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공화국' 수호하는 검찰...삼성 엑스파일 사건 떠올랐다
흔한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 '오마이뉴스 기자 박정훈'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박정훈',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연대를 모색해 나갑니다. <편집자말>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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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팡 본사 |
| ⓒ 이희훈 |
쿠팡과 검찰 문제를 이해하려면 2023년 6월로 시간을 돌려야 합니다. 당시 쿠팡 고양센터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최효 사무장은 물류센터 노동자에게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꾸자는 캠페인을 하고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사러 나온 물류센터 노동자가 노조 캠페인을 발견하고는 최효 사무장에게 달려갔습니다.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는 서명을 하지 않으면 관리자가 현장 출입카드키를 주지 않는다는 호소였습니다. 바뀐 취업규칙은 일용직 노동자에게 주휴, 연차, 퇴직금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꾸려면 변경 내용을 노동자에게 사전 공지하고, 회의 방식에 의한 집단적 동의가 필요합니다. 집단적 동의란 회사의 개입이 배제된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설사 회사가 노동자의 자발적인 동의를 거쳐 취업규칙을 변경하였더라도 위법한 내용이라면 무효가 됩니다. 일용직이라 하더라도, 1년 이상 일을 했다면 퇴직금 지급 대상이지만 쿠팡은 취업규칙 변경 후 퇴직금 지급을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지만, 고용노동부에서도 쿠팡 일용직은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며 진정을 취하하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쿠팡의 퇴직금 체불 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자 담당 근로감독관이 바뀌고 새로운 조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검찰발 쿠팡 게이트
그런 와중에 소명 의식을 가진 근로감독관이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쿠팡이 위법하게 취업규칙을 바꾸었다는 증거를 확보했고, 올해 1월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넘겼습니다.
고용노동부가 확보한 쿠팡 내부 문건에는 "일용직 사원들에게 연차, 퇴직금, 근로기간 단절의 개념을 별도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며, 이의제기시 case by case(개별) 대응함"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쿠팡은 애초부터 불법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이 내용만으로도 최대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이 가능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은 효력이 사라집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 내용을 쏙 빼놓고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이 적법했다며 지난 4월 불기소처분을 내렸습니다. 노동자들은 곧바로 항고했지만 검찰의 행태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의구심을 가지고 검찰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실이 쿠팡 사건을 담당했던 부천지청 부장검사가 대검찰청에 제출한 진정서를 확보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이 진정서 내용을 보도(https://omn.kr/2ffgu) 했는데, 설마 했던 의심은 사실이 되었습니다.
진정을 제기한 부장검사의 주장에 따르면 엄희준 부천지청장이 사건 담당자인 자신을 거치지 않고 새로운 검사에게 쿠팡 퇴직금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는 겁니다. 부천지청의 2인자인 김동희 차장검사도 쿠팡 퇴직금 사건은 무혐의가 명백한 사건이라고 부장검사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쿠팡 측 변호를 맡은 검찰 출신 김앤장 변호사는 담당 부장검사와의 면담에서 김동희 부천지청 차장검사와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쿠팡의 위법행위에 검찰이 조직적으로 공모한 대형 사건 '쿠팡게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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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11월 26일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성당에서 삼성물산 해외비자금 조성 증거, 이건희 회장 부인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 미술품구입에 비자금이 사용된 내역, 참여연대에 관계하고 있는 변호사들을 관리할 '로비지침' 등을 공개했다. |
| ⓒ 권우성 |
삼성과 검찰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벌어질 줄 알았는데 사태는 엉뚱하게 흘러갔습니다. 삼성과 검찰이 아니라 삼성 엑스파일을 공개한 노회찬 의원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고 2013년 대법원판결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검찰도 진실을 완전히 가릴 수는 없었습니다.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가 2007년 기자회견을 열고 '검사들에게 명절 떡값·장학금·자녀 학비 등을 제공하며 관리했다'고 폭로했습니다. 2010년에는 <삼성을 생각한다>를 출간하면서 삼성 엑스파일과 삼성의 관리를 받던 검사의 문제가 체계적으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사람들은 검찰을 삼성 장학생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삼성 엑스파일 사건이 폭로됐던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한국사회의 정치, 경제, 언론, 사법 권력까지 삼성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말이었습니다. 삼성 공화국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바뀌고, 쿠팡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삼성 공화국은 쿠팡 공화국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그러했듯, 쿠팡 역시 사업을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중입니다. 쿠팡은 청와대 법무비서관이자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했던 강한승을 대표로 선임한 바 있고,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서비스 대표에 검사 출신의 김앤장 변호사 홍용준을 영입했습니다. 부장검사 출신의 김앤장 변호사 이혜은도 쿠팡 경영관리실 전무로 영입됐습니다.
쿠팡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쿠팡을 감독해야 할 고용노동부 공무원들도 대거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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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풀필먼트의 부당한 취업규칙 변경으로 일용직 노동자들의 퇴직금이 미지급된 사건과 관련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한 쿠팡과 이를 비호한 검찰의 유착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 ⓒ 유성호 |
2020년부터 일한 두 사람은 2년 이상 일한 2022년에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쿠팡은 무기계약직 전환 심사과정에서 두 사람이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감점을 줘 무기계약직에서 탈락시켰습니다. 재판부는 쿠팡이 노조 간부들을 포함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한 부분도 지적했습니다.
"참가인(쿠팡풀필먼트서비스)이 노조에 대해 갖고 있던 부정적 인식이 원고에 대한 평가와 무기계약진 전환 거절의 단초가 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부당노동행위, 블랙리스트 모두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중대범죄입니다. 이 때문에 보통 몰래 하는데, 쿠팡은 퇴직금 미지급 사건처럼 투명하게 범죄를 저지릅니다.
소위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으로 검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쿠팡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퇴직금 분실 사건이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만큼 중요한 사건으로 다뤄지길 바랍니다.
만약 검찰이 쿠팡을 봐주기 위해 핵심 증거를 누락하고, 대법원 판례와 고용노동부 해석까지 무시해 가며 불기소처분을 내렸다면 검찰의 칼은 국민이 아니라 일개 기업을 지키는 칼에 불과합니다.
검찰에 의해 노동자를 보호했던 띠지가 잘려 나가고 정의가 분실되고 있습니다. 이에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지난 2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엄희준 김동희 검사를 고발했습니다. 제대로 된 검찰 개혁은 쿠팡 게이트의 문을 여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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