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수 담긴 물탱크가 마을 20곳을 살린다

탄자니아 도도마 이코야(Ikoya) 마을 식수원은 지름 70㎝ 남짓한 모래 웅덩이다. 모랫바닥 사이로 물이 스며 올라오고 있었다. 전통 의상 캉가를 입은 한 여성은 하얀 페인트 통에 이 물을 퍼담고 있었다. 그 뒤로 노란색 플라스틱 통들이 길게 줄지어 섰다. 물을 담을 차례를 기다리는 마을 사람들의 통이었다. 취재진은 최근 이곳을 정대령 홍제감리교회 목사, 월드비전 밀알의기적팀과 함께 방문했다. 얼마 전 발견된 작은 웅덩이를 차지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 간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열 걸음 뒤쪽에선 진흙 호수에서 사람들이 빨래와 목욕을 한다. 세탁수 목욕수가 지하로 스며들어 다시 식수로 올라오는 위험도 크다. 줄을 선 이들은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 고통을 덜기 위한 해법은 가까운 언덕에 설치될 물탱크였다. 이코야 마을을 떠나 차로 10분을 달려 나온 멤베(Membe) 마을의 언덕에는 월드비전 식수사업 일환으로 세워진 103㎥ 크기 물탱크가 있었다. 2022년 시작한 월드비전 다발로 사업장은 이코야 마을과 같이 식수가 공급되지 않은 곳에 깨끗한 물을 제공하기 위한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말 물탱크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곳에 잠시 모인 물이 75㎥ 물탱크 12개, 47개 급수지점으로 배분된다. 이는 1만2000여명이 마시고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한 마을에 평균 400~600명이 산다는 것을 고려하면 최소 20개의 마을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리키 찰라밀라 다발로 지역 프로그램 매니저는 “한 가정이 하나의 수도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월드비전은 일차적으로 물탱크와 가까운 마을을 거점 삼아 2차·3차 사업을 거쳐 상수원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송수망이 확장되면 물길은 더 멀리까지 이어진다. 물탱크에서 차로 약 40분 떨어진 나유(Nayu) 마을 주민 임마누엘 사바(41)와 펜도 자루르(35)씨 가정에도 깨끗한 물이 도달할 수 있다. 다섯 남매를 둔 사바와 자루르씨는 각각 시각장애와 정신장애를 갖고 있다. 첫째 리처드(16)군과 둘째 이사야(13)군 밑으로 나오미(10) 엄베니(7) 파올로(3)가 있다. 부모가 장애를 갖고 있어 두 형제가 소년 가장 역할을 한다. 형제는 하루 1500원 일당을 주는 사금 채취장에 출근하며 그보다 먼저 출근 전 해야 하는 일과는 물 길어오기다.
정 목사와 월드비전 밀알의기적팀은 “물을 떠 오는 곳이 가까이에 있어요”라는 리처드군과 이사야군의 말을 듣고 함께 걸었다. 가시나무 덤불로 가려진 물구덩이 앞에 도착했다. 1m 깊이로 패인 자연 우물이었다. 허리를 깊게 숙인 리처드군은 두 다리에 의지해 물을 퍼 올렸다. 흙과 나뭇잎이 섞인 오염된 물이었지만 6월부터 10월인 건기에는 이마저도 넉넉하지 않다. 이사야군은 “오늘 하루 가족들이 굶지 않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한다”며 “이 물을 마시는 게 좋은지 싫은지 생각할 겨를은 없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은 이들과 같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장 취약한 아동(MVC)’을 찾아 후원자와 연결한다. 이렇게 연결된 아동들은 식수사업 등 월드비전이 제공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정과 더불어 후원 아동의 학교도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다발로 지역 이감바(Igamba) 초등학교가 그 예다. 지난 8월 월드비전은 이감바 초등학교에 식수·위생사업으로 화장실 신축을 마쳤다. 이 학교는 월드비전이 후원하고 있는 아동이 재학 중이다. 두 달여 공사 끝에 문짝도 없던 화장실은 수도 시설과 칸마다 문이 달린 개별 공간으로 바뀌었다. 물탱크도 설치해 필요할 때 정화된 물이 공급된다.
학교 위생환경이 개선되자 아이들의 출석률이 높아졌다. 346명이었던 전체 여학생 수는 시설 완공 이후 526명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깨끗한 교육환경과 사생활이 보장된 학교는 사춘기를 보내는 여학생들에게 더 편안한 공간이 됐다.
임마누엘 마헨지(50) 이감바 초등학교 교장은 “위생시설을 갖춘 뒤 복통과 설사 등 수인성 질병에 걸리는 학생들이 줄었다”며 “이 사업이 학생을 학교로 오게 하는 동기가 됐다”고 밝혔다. 월드비전은 이외에도 교실 건물 건축과 전기 설비 보수, 학교 기자재 지원, 교사 재교육 등을 지원한다.
정 목사는 “아이들 복지와 교육에 관심을 두는 공동체에는 희망이 있다. 한국도 그렇게 성장했다”며 “이곳에서 그러한 모습을 봤고 탄자니아에 기대할 미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감바 초등학교 신축 건물 앞에는 “아이의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공동체에 교육은 변화의 힘이다” 문구가 새겨진 금속 현판이 붙어있다. 식수와 위생 등 교육 환경 개선이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음을 깨닫는다. 방학이라 조용한 학교였지만 자율학습을 나온 몇몇 여학생들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도도마(탄자니아)=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더 미션에 접속하세요! 어제보다 좋은 오늘이 열립니다 [더미션 바로가기]
- 이웃에 희망의 한끼 나누는 공동체… 온정을 선물받다
- “교회 건물은 하나님 공공재” 교단 넘어 예배당을 내주다
- “딸아, 공부·돈보다 귀한 건…” 매일 아침 배달된 ‘아빠의 편지’
- 님들 그거 앎? 기독 MZ, 그들만의 코드로 소통하는 속뜻은
- 청년 식사 챙기는 區·교회… “또래가 만든 반찬 받아가세요”
- [단독] “지자체 기부” 언론 홍보 극성… 이단 하나님의교회 경계령
- “하나님이 준비하신 선물” 4남매와 함께하는 풍성한 삶
- “난 교회 아빠 껌딱지” 160만뷰 터진 이 영상… 익살맞게 달려가 아빠 품에 포옥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