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냉전 끝내자는 ‘END’…‘최종단계는 비핵화’ 합의해야

유지혜, 오현석, 정영교 2025. 9. 2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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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는 동안 회의장 내 북한 측 자리가 비어 있다. 김현동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밝힌 이른바 ‘E·N·D(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 이니셔티브’는 북한이 모든 대화를 거부하는 현실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법이다. 다만 실제 비핵화까지 도달하려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보상 간 순서 조정 등 정밀한 조율을 통해 허들을 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정부가 공식화한 ‘핵 활동 중단-감축-비핵화’ 3단계 접근법과 마찬가지로 ‘E·N·D 이니셔티브’도 최종 단계는 비핵화로 설정했다. 관건은 북한 역시 이에 합의하게 하는 것이다. 트럼프 1기 때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끝내 최종 상태(end state)가 비핵화라는 데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북 관여가 수년째 중단되면서 북한의 핵 능력이 점차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일단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 이를 멈추는 걸 우선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종 상태에 대한 합의 없이 대화 재개 자체만 서두르다 보면 비핵화로 향하는 방향성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단계 접근법의 첫 단계와 관련, 이 대통령은 ‘중단’으로 표현했으나 정부 내에선 ‘동결’이란 용어도 혼용하는 걸 두고 우려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북한이 동결을 내세워 시간을 벌며 약속을 위반하는 양상을 반복해 온 만큼 전문가들은 동결을 ‘현재의 핵’을 인정하는 의미로 해석하곤 한다.

하지만 외교부와 통일부는 동결과 중단의 차이를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는 것을 멈추는 것이 단계적 비핵화의 첫걸음이라는 취지”라며 사실상 같은 의미로 본다는 답을 내놨다. 우리 쪽에서 먼저 명확히 개념을 규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북한의 기만전술에 말려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출발점으로 북한 핵 활동의 완전한 중단, 최종 상태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합의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보다 본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E·N·D 이니셔티브’는 남북 교류 활성화, 북·미 혹은 북·일 수교 등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는 구조로 보인다. 이전 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이 북한의 핵 능력 증강으로 이어졌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E·N·D 이니셔티브’가 구조상 북한이 노리는 선(先) 보상-후( 後)비핵화 구도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교류(E)가 이뤄지려면 제재가 완화돼야 하고, 북한이 미국과 수교하는 건(N) 곧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이런 보상을 챙긴 뒤 북한이 핵 개발에 다시 나선다면 제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이날 유엔총회 관련 브리핑을 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현동 기자

이에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E·N·D라는) 세 가지 요소들은 각각의 하나의 과정으로, 서로 간의 우선순위와 선후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상호 추동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N-D를 순서대로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보상이 먼저 제공되는 데 대한 우려에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북한이 지난해부터 ‘적대적 두 국가’ 기조하에 대남 단절 조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핵 협상의 당사자로 참여해 ‘지분’을 챙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지혜·오현석·정영교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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