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괭이로 뚫은 터널, 삽으로 세운 다리
[이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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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진강 향가유원지 |
| ⓒ 이완우 |
순창 풍산면과 남원 대강면 사이 섬진강에 철도를 건너게 하기 위해 향가 터널이 뚫리고, 향가 다리의 교각 및 교대가 축조되었다. 그러나 이 구조물 위에 자갈, 침목과 레일을 깔지 못하고 철도 공사는 중단되어 80년이 흘렀다.
남원 가덕마을에서 지도상 2km 거리의 섬진강 너머에 향가유원지가 있다. 그러나 바로 가는 길이 없어 승용차로 9km를 돌아서 가야 했다. 향가 터널 북쪽 입구에 도착했다. 향가 터널 입구에는 곡괭이로 터널을 파며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의 모형이 있었다. 무기를 들고 작업을 독려하는 일본 순사의 모형이 섬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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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가 터널 입구의 조형물, 강제 노역 중인 한국인 노동자와 작업 독려하는 일본 순사 |
| ⓒ 이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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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가 터널 내부 |
| ⓒ 이완우 |
옥출산(279m)은 예로부터 좋은 옥이 산출되었다. 이 산에서 흐르는 계곡물은 옥천이라고 했다. 순창 읍내 지역은 삼국시대의 옥천현이었다. 1760년에 편찬된 순창의 사찬 읍지 이름은 '옥천군지'였다. 이곳 향가유원지는 옥출산 자락이 섬진강 변에 닿는 지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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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가 터널 벽면의 타일 그림 |
| ⓒ 이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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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가 터널 벽면의 타일 그림 |
| ⓒ 이완우 |
향가 터널의 남쪽 입구로 나오니, 바로 앞에 강폭이 100m에 이르는 섬진강이 흐르고 있었다. 이곳 섬진강을 교량으로 건너려고 양쪽에 거대한 교대 두 개를 축조하고, 강물에 철도를 놓으려 세운 거대한 교각 10개가 보였다.
향가 터널로 되돌아가서 북쪽 입구로 다시 나왔다. 승용차로 섬진강의 물돌이동 지형을 돌아 향가마을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섬진강 변의 향가마을 앞 섬진강 향가유원지에는 물놀이장, 모터 뱃놀이, 제트 스키 등 수상 레저 시설이 운영되고 있었다. 오토캠핑장도 잘 조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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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가 다리 상판, 섬진강 자전거길, 섬진강 상류 하류 풍경 |
| ⓒ 이완우 |
섬진강 상류 임실에서 하류 광양까지 142km의 섬진강 자전거 길이 달린다. 향가 터널과 향가 다리는 섬진강 자전거 길의 명소이다. 향가 다리 위에서 높은 산들과 휘돌아 흐르는 섬진강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곳 풍경이 섬진강 자전거 길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섬진강 수면에서 20m 높이의 향가 다리 위를 걸으며 시원한 강 바람을 맞았다. 이 교량은 차량이 통행할 수 없다. 섬진강을 따라 흐르는 바람결이 세차다. 섬진강 물결이 강가의 언덕에 파도로 부딪히며 제법 철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곳 섬진강은 순창군 풍산면 대가리와 남원시 대강면 생암리의 경계를 이룬다. 향가 다리의 남쪽 끝 남원 땅에 도착하니, 섬진강 자전거길은 오른쪽으로 강변을 달려간다. 향가 다리에서 이어지는 남원의 철도 노반은 잡초가 무성한 황무지였다.
섬진강 자전거길을 따라서 걸어 내려갔다. 강바닥 농로에서 섬진강을 가로질러 축조해 놓은 교각과 교대를 가까이 살펴보았다. 콘크리트 토목 구조물 거대한 크기에 숨이 턱 막혔다. 80년 전, 중장비 없던 시절에 삽으로 이런 구조물을 만들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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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강점기에 축조한 섬진강 향가 다리의 교각과 교대 구조물, 다리 상판은 10여 년 전에 설치한 섬진강 자전거길 |
| ⓒ 이완우 |
그러나 일제는 1941년 태평양전쟁을 도발하고, 1942년 전남선 철도 자갈, 침목과 레일을 부설하는 철도 완성 공사를 중지한다. 1944년 10월 운행 중이던 광주와 담양 구간의 전남선 철도를 폐선으로 결정하고, 이곳 철도의 레일 등 쇠붙이를 뜯어서 전쟁 물자로 공출했다.
섬진강 향가 유원지의 터널과 다리는 과거의 역사를 잊을 수 없게 하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남아서, 일제의 침략과 수탈의 행적을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지난해 1월에 대한민국 국회에서 '달빛 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가결되었다. 광주(빛고을)에서 대구(달구벌)까지 계획된 이 철도 노선은 약 200km 거리이다. 광주 송정, 광주, 담양, 순창, 남원, 장수, 함양, 거창, 해인사와 고령을 차례로 거쳐서 서대구를 연결하는 새로운 철도 노선이 건설된다. 우리나라 철도의 미래는 밝고 희망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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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진강 향가유원지 자전거길의 줄사철나무 군락과 야생 장수말벌의 생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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