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름 무조건 뜬다는데 투자 머뭇…딜레마 빠진 정유, 왜

최선을 2025. 9. 2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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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가 울산콤플렉스(울산CLX)에 구축한 코프로세싱 방식의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 설비 전경. 사진 SK이노베이션


정부가 2027년부터 국내에서 급유하는 모든 국제선 여객기에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을 의무화함에 따라 정유 업계에 새로운 시장이 생겼다. SAF는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량을 80%까지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연료다. 다만, SAF 생산설비를 갖추려면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탓에 불황에 빠진 정유업계는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 4사는 정부의 ‘SAF 혼합 의무화 제도 로드맵’을 계기로 SAF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SAF 의무화 로드맵에 따라 2027년부터 국내 공항 국제선에 항공유를 공급할 때 SAF를 1% 이상 혼합해야 한다. 혼합 의무 비율은 2030년 3~5%, 2035년 7~10%를 목표로 한다.

GS칼텍스가 수출한 SAF 수출선이 일본 치바항 부두에 도착해 일본 나리타 공항 항공유 탱크로 양하되고 있다. 사진 GS칼텍스


글로벌 각국이 탄소중립(넷제로) 정책을 강화하면서 정유 업계는 화석 연료 아닌 동·식물에서 뽑은 바이오매스 등을 활용해 생산하는 SAF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SAF 시장은 지난해 17억 달러(약 2조5000억원)에서 2034년 746억 달러(약 108조9600억원)으로 연평균 46.2%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는 ‘코프로세싱(Co-Processing)’ 방식으로 SAF 상업 생산에 나섰다. 기존 정제시설 생산 라인을 유지하면서 바이오 원료를 혼합해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이다. SK에너지는 지난해 9월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에 150억원을 투자해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올 1월 국내 최초로 유럽에 SAF를 수출한 데 이어 3월에는 홍콩 국적 항공사 캐세이퍼시픽항공과 공급 계약을 맺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들이 지난 22일 SAF를 생산하는 수첨분해공정 앞에서 대한항공 국제선 SAF 공급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는 세계 최대 바이오연료 생산 기업인 핀란드 네스테의 SAF를 공급받아 2023년 9월 국내 최초로 대한항공과 함께 시범 운항을 실시했으며,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생산한 제품을 지난해 말부터 국내 항공사들에 공급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SAF를 일본에 수출한 데 이어 이달 대한항공 일본 국제선 항공기에 SAF를 공급하기로 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8월 국내외 항공사에 SAF 공급을 시작했고, SAF 전용 생산설비 건설을 검토 중이다.

‘비(非)정유’ 기업으로 변신 중인 정유사들은 SAF 같은 친환경 연료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곳간 사정이 문제다. 최근 정유 부문 손실이 커지고 석유화학 불황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투자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유 업계의 SAF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했는데, 올해 들어 적자 폭이 커지며 투자 여력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SAF가 미래 먹거리 중 하나는 맞지만, 글로벌 시장 수요가 아직은 불확실하고 원료 수급도 어려워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열 에쓰오일 사장(오른쪽)이 친환경 분야 국제 인증기관인 컨트롤유니온의 더크 타이처트 아시아지역 대표로부터 ISCC 인증서를 전달 받고 있다. 사진 에쓰오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정유 4사의 정유 부문 적자는 1조5000억원에 달했다. 코프로세싱 방식은 생산 수율이 약 10%에 불과해, SAF 의무화 로드맵에 따라 생산량을 늘리려면 전용 생산 설비를 갖추는 게 필수다. SAF 전용 설비 구축에는 최소 1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업계는 정부의 세제 혜택 등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SAF에 대해 갤런(1gal=3.785ℓ)당 최대 1.75달러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일본은 국내생산촉진세제에 따라 리터당 30엔의 세액공제를 지원한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에 지속가능한 SAF 시장이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내생산촉진세제에 SAF를 포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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