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징용 다 부정하는 '여자 아베'... 다카이치의 '말'들
[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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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24일 오후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역 근처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연설회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다카이치는 일본의 새 총리가 될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5명의 후보 가운데 우익 성향이 가장 뚜렷하다. '여자 아베'라고 불릴 정도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을 착실하게 따르며 자민당 내 보수세력의 지지가 두텁다.
그는 25일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아베 내각의 전후 70년 담화가 최고였다"라며 "새로운 메시지는 필요 없다"라고 말했다.
퇴임을 앞둔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전후 80년을 맞아 메시지를 내놓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애초 각의를 거친 공식 담화를 발표하려다가 옛 '아베파'를 비롯한 자민당 보수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개인 명의의 메시지로 한발 물러섰는데, 다카이치가 이마저도 막아선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2015년 내놓은 전후 70년 담화에서 "우리나라(일본)는 앞선 전쟁에서 한 일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 왔다"라며 '과거형' 사죄에 그쳤다. 또한 "후손들에게 사죄하는 숙명을 짊어지게 하지 않겠다"라면서 더 이상의 사죄는 없다고 못 박았다.
당시 한국 정부가 항의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언론도 <아사히신문>이 "발표하지 말아야 했을 담화"라고 비판했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침략 대상이었던 중국을 배려했지만 식민 지배를 한 한국에 대해서는 냉담했다"라고 평가했다.
다카이치는 24일 일본기자클럽이 주최한 공개 토론회에서 "한일 관계를 심화시켜 나가겠다"라면서도 총리로 취임했을 때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겠느냐는 질문에 "외교 문제로 삼아서는 절대 안 된다"라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께 경의를 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지금까지 직책에 관계없이 참배를 계속해 왔다"라며 총리 취임 후에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 의향을 분명히 표명한 바 있다.
"야스쿠니 참배 안 하니까 한국이 기어올라"
나라현 출신인 다카이치는 파나소닉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일본을 이끌 차세대 리더를 키우겠다며 설립한 '정치인 사관학교' 마쓰시타정경숙에서 공부했다. 방송 캐스터로 얼굴을 알린 뒤 1993년 중의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32세의 젊은 나이로 당선됐고, 3년 뒤 자민당에 입당해 본격적인 보수 정치인의 길을 걸으며 지금까지 10선을 지냈다.
그는 2022년 선거 유세 중 총격 사망한 아베 전 총리와 매우 가까웠다. 2006년 제1차 아베 내각에서 오키나와·북방담당상으로 처음 입각했고, 이듬해 일본 패전일인 8월 15일 현직 각료로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아베 전 총리는 그런 다카이치에게 2012년 제2차 내각 때 자민당 주요 4역 중 하나인 정무조사회장과 여성 최초 총무상 등 화려한 경력을 안겨줬다.
다카이치는 직전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서도 경제안보담당상을 맡았으나, 이시바 내각의 입각 제안은 고사하면서 거리를 뒀다.
아베와 마찬가지로 다카이치도 한국을 자극하는 잘못된 역사관으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그는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한 침략 전쟁과 식민 지배, 위안부 강제 동원 등 일본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1993년), 무라야마 담화(1995년)를 부정한다.
다카이치가 2013년 5월 NHK방송 토론회에서 이들 담화를 부정했다가 당시 정무조사회장이라는 사람이 당의 방침과 어긋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당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다카이치의 발언은 개인적 견해이고, 아베 내각과 자민당의 입장과는 다르다"라며 황급히 진화에 나섰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다카이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민당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내고 "한일병합은 1910년 '한일병합에 관한 조약'에 의해 실현되었고, 당시 러시아와 영국이 이를 인정했고, 미국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라며 "당시의 협약에 따른 반성과 사죄를 현재의 일본 정부가 하는 것은 오만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해서는 "여성의 의사에 반하여 일본군에 매춘을 강요했다는 역사적 자료는 발견된 바 없다"라며 "위안부라 불리는 여성들이 있었지만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으며, 그 여성들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있던 공창제도 하에서 일하고 있었다"라고 적었다.
또한 "(위안부를 사죄한) 고노 담화를 근거로 일본과 일본인의 명예를 부당하게 깎아내리는 활동이 한국을 넘어 다른 나라들에서도 활발해지고 있다"라며 "사실을 밝히기 위한 검증 작업을 거치지 않고 '정치적 교합의 산물'로서 담화를 발표한 당시 자민당 정권의 책임이 무겁다"라고 비판했다.
일본의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 보상이 논란이 됐을 때도 "(당시 징용은) 일본 국민 전반을 대상으로 했던 것"이라며 "조선인도 당시에는 같은 일본 국민으로서 징용된 것"이라고 강제성을 부정했다.
2022년 도쿄에서 열린 극우 단체 심포지엄에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에 "우리가 참배를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등 어정쩡하게 나오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 것(つけ上がる)"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카이치의 이런 과거 발언들을 의식한 듯 <산케이신문>은 "한국에서는 비교적 한국에 온건하다고 평가받는 이시바 총리의 퇴진이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라면서 "특히 다카이치에 대해서는 한국에 엄격한 강경 보수파로 간주하고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카이치의 배외주의 전략, 트럼프와 비슷해"
다카이치는 일본의 일반적인 국민 정서와도 동떨어진 발언으로 구설이 잦았다. 2013년 9월에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자는 없다"라면서 원전 재가동을 주장했다가 야권은 물론이고 자민당에서도 신랄한 비판이 쏟아지자 결국 "피폭이 아니더라도 건강을 잃거나 생업이 무너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들도 있다"라며 "내 발언으로 괴롭고 화났다면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최근에도 지난 22일 자민당 총재 후보 소견 발표회에서 자신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나라현에서 일부 외국인이 지역 명물인 사슴을 발로 걷어차거나 때린다면서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고 기뻐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온다면 무언가를 해야 한다"라고 외국인 규제 강화를 주장했다.
하지만 사슴 공원을 관리하는 나라현 관계자가 "적어도 하루 두 번 순찰하는데 폭행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말하면서 거짓말 논란이 일었다. <도쿄신문>도 "몇몇 사람들이 사슴을 발로 차는 동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돼 논란이 일었지만, 외국인 관광객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다카이치는 전날 토론회에서 해당 주장의 근거를 말해 달라는 요청에 "나름대로 확인했다"라고만 답했으나, 나라현 관계자는 "다카이치 측에서 문의가 없었다"라며 "어떤 정보가 근거인지 모르겠다"라고 거듭 반박했다.
그럼에도 다카이치의 지역구 사무소 직원은 기자들에게 "사슴의 뿔을 잡고 흔들거나 머리를 두드리는 행위가 빈번하다는 말을 공원 자원봉사자나 인근 숙박업소 관계자들에게 들었다"라며 "사슴 공원에 오는 사람의 80% 정도가 외국인 관광객이므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도 외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이라는 억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다카이치가 "일본인과 달리 외국인이 형사 사건을 일으켜도 경찰에서 통역 수배가 이뤄지지 않아 수사가 지체되어 불기소되는 경우가 자주 있어 부당하다"라고 말한 것도 검찰 간부가 "통역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일본 사법 통역사 연합회 관계자도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며 "불기소되는 사안은 경미하거나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로 제한된다"라고 반박했다.
일본 정치 컨설턴트 오하마자키 다쿠마는 "다카이치의 극단적인 배외주의 발언은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나 반감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지지를 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과 비슷하다"라며 "이번 선거의 포퓰리즘을 상징하는 사건으로서 현대 일본 사회가 직면한 과제로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공화당과 달리) 자민당에는 온건한 보수층도 상당수 있어 다카이치의 이런 전략을 당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라면서 "실제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향후 일본 정치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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