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득점 폭격' 육서영, 컵대회 '판타지 스타' 등극
[양형석 기자]
기업은행이 도로공사를 제압하고 B조에서 가장 먼저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24일 여수 진남 체육관에서 열린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조별리그 2번째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0, 25-22, 19-25, 25-20)로 승리했다. 22일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를 꺾고 대회 첫 승을 따냈던 기업은행은 도로공사마저 제압하고 2연승으로 B조 1위를 확정하며 27일에 열리는 준결승에서 A조 2위와 맞붙게 됐다.
기업은행은 이주아와 최정민으로 구성된 미들블로커 콤비가 블로킹 4개를 포함해 23득점을 합작하며 13득점에 그친 도로공사의 배유나와 김세빈을 압도했다. 주장 황민경도 42.31%의 리시브 효율과 함께 10득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그리고 FA계약을 통해 기업은행에 잔류한 육서영은 무려 63.83%의 성공률로 32득점을 퍼부으며 올해 컵대회 여자부의 '판타지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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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서영은 FA 이소영이 부진했던 지난 시즌을 통해 기업은행의 토종 에이스로 도약했다. |
| ⓒ 한국배구연맹 |
하지만 V리그의 전초전으로 열리는 컵대회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이 출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정 선수가 해외리그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국제배구연맹(FIVB)으로부터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 받아야 하는데 컵대회 개막까지 ITC발급이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면 국내 선수들의 아기자기한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색다른 재미도 있다.
역대 컵대회 중 유일하게 남녀부를 분리 개최했던 2018년에는 보령에서 열린 여자부 컵대회에서 최은지(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라는 '깜짝스타'가 탄생했다. 2018년 4월 FA자격을 얻어 연봉 8000만 원에 KGC인삼공사(현 정관장)로 이적한 최은지는 GS칼텍스 KIXX와의 결승전에서 32득점을 기록하며 대회 MVP에 선정됐다. 최은지는 2020-2021 시즌까지 인삼공사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3년 연속 외국인 선수 없이 대회를 치렀다. 2021년 의정부 대회에서는 도쿄올림픽 이후 김연경으로부터 '후계자'로 지목 받은 정지윤(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 MVP를 수상했고 2022년 순천대회에서는 4경기에서 63득점을 기록한 문지윤(흥국생명)이 MVP에 선정됐다. 2023년 구미 대회에서는 강소휘(도로공사)가 2017년과 2020년에 이어 통산 3번째로 컵대회 MVP 트로피를 가져갔다.
한국배구연맹은 대회 직전 일부 구단의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면서 올해 여자부 컵대회를 외국인 및 아시아쿼터 선수 없이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현대건설의 나현수와 GS칼텍스의 권민지, 흥국생명의 문지윤, 정윤주 같은 토종 공격수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내 공격수들 중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는 단연 기업은행의 육서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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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서영(오른쪽)은 이번 컵대회에서도 김호철 감독의 가장 높은 신뢰를 받는 공격자원이다. |
| ⓒ 한국배구연맹 |
3년 차 시즌까지 달리 산타나(LOVB 메디슨)와 표승주, 김주향(GS칼텍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던 육서영은 2022-2023 시즌 33경기에 출전해 270득점을 올리며 기업은행의 주력 선수로 성장했다. 황민경이 가세한 2023-2024 시즌 다시 벤치로 밀려나며 35경기에서 156득점을 기록한 육서영은 작년 기업은행이 3년 21억 원의 거액을 투자해 이소영을 영입하면서 다시 입지가 좁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공수를 겸비한 리그 정상급 아웃사이드히터 이소영은 지난 시즌 어깨부상 후유증으로 34경기에 출전해 69득점에 그치는 최악의 부진에 빠졌고 그 자리를 육서영이 메우며 주전으로 맹활약했다. 지난 시즌 기업은행이 치른 36경기에 모두 출전한 육서영은 34.85%의 성공률로 372득점(득점 16위, 국내선수 7위)을 기록했다. 누가 뭐래도 지난 시즌 기업은행의 '토종에이스'는 단연 육서영이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기업은행과 총액 3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한 육서영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대표팀에 선발돼 강소휘와 함께 한국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다. 국제 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은 육서영은 이번 컵대회에서 더욱 성숙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22일 정관장전에서 17득점을 기록한 육서영은 24일도로공사전에서 63.82%의 성공률로 32득점을 올리며 기업은행의 2연승을 견인했다.
V리그 개막 후 아시아쿼터인 호주 출신의 장신(193cm) 공격수 알리사 킨켈라가 합류하면 기업은행은 킨켈라와 육서영, 이소영, 황민경까지 주전급 아웃사이드히터만 4명을 거느리게 된다. 물론 이 자원들을 잘 활용해 성적을 극대화하는 것은 김호철 감독의 지도력에 달린 문제다. 하지만 육서영이 이번 컵대회에 보여주고 있는 위력을 V리그에서도 이어간다면 새 시즌 주전 자리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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