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비상임이사국 늘리자"…韓대통령 중 처음 목소리 낸 이유

윤성민 2025. 9. 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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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변화된 국제환경을 반영해서 비상임이사국을 확대하고, 효과성과 대표성을 제고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다자주의 협력’을 강조하며 이렇게 요청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유엔총회에서 큰 틀의 “안보리 개혁”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한국 대통령이 비상임이사국 확대를 공식적으로 주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보리는 유엔의 핵심 기관으로 상임이사국 5개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비상임이사국 10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비상임이사국은 2년마다 유엔 회원국 투표로 교체되며, 한국은 2024~2025년 비상임이사국을 맡고 있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 비상임이사국 수를 늘리자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한국이 비상임이사국 자격으로 유엔에서 목소리 낼 기회를 더 자주 갖기 위해서다.

유엔에서 일했던 전직 외교 고위 관료는 “한국은 꽤 오래 비상임이사국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캐나다, 이탈리아, 파키스탄 등과 함께 그런 주장을 하는 그룹에 속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미국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거부권을 사용하는 등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져 최근 유엔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사국 확대를 포함한 개혁론이 분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상임·비상임이사국 확대를 지지하면서 유엔 개혁론은 더 힘을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한국도 개혁론이 분출하는 과정에서 비상임이사국 확대 목소리를 높였다. 황준국 전 유엔대사는 지난해 안보리 개혁 의제 고위급 토의에서 “정기선거로 선출되는 비상임이사국 증설을 통해서만 안보리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국제적 현실에 적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마지막 안보리 개편(1963년) 이후 유엔 신규 가입국 수가 가장 많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현재 안보리에서 가장 과소 대표된 지역”이라며 아태 지역 국가 중심으로 비상임이사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비상임이사국 확대를 주장한 것은 북·중·러 밀착과 관련 있다는 해석도 있다. 북한 문제에 영향을 받는 아태 지역 국가들의 비상임이사국 진입을 늘려 북한 문제 해결 방법도 찾아본다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황 전 대사도 2023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의 비상임이사국 진입의 의미를 설명하며 “(북한 문제에) 특별히 국익이 걸려 있지 않은 국가들을 규합해 중국과 러시아에 간접적인 압력이 되도록 하는 데 힘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비상임이사국 확대는 쉽지 않다. 일단 바이든 전 대통령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의 역할에 회의적이다. 유엔한국협회 부회장인 박흥순 선문대 국제관계학과 명예교수는 “비상임이사국을 늘리려면 유엔헌장을 개정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딱 두번 뿐이었고,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대상이라 현재 갈등 구도 속에선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시적으로 ‘비상임이사국 확대’를 요청하기보다는 이탈리아, 멕시코 등이 제안하는 제3의 분류 ‘준상임이사국’도 한국이 열어놓고 고려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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