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개척 힘 싣는 李 정부, 5500억 들여 북극항로 뚫는다 [창간 60년-신패권 전장]
본격적인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한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북극항로 추진본부를 신설해 인력도 충원한다. 내년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필요한 실무 준비에도 착수했다. 하지만 수익 모델 발굴, 환경 우려 해소 등 해결해야할 과제도 만만찮다.

25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북극항로 개방 대비 상업 운항을 위한 경제성 분석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실제 북극항로 상업 운항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고, 각국의 준비 상황을 파악해 구체적인 개척 전략을 마련할 목적이다. 국제 규제 현황과 글로벌 선사의 움직임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북극항로 개척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예산부터 힘을 실었다. 내년 북극항로 관련 예산은 총 5499억원으로 올해보다 1041억원(23.4%) 늘었다. 우선 611억원을 투입해 북극용 쇄빙연구선 1척을 새로 건조한다. 실제 북극항로를 다닐 쇄빙∙내빙선박 건조를 지원하는 예산도 담았다. 항로 활성화에 따른 물동량 증가에 대비해 부산항 진해 신항 건설 예산도 늘려 잡았다. 극지해기사 양성 예산은 신설했다. 내년 시범 운항은 물론, 실제 배가 다닐 날이 머지않았다고 보고 전문가 양성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조직∙인력 충원도 활발하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빠르게 확정한 데 이어 대통령실 내 해양수산비서관을 신설했다. 연내 민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북극항로위원회’를 설립하고, 현재 해수부 내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운영 중인 조직도 범정부 지원 조직인 ‘북극항로 추진본부’로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국회는 관련 법안 제∙개정에 착수하며 후방 지원에 나섰다.

북극 개척은 역대 정부에서도 꽤 비중 있게 다뤄진 주제다. 첫 움직임은 이명박 정부 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2년 9월 그린란드 직접 방문했다. 주요국 지도자 중 그린란드를 방문한 건 이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그는 당시 쿠픽 밴더제 클라이스트 그린란드 자치정부 총리를 접견하고 자원개발 및 북극항로 개척에 협력하기로 했다. 현재 집무실 중앙에 그린란드 방문 당시 사진을 걸어 놨을 정도로 여전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통령의 이런 노력은 2013년 한국이 일본∙중국 등과 함께 북극이사회 정식 옵서버로 승격하는 데 역할을 했다.
박근혜 정부에선 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됐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현대글로비스∙CJ대한통운 등이 5차례 걸쳐 시범 운항에 나섰다. 다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러시아 측이 유빙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안전성 확보가 쉽지 않았고, 쇄빙선 수급 역시 원활하지 않았다. 비싼 보험료와 통행료도 발목을 잡았다. 그러다 2021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이어지면서 이후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과제가 적지 않다. 현시점에 활용 가능성이 큰 건 북극항로 중 러시아 북쪽 해역을 지나는 북동항로(NEP)다. 한국은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지 않는다. 외교적 여건을 고려할 때 향후 수입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

한국 입장에서 북극항로가 공급망 불안에 대비하는 보조적 해상 루트로 기능하려면 유럽과의 무역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 출발한 컨테이너선이 유럽 여러 지역을 거쳐 운송하는 모델이다. 역시 당장은 한계가 있다. 한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에서 여러 곳을 돌고 출발하면 되지만 한국은 중국·대만·싱가포르 등을 거쳐야 하는데 다시 북쪽으로 향하는 건 동선상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해운업계의 약 50%를 점유한 해운사 MSC, 머스크(Maersk), CMA CGM 등은 모두 북동항로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유럽 지역의 대형 화주와 영국 해운 보험사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와의 외교적 마찰, 운항에 따른 환경 문제 등을 고려한 조치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르는 국내 해운사도 이런 대응을 아예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지난해 11월 ‘북극항로 활용 가능성 연구 보고서’에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북극이 아닌 일반적인 해운 산업도 최근 ‘스마트 항만’, ‘그린 쉬핑’ 등 친환경 정책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북극항로가 국제 운송로로 발전하려면 환경과 지속가능성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짚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목까지 꽁꽁 싼 드레스 입혔다…재벌가 시집 간 최고 여배우 | 중앙일보
- "석열이 이혼시켜, 꼭 해야 해!" 김건희 '소록도 유배작전' 전말 | 중앙일보
- 외도 후 부부관계 시로 쓴 남편…아내는 그 치욕 공개했다 | 중앙일보
- 성관계 요구 거절하자 차로 돌진…16세 소녀 현장서 숨졌다 | 중앙일보
- 성폭행 저항하다 '전치 2주'…여장교 울린 공군 대령 결국 | 중앙일보
- 개그계 큰 별 하늘로…'1호 개그맨' 전유성 별세 | 중앙일보
- 딸 유학비 위해 한국서 성매매…"짱XX" 그 엄마 살해당했다 | 중앙일보
- 남극서 전례없는 성폭행 사건…"극한 환경 악용"한 그 과학자 최후 | 중앙일보
- "여고생 구급차 실려갔다"…얼굴에 성행위 도구 '충격 합성' 뭔일 | 중앙일보
- 여성 얼굴에 흰 액체 부었다…선정성 논란 터진 이니스프리 결국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