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조직개편 없던일…금융위·금감원 안쪼갠다

김남준, 김나한 2025. 9. 26.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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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25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긴급 고위 당·정·대 회의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김민석 국무총리. 당·정·대는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금융조직 개편 방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를 17년 만에 해체하는 정부 금융조직 개편안이 발표 18일 만에 철회됐다. 2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당·정·대)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금융위원회 정책·감독 기능 분리와 금융소비자원 신설 등을 담지 않기로 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필리버스터는 물론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까지 고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조직법이 소모적 정쟁과 국론 분열 소재가 돼선 안 된다”면서 “금융 관련 정부 조직을 6개월 이상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경제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사·금융당국 직원들 공감대 못 얻어
앞서 당·정·대는 금융정책 기능을 신설 재정경제부로 넘기고, 금융위를 금감위로 재편하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또 금감원의 소비자 보호 기능을 금융소비자원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발표 18일 만에 금융조직을 현 상태로 유지하기로 입장을 뒤바꿨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조직 개편에 반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까지 예고하자, 금융조직 개편안만 제외해 다른 정부조직법 국회 처리에 협조를 얻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면밀한 준비 없이 추진한 탓에 금융사와 소비자, 금융당국 직원 모두에게 공감대를 얻지 못한 것이 진짜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정위는 조직 개편 방안을 내놓으면서, 어떻게 이를 나눌지 구체적인 밑그림조차 그리지 않았다. 결국 9000개가 넘는 금융 관련 법안 조문을 금융위와 금감원 직원들이 일일이 검토해 분리하는 작업을 최근까지 진행했다. 분리 작업에만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이날 여당이 말한 조직 개편 철회 이유 중 하나인 ‘6개월 금융 공백’은 야당 반대와 상관없이 처음부터 예견된 사태였다는 의미다.

금융사의 불만도 컸다. 새로 바뀔 금융조직이 재경부·금감위·금감원·금소원 4개로 분리되면서, 감독 체계의 중복과 혼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사 중심으로 “결국 시어머니만 4명 모셔야 할 판”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또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관치 강화라는 불만도 터졌다. 결국 금감원 직원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서는 등 반발이 확산했다. 다만 당·정·대는 이날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은 아직 철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여론 수렴 과정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조직 개편을 진두지휘한 국정위는 조직 개편 당사자인 금융위와 금감원에 공식적인 의견 청취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가 임명한 금융당국 수장들조차 조직 개편 논의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금융위 해체 통보를 받는 촌극도 벌어졌다.

18일 만에 철회…“졸속 추진 시인한 것”
금융조직 개편을 갑작스럽게 철회하면서 신설 재경부의 경제 총괄 기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정·대는 원래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대신,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이전해 재경부가 경제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금융조직 개편이 없던 일이 되면서, 재경부가 세제·국제 금융 기능만 가진 반쪽짜리 부처가 됐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금융조직 개편 철회는 정부와 여당 스스로가 졸속으로 개편을 추진했음을 시인하는 것”이라며 “결국 재경부 기능만 축소돼 경제 컨트롤타워 기능이 약화할 우려만 커졌다”고 짚었다.

김남준·김나한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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