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AI·로봇의 전망 먼저 제시해야"

임미리 2025. 9. 26. 14:3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임미리의 집중 인터뷰]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②

[임미리 기자]

[인터뷰①] 변방의 해고노동자는 어떻게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나(https://omn.kr/2fg9t)
 2025년 9월 남영동 전국결집 사무실에서 필자와 인터뷰 하는 한상균
ⓒ 임미리
민주노총 사상 최초 비정규직 요구 내건 정치파업 조직

- 감옥 생활 중 임기가 끝났는데 다시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전략과 투쟁을 구사하고 싶은가.

"지금까지는 방어에 급급했다. 노동계급 전체의 삶을 책임질 구체적 개혁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방어를 넘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2017년 마지막 해에 민주노총 역사상 최초로 비정규직의 요구만을 내건 정치 파업을 조직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 삶의 조건을 바꾸려는 전환점이었지만 이후 이를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한 점이 아쉽다."

- 앞으로 민주노총이 해야 할 역할은.

"단순히 임금·노동시간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AI·로봇 등 새로운 산업 변화에 대한 선제적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 목표 없이는 현장으로 돌아가 잔업·성과급만을 추구하는 현실에 머무르게 된다. 민주노총이 더 넓은 정치적 의제를 제시해야 한다."

- 민주노총 내부의 정파 갈등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정파의 본래 의미는 약화되고 있는데 실제 활동은 오히려 더 강력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도력도 약화되었고 조직력도 더욱 분산되는 모습이다. 내부 갈등은 노동자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주노총이 다시금 전체 노동자 계급을 대표할 수 있는 비전과 정치적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내부 갈등을 줄여 힘을 모아내는 주체로 거듭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 세력화 없이는 노동자 삶의 근본적 개선 어렵다"

- 민주노총은 정당 정치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노동조합은 태생적으로 자본주의 체제 유지 속에서 만들어진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세계적 경험을 보더라도 정치와 노동조합은 뗄 수 없는 관계다. 단순히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노동자·민중의 집권이라는 정치적 목표 없이는 노동자의 삶을 근본적으로 발전시키기 어렵다. 궁극적으로 노동 중심의 정치 세력화가 필요하다."

- 그렇다면 민주노총이 진보 정당 건설을 직접 주도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민주노총 내부와 진보정당 간에 의견이 갈린다. 민주노총은 민주당의 위성정당 참여, 이번 대선에서 진보정당 후보 미지지로 비판받았고, '노동 중심 진보정치 세력화'도 이미 대의원대회에서 합의한 바 있지만 현 집행부가 이를 실행하지 않고 있다. 일부는 진보정치의 주도권은 정당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일부는 민주노총이 직접 주도해야 한다고 본다. 노동 중심의 독자적 정치 세력화를 어떻게 실현할지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야 하며, 그러한 고민 속에서 '노동자계급정당건설추진준비위원회(노정추)'가 출범했고 현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올해 4월 금속노조에서 강연하는 모습.
ⓒ 한상균
"'사회적 대화' 부정 않지만 들러리 이용은 안 돼"

- 최근 민주노총이 26년 만에 국회 사회적 대화 참여를 결정하면서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은 변함이 없다. 지금까지의 사회적 대화는 결국 형식적인 합의나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고, 노동계는 들러리로 이용됐다. 무의미한 화해만 반복될 수 있는 틀이라면 참여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노동 기본권 강화, 저임금·불안정 노동자의 보호, 중간 착취 구조 해소, 끊이지 않는 산재 사망 문제 등을 중심 의제에 올려야 한다. 민주노총이 국민들에게 '이 조직이 아니면 우리의 삶을 지켜줄 힘은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도록 실질적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제스처에 불과한다."

"대통령 참여하는 공개 '끝장 토론' 필요"

-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 그리고 향후 과제는.

"현재 화학섬유 단지처럼 중국산 저가 공세로 고용 불안이 심각한 곳이 많다. 철강, 배터리, 석탄 화력·신재생 에너지 분야 등 산업 재편이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업종별 교섭을 제도화하고 관련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통령, 노동부 장관, 양대 노총 위원장,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공개적 '끝장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국민 앞에서 검증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업종별 교섭 같은 정책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민주당 정부가 과거 집권기마다 정리해고·파견제·기간제법 같은 노동자에게 불리한 개악을 주도해 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자본의 요구에 반대하며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척했지만, 집권 시기에는 오히려 자본의 숙원을 추진했다는 역사적 경험이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은 이재명 정부가 직무급제 같은 제도를 밀어붙이려 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 사회적 대화의 진정성은 거창한 틀을 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산업 전환기를 맞아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권리를 강화할" 실질적 제도와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있다."

"노란봉투법, 6개월 유예 기간 동안 주도권 확보 방안 마련해야"

- 노동조합법 2·3조를 개정한 일명 '노란봉투법'이 통과됐다. 민주노총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노조법 개정으로 하청노동자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게 됐다. 정규직보다 많은 수의 비정규직이 대표노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표노조가 단결하지 못하거나 단결하더라도 정규직 노동자가 자기 권리 일부를 비정규직에 양보해야 하는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하다. 계급적 이해로 연대할 수도 있고, 단결을 깨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이재명 정부는 과거처럼 정치적 수사에 의존하지 않고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또한 노조법 2·3조뿐 아니라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 가치 제고, 지배구조 개선, 자사주 소각을 추진하고 있다. 임금 격차 문제도 법률이 아닌 자본의 이윤 배분 차원에서 풀려는 접근을 보이고 있다.

현재 진보 정치권과 노동운동은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상태다. 앞으로 6개월의 유예 기간 동안 여러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얼마 전 쌍차 고법 판결을 대법에서 파기환송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쌍용차 손해배상 소송은 현재 재판이 계속 진행 중이며, 고등법원에서 다시 심리하는 상황이다. 회사 측은 손해배상 청구를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최종 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하기로 했다. 다만 노조가 법률 비용 약 8천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대법 파기환송은 지난 16년 동안 30명의 노동자가 죽으면서 경제적 압박, 즉 '돈의 감옥'에서 해방되는 의미가 크다. 돈의 감옥은 독방보다 무섭다고 할 정도로 노동자들에게 큰 고통이다. 노란봉투법은 쌍용차 사건 때문에 만들어졌고, 이 법이 통과되면서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노란봉투법은 소급 적용도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노동자의 역손해배상, 이른바 '거꾸로 손배'는 권력을 잡아야 가능한다. 소송을 걸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22년 12월 말 정년퇴직을 앞두고 쌍용자동차에서 마지막으로 차를 만들고 있는 모습.
ⓒ 한상균
광주 5·18이 심어준 저항의 DNA

- 1980년 전남기계공고 3학년 때 5·18 시민군으로 참여했다. 5·18 경험이 노동운동에 미친 영향은.

"5·18 같은 잔혹함을 집단적으로 경험한 것은 엄청난 충격이었고 거기에 저항하는 것은 누가 가르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삶에 찌들어 하루하루 먹고 살 때는 그런 것을 되돌아볼 겨를도 없기 때문이다.

5·18이 영향을 준 것은 쌍차 투쟁 때다. 나도 인간인지라 두려움이 없을 수 없고 저들의 탄압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까지 자행되었기 때문에 번뇌가 많았다. 내부의 이견은 계속 발생했고 자본은 파업 대오를 깨기 위해 온갖 회유와 협박을 일삼았다. 이 과정에서 평상심을 찾게 해준 것이 광주였다.

내가 지금 옳은 일을 하고 있고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이면 기꺼이 책무를 다하자, 칠흑 같은 밤 혼자 옥상에 올라갔을 때 광주 영령이 떠올랐다. 옳은 일에 먼저 간 수많은 민중이 있는데 운 좋게 살아남은 내가 현재의 시련 앞에 비굴할 수 없다, 이런 것들이 광주가 내게 심어준 중요한 DNA이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2020년 5월 1일 쌍용자동차에 복직해 2022년 12월 30일 정년퇴직한 뒤 2023년부터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의 자동차 판매원(오토매니저)으로 일하고 있다. 제21대 대선에서는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단일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해 권영국 후보와의 대결에서 탈락한 뒤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돼 권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