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박70일 필리버스터’ 혼선 국힘, 與 하락에도 지지율 그대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맞서 꺼내든 ‘69박70일’ 무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를 놓고 “한다” “안 한다”를 번복하며 혼선을 빚고 있다. 하루 사이에 세 번이나 방침이 바뀌는 등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26일 전날 하지 않기로 했던 무한 필리버스터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체적으로 비쟁점 법안도 필리버스터를 하는 게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앞으로 법안의 내용에 따라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욱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무한 필리버스터 방침이 바뀐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69박70일 필리버스터를) 다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쟁점·비쟁점 법안을 가리지 않고 모두 필리버스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날에도 이런 방침을 세웠다가 반나절 만에 수정했다. 당초 민주당이 검찰청 해체를 포함한 정부조직법 등 4개 쟁점 법안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키로 하자, 국민의힘은 쟁점·비쟁점 법안을 가릴 것 없이 무한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을 포함해 총 69개 법안이 상정 될 경우에 대비해 69박70일 필리버스터를 실시하겠다고 벼르며 의원 전원에게 ‘출국 금지령’을 내리고 보좌진 등 백업 요원도 비상 대기토록 했다.

이런 계획은 전날 오후 본회의 직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뒤집어졌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쟁점 법안 4건에 대해서만 필리버스터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도 본회의에 상정된 11개 안건 중 문신사법 등 7건의 비쟁점 안건에 대해선 필리버스터에 나서지 않았다. 송 원내대표는 “문신사법과 산불 지원 특별법 등은 지역이나 해당 업계에서 굉장히 갈망하는 법안이기 때문에 적극 찬성하기로 총의를 모았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법안 하나하나를 놓고 유·불리를 판단해 가면서 말로는 무한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하면 국민들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겠느냐”고 했다. 다른 의원도 “우리 집이 불타는데 찬밥·더운밥이나 가리고 있는 꼴”이라고 했다. 다만 “‘민생 문제에 발목을 잡는다’는 여권의 공격을 당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도부 입장에선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국민의힘 관계자)는 반론도 있다.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하다가 여론이 안 좋아진 상황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답보 상태인 걸 두고도 내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발표된 한국갤럽 정당 지지율 조사(23~25일,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 결과 민주당은 38%, 국민의힘은 24%를 기록했다. 지난주 조사와 비교해 민주당 지지율은 3%포인트 하락했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같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연일 무리수를 두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데 우리 당이 반사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당 투쟁 전략이 잘못된 결과일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일요일인 28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진행하기로 한 2차 장외집회를 놓고도 역효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윤 어게인이나 부정선거 옹호자들까지 집회에 참석하는 상황에서 중도층이 우리 당을 더욱 외면하는 계기가 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6일 국민의힘 인천광역시당 주요 당직자 워크숍에서 “어떤 분들은 장외투쟁을 할 때가 아니라고 하신다”며 “배 타고 멀리 나가서 꽃게 잡자 했더니 갯벌에서 바지락만 캐도 되는데 왜 꽃게 잡으러 가냐고 말씀하실거면 바지락을 캐세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외투쟁을 비판하는 분들이 다른 곳에서 더 의미있게 싸우고 계신다면 저희와 함께 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러나 저는 그분들이 싸우는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곤 “장외투쟁 비판하는 분들, 어디에서 뭐라도 하시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서울에서 장외 집회를 개최하는 건 자유한국당 시절인 2020년 1월 광화문 광장 집회 이후 5년 8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집회에 10만명가량 참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규태 기자 kim.gyut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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