다는 사실은, 현대전이라고 불리는 전쟁에서도 병력 숫자는 중요함을 보여준다. 이뿐 아니라 미군의 ‘최소계획비율’ 교리도 병력 수(數)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이 교리는 공격과 방어 전투에 필요한 병력의 상대적 비율을 제시하는 개념으로, 공격 시 아군과 적군의 비율이 3 대 1의 우위를 확보해야 하고, 방어 시에는 1 대 3 수준을 유지해야 전쟁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교리는 전쟁에서 병력 규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군조차 병력 규모를 중시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군의 ‘최소계획비율’을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해 계산하면, 북한의 현역 병력 120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가 필요로 하는 최소 현역 병력 규모는 40만명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국군은 북한 대비 상비군 숫자는 적지만, 군 복무를 마치고 현재도 훈련 중이며 즉시 전투에 투입 가능한 예비 병력이 260만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교에는 논리적 일관성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병력을 언급할 때는 예비 병력까지 포함시키면서, 북한을 언급할 때는 현역 상비군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균형 잡힌 비교라고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2025년 5월 23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5월 11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2025년 세계 위협 평가’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이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은 현재 100만명이 넘는 현역 병력과 700만명이 넘는 예비군 및 준(準)군사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즉, 북한은 정규군과 예비 병력을 합쳐 800만명을 훌쩍 넘는 병력을 보유한 것인데, 이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260만 병력은 북한 방어에 다소 부족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향후 우리 병력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라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 발언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또 다른 측면은, 북한이 러시아 지원을 받아 재래식 무기 현대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현실을 간과한 점이다.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연간 국방비가 북한 국가총생산의 약 1.4배고, 세계 군사력 5위를 자랑하며 경제력에서 북한의 수십 배에 달하고 인구는 2배가 넘는다”고 언급했지만, 북한 특성상 재래식 무기 현대화에 투입되는 인력은 전부 ‘무상’이고, 러시아의 기술 지원은 병력 파병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에 이러한 경제적 비교는 실질적 의미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지원 아래 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현대화할 경우, 단기간에는 2년, 장기적으로는 8년 정도 이내에 우리와 유사한 무기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 수준이 우리와 비슷해질 전망인 데다가 북한이 실질적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와 북한의 국방력 격차는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만일 미군이 철수한다고 가정하면, 미국의 핵우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러한 제반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자주국방이라는 개념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이를 현실화하기에는 다양한 측면에서 상당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평가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러한 발언을 한 배경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한미 동맹의 현대화’라는 맥락에서 추측할 수 있다. ‘동맹의 현대화’의 핵심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있는데, 이러한 추론이 가능한 근거는, 이 대통령이 “전 세계가 갈등과 대립을 넘어 극단적 대결과 대규모 무력 충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우리는 외부의 군사 충돌에 휘말려서도 안 되고, 우리의 안보가 위협받아서도 안 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할 경우 외부 군사 충돌에 연루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미국이 자주국방론을 주한미군 감축의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제공해, 결과적으로 우리 외교의 선택폭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발언은 국내 정치적 차원에서도 합리적인 정치적 행위로 평가하기 어렵다. 지난 9월 19일 발표된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9월 16~18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 대상 전화 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를 기록했는데, 이러한 높은 지지율의 배경에는 중도층의 지지가 한몫하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의 63%가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한 반면,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40%에 그쳤는데, 이는 중도층이 강경 세력의 의중을 대변하는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온건한 노선을 추진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지지를 보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외국 군대 주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을 ‘굴종적 사고’로 규정하며,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외칠 경우,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중도층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안보 정책은 최선의 상황이나 희망적 시나리오를 전제로 수립되어서는 안 된다. 안보 영역에서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이 어떠한 전제와 가정하에서 이러한 발언을 하게 되었는지 국민들에게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비상계엄 때문에 아직도 가슴이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또 다른 불안감을 선사해서는 안 된다. 예측 가능한 정치 그리고 안정적인 외교 노선을 보여줘 국민을 안정시키는 것이 현 정권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9호·추석합본호 (2025.10.01~10.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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