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랜 숨어다녔어요"…33년만에 '불법' 딱지 뗀 문신사들 '환호'

" 원랜 다 숨어다녔어요. 이젠 당당하게 허리 펴고 다닐 수 있게 됐죠. "
국회 본회의에서 문신사법이 통과된 직후인 25일 오후 9시쯤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소재 한 두피 문신 가게에 ‘두피 문신 합니다’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가게 안에선 두피 문신사 박진희(51) 원장이 탈모 고객들의 정수리 두피를 까만 점으로 채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두피 문신은 머리카락이 빠진 부위에 바늘이나 레이저 등으로 검은색 점을 연이어 찍어 숱이 많아 보이게 하는 시술이다. 박씨의 손을 거치자 고객 두피에 검은 점이 촘촘히 채워졌다.
가게 벽면엔 박씨가 전문성을 증명하겠다며 딴 자격증이 10여 개 걸려있었다. 박씨의 뒤편엔 실습생 두 명이 두피를 본뜬 손바닥 크기의 고무판과 종이에 일정한 간격으로 점을 새기고 있었다.
박씨는 문신사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젠 시험 한 번으로 내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겠다”고 감격했다. 그가 문신 침을 잡은 지도 어언 10년이다. 실습생 전아랑(43)씨는 “법적으로 인정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해서 왔다”며 “기술을 다 익힐 즈음엔 전문 시험도 생길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非)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 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9일 법사위를 통과한 후 2주 만이다. 이로써 국가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취득한 자에겐 문신사 지위가 부여된다. 위생 및 안전 관리 교육도 의무화됐다. 법 시행일은 공포 후 2년이 지난 시점으로, 최대 2년간은 임시 등록·면허 취득 등 특례가 부여될 예정이다.
문신사들은 “불법 딱지를 뗐다”며 기뻐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16년간 눈썹 반영구 문신을 해왔다는 최영미(50) 원장은 “한 번 신고를 당한 뒤론 두려움에 떨며 일을 거의 못했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적극 광고도 못 하고, 입소문에만 의지했던 상황이어서 절망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젠 맘 편히 교육생도 받을 수 있고, 영업이 정지될 걱정도 없다”며 웃었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타투이스트 권모(33)씨는 “문신사법이 통과되자 외국인 친구가 ‘빛으로 가겔 보여줄 수 있냐’며 서툰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며 “‘간판을 달 수 있지 않냐’는 의미였는데, 타투이스트들이 빛으로(양지로) 걸어간다는 상징적 의미로 다가왔다”고 했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1992년 문신 시술을 ‘의료 행위’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 이후 처벌 대상으로 간주됐다. 의료계 또한 문신이 “피부 침습 행위”라며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신이 의료용이 아닌 미용 목적인 데다가 의사에게 문신 시술을 받는 경우는 극히 적어 현실과 동떨어진단 비판도 많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문신 시술을 받은 국민은 약 1300만명인데, 이 중 의사가 시술한 비율은 1.4%에 그쳤다.
이 대통령, 대선 당시 합법화 공약
2021년엔 국가인권위원회가 문신 시술의 대중화를 감안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합법화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단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2022년 대통령 선거 후보 당시 “문신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합법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문신사협회들은 문신사법 통과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문신사중앙회 임보란(47) 회장은 문신사법 통과 직후 국회 앞에서 “더 엄격한 윤리와 자율 규제로 신뢰에 보답하겠다”며 “다음 단계는 국가 자격시험과 위생관리 체계를 발 빠르게 수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초연맹 화학섬유식품노조 타투유니온 소속 박은수(40)씨 또한 “2년 내 제대로 된 법제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소영 기자 oh.s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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