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96세 아버지께 온 택배, 그 속에 담긴 뜻밖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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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를 착용한 아버지가 천천히 말했다.
아버지는 반가워 하시면서도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
아버지는 모임을 이끌면서 잘 한 일은 잃어버리고 은혜는 꼭 갚으려고 노력했다는 말을 나에게 여러 번 강조하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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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기자]
26일 아침 식전 아버지께서 나를 방으로 부르셨다. 긴히 따로 할 말이 있다는 것이다. 방에 들어가자 나는 손가락을 귀에 갖다 댔다. 아버지 보청기를 귀에 끼우시라고 보내는 신호이다.
보청기를 착용한 아버지가 천천히 말했다.
"어제 선물을 보낸 회장에게 직접 전화하고 싶다."
전날 아버지 앞으로 정체불명의 택배가 도착했다. 가만 살펴보니 아버지께서 예전에 몸 담았던 친목 모임 회장이 선물을 보낸 것이다. 아버지는 반가워 하시면서도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
하루가 지나고 아버지께서 선물을 보낸 회장의 연락처를 아시고 싶다는 것이다. 문제는 연락이 닿아도 통화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었다. 보청기를 껴도 생소한 전화 목소리는 거의 알아듣지 못하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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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는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고 과거의 인연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고맙다고 한다. |
| ⓒ 이혁진 |
내가 아버지를 모시고 모임에 간 적도 있다. 회원들이 집에 찾아오기도 했다. 회장을 그만두고 친목모임에 가시지 못하더라도 근황을 들으면 누구보다 기뻐하셨다. 아버지는 모임을 이끌면서 잘 한 일은 잃어버리고 은혜는 꼭 갚으려고 노력했다는 말을 나에게 여러 번 강조하신 바 있다.
아버지 뒤를 이어 오랫동안 맡으신 분이 작고하시고 새 회장이 선출됐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이후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제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모임에 가지 않은지 오래된 연락도 잘 닿지 않는 사람에게 선물까지 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이런저런 이유로 모임과 멀어지면 사람들의 관심과 발길이 뜸해지는 법이다. 아버지도 이런 세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선물을 받고 보니 회원들이 자신을 기억해 주는 것에 새삼 감격하신 모양이다.
회장님을 수소문해 전화했다. 아버지의 뜻을 대신 전하고 전화를 바꿔드렸다. 긴 대화는 불가능했지만 아버지는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분도 아버지 덕분에 모임이 잘 유지되고 있다며 덕담을 건넸다.
전화를 끊고 아버지가 말했다.
"모임을 맡아 주는 것도 힘든데 나까지 기억해 주다니 고마운 일이다. 후임자들이 모임을 잘 이끌어주면 그만한 보람이 없다."
선물에 담긴 메시지는 서로 감사히 소통하고 있으며 아버지께서 결코 외롭지 않다는 걸 확인해 준 것이다.
나도 가끔 은퇴 이전의 모임과 단체의 사람들을 만나거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늘 부족하고 아쉬움이 많아 후회하고 있다.
자식으로서 오늘따라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누군가에게 좋게 기억되고 인정받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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